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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디톡스(1)

by 보나


첫째와 둘째는 반대의 성향을 가지고 있는데 모든 자매들이 그렇듯 친할 땐 잘 놀지만 싸울 땐 맹수처럼 으르렁 거린다. 언니는 동생이 자신의 말을 듣지 않아 밉고, 동생은 언니가 자기 마음대로 못하게 한다며 불만이다.


"둘째야 너는 왜 언니말을 안 들어!"

"언니는 왜 나한테 다 안된다고 해? 언니 말만 다 들으라고 해?"


둘이서 보드 게임을 하다가 자신이 정한 규칙을 따르지 않는 동생이 미웠던지 언니는 동생에게 소리를 빽 질렀다.


"언니한테 주사위 줘!"

"싫어! 나 계속할 거야!"


동생이 주사위를 손에 꼭 쥐고 놓지 않자, 결국 언니는 힘으로 주사위를 뺏으려 했다. 본인의 말을 듣지 않는 동생에 대한 미움이 가득 차 동생을 제압하고 싶었나 보다. 동생의 팔을 힘으로 누르다가 동생 팔이 꺾일 뻔했다. 그때 부엌에서 설거지를 하고 있던 나는 둘째가 아파하는 소리에 깜짝 놀라 거실로 달려왔다.


동생을 몸으로 누르고 있는 첫째와 팔이 꺾이려 하니 아파서 울고 있는 둘째의 모습을 보니 나도 모르게 화가 올라왔다.


"이게 뭐 하는 거야! 첫째 너 당장 집에서 나가!"


나도 모르게 첫째에게 입에 담지 못할 말을 하며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둘째의 팔이 괜찮은지 확인을 했다. 다행스럽게도 둘째의 팔은 다치지 않았다. 안도의 한숨을 쉬었지만 끓어오르는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첫째를 진짜 내쫓을 것처럼 소리를 질렀다. 그랬더니 첫째는 억울한 듯 울더니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울고 있는 둘째를 안아 달래주고, 떨리는 마음을 진정한 채 생각했다.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둘째는 금방 안정되었고 밖에서 계속 생각했다. 어떻게 해야 이 상황을 현명하게 해결할 수 있을까? 그동안 책으로, 영상으로 배운 육아지식을 전부 소환해 보았지만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계속 생각을 하고 있는데 어느덧 감정을 정리한 첫째는 방에서 나와 아빠에게 아무렇지 않게 말을 걸고 있다. 그 모습을 보니 더 화가 났다. 아니 얘는 동생에게 미안한 마음도 없는 걸까?


마침 우리는 짐을 싸서 고향으로 내려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아빠에게 첫째와 둘째를 데리고 먼저 내려가 있으라고 말한 후, 늦게 내려가서 차에 탔다. 그리고 첫째에게 이야기했다.


"엄마는 네가 동생에게 진심을 담아 사과하지 않으면, 너를 용서할 생각이 없어."

"시간을 줄 테니 마음의 준비가 되면 동생에게 사과해 줘."


딱 두 마디만 하고 다시 앞을 쳐다보았다. 시간이 5분, 10분 정도 흘렀을까. 아이는 감감무소식이었다. 본인의 잘못을 모르는 것 같았다. 다시 한번, 동생의 몸을 아프게 하면서까지 주사위를 뺏으려 한 건 정말 잘못된 행동이다, 너는 큰 잘못을 했다, 진심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말을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5분만 더 주겠다고 말했다.


조수석에 앉아 뒤를 돌아보니, 아이가 동생을 쳐다보고 있었다. 조금만 더 기다렸다.

아이는 동생을 조용히 불렀다.


"동생아.. 언니가 소리 질러서 미안해. 그리고 아프게 해서 미안해. 그런데 일부러 그런 건 아냐."


동생에게 사과하는 첫째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진심으로 하는 사과와 약간의 억울함이 섞인 눈물 같았다. 본인은 주사위만 가져오려고 했을 뿐이고 팔은 꺾으려 하지 않았다는 억울함 말이다.

그래도 사과한 것에 대해 칭찬해 주고 동생에게도 언니에게 사과하라고 말했다.


"언니, 나도 미안해. 언니가 하는 말 잘 들을게.."


두 자매의 사과가 훈훈하게 마무리되고, 마지막으로 내가 킥을 날렸다.


"첫째야, 사과 잘했어. 엄마도 아까 첫째에게 소리 지르고 나가라고 해서 정말 미안해. 앞으로 나쁜 말 하지 않을게."

"둘째야, 언니한테 사과 잘해 주어서 고마워."


"그렇지만 너희들은 큰 잘못을 저질렀으니까 벌칙이 있어. 할머니댁에 있는 3일 동안 디지털 기기는 아무도 사용할 수 없어."


그렇게 그녀들에게 3일간의 디지털 디톡스 기간이 시작되었다.


(다음 이야기는 다음화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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