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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을 하자

by 보나

오랜만에 오전 미사를 갔다.


주임 신부님께서는 강론을 편하고 쉽게 해 주셔서 강론을 듣고 나면 반성하게 된다. 마법 같은 일.


하얗게 잘 된 밥에 재를 뿌리면 먹을 수 없죠?

사람이 잘 될 때는 감사할 줄 모르고 주변에 아무것도 안 보이는 경우가 많은데, 모든 게 잘 안되고 바닥에 있을 때는 평소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잘 보이기도 한다고 하셨다. 그래서 가끔은 잘 된 일에도 일부러라도 재를 뿌려보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항상 겸손해야 한다고.


예전에 들은 이야기인데, 사업이 잘 되어서 승승장구하고 계신 어느 기업의 사장님은 일주일에 한 번씩 쿠팡 택배 아르바이트를 하신다고 한다. 본인이 힘들 때를 잊지 않기 위해 일부러 '밥에 재를 뿌리는' 행동을 하시는 거다.


개구리도 올챙이 일 적이 있었고, 나도 올챙이 적이 있었는데 지금 잊고 있는 건 아닐까?


나도 그때 분명 힘들었는데 지금은 싹 다 잊고 내가 올챙이 적 힘들었을 때랑 비슷한 사람을 보면서 "아니, 저 사람은 왜 저렇게 행동하는 거야, 왜 이렇게 못하는 거야." 하고 욕하고 있는 건 아닌가.


사랑하는 내 아이를 보면서,

"너는 왜 내가 하라는 대로 말을 안 들어서 그러니." 하면서 내 올챙이 적을 생각하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닌가.




어제 낮에 우연히 본 유퀴즈에서 요즘 핫한 '서울자가에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이야기'의 주인공인 류승룡 씨가 인터뷰를 했는데 그가 한 말과도 일맥상통했다.


류승룡 씨도 겸손을 강조했다.

류승룡 씨의 아내 분이 참 현명하다고 생각했다.


류승룡 씨가 잘 안돼서 힘들어할 때 아내분이 옆에서 말씀하셨다고 한다.


"우리는 지금 터널을 지나고 있는 거야. “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지만 언젠가 빛이 들어올 거니, 참고 기다리라는 말이었다.


극한직업이 천만 관객을 동원하고 잘 되었을 때도 아내는 옆에서 말했다고 한다.


"언제 내려갈지 몰라. “

너무 기뻐하지 말고, 겸손하라는 의미라고.


신기하게도 극한직업에 출연했던 주연배우들 5명이 그 당시 각자의 이유로 매우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던 상황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극한직업이 잘 되고 있을 때도 무대 인사를 5번 하기로 했었는데 3번까지만 하고 우리 이제 그만 겸손하자며 그만하자고 했다고 한다. 인사를 할 때도 90도로 깍듯하게 겸손한 인사를 한다고 한다.


나도 지금 과거의 나를 잊고 현재의 나만 생각하면서 자만하며 살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렇게 힘든 걸지도.


항상 감사가 기본이 되는 삶을 살자.

오늘은 아침 10시 미사에 가길 정말 잘했다.


요즘 많이 힘드시다면, 혹시 내가 과거의 올챙이 적 힘들던 시절을 잊은 건 아닌지, 한 번만 돌아보시길

바랍니다. 그러고 나면 감사가 떠오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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