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캠핑을 다녀왔다. 우리 가족은 작년부터 틈틈이 캠핑을 다닌다.
어쩌다 동생네와 함께 간 캠핑이 즐거웠고, 마침 그 시즌에 남편 친구들도 가족끼리 캠핑을 자주 다니는 걸 보더니 갑자기 남편도 캠핑 용품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저렴이 텐트로 하다가 안 되겠어서 좀 나은 텐트도 사고 의자도 사고 이런저런 장비를 장만하다 보니 배보다 배꼽이 더 커졌다.
초보 캠핑러에게는 텐트를 치는 것부터가 험난했다.
그래도 뚝딱뚝딱 무언가를 만들고 하나씩 완성해 나가는 걸 좋아하는 남편에게 캠핑은 흥미로운 취미였나 보다.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손이 많이 가는 아내와,아직 어린이인 두 딸들을 데리고 캠핑을 하는 건 분명 힘든 일이었을 텐데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지속되었다.
캠핑을 하는 동안은 맛있는 음식을 직접 해먹기도 하고, 불멍도 하고, 아이들은 캠핑장에 있는 방방도 타고,줄넘기도하는 등 재미있게 지낸다. 하룻밤 자고 일어나 마시는 모닝 커피의 맛 또한 잊을 수 없는 경험이다.
문제는 캠핑을 끝내고 집에 돌아와서 짐 정리를 할 때다.
산더미처럼 쌓인 빨래를 세탁기에 넣으면서, 아이스박스에 있는 남은 음식들을 정리하면서, 세면도구를 원래 자리에 놓으면서 후회를 시작한다.
'아 캠핑하고 나면 짐정리 하기가 너무 힘들다'
남편과 함께 텐트를 철수하며 테이블이나 의자 등의 잔짐을 정리하고 나면 손가락이 부은 것처럼 아프다. 이 증상은 2~3일간은 지속된다. 그럴 때마다 생각한다.
'아 캠핑 후유증이 너무 크다'
그러면서 또 몇 주가 지나면 다음 캠핑을 할 장소를 예약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그럼 이렇게 힘든 캠핑은 도대체 왜 하는가?
캠핑의 매력은 뭘까?
첫 번째는, 자연의 각 계절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이다.
봄에는 꽃이 피는 산과 따뜻한 봄기운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여름에는 시원한 계곡에서 물놀이를 하고, 다슬기도 잡으며 더위를 이겨낼 수 있다. 가을에는 알록달록한 단풍이 물든 산을 바라보며 단풍나무속에서 기쁨을 느낀다. 특히, 10월 말에는 핼러윈 시즌이 있는데 캠핑장마다 이벤트를 하는 곳이 있다. 모든 텐트들은 핼러윈 모드를 뽐내고 각 텐트 앞에서는 핼러윈 분장을 하고 사탕을 나누어 주는 어른들이 있다.
이번에는 이 시즌에 참여했는데 아이들이 무척 기뻐했고, 각 텐트에서 사탕을 나누어 주는 어른들의 정을 느낄 수 있었다. 겨울에는 추워서 캠핑을 많이 안 하기는 하지만 난로와 함께 라면 추위 속에서 느끼는 온기를 경험해 볼 수 있다. 어릴 적 교실 중앙에 난로가 있었고그 위에 올려져 있던 주전자가 보글보글 끓는 것 같은 따스함 말이다.
두 번째는, 다른 텐트의 이웃들과 소소한 정을 나눌 수있다는 점이다.
여름에 갔던 캠핑장에서 딸내미 둘은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또래의 친구들을 만나 놀기도 했다. 같이 방방이를 타다가 친해진 친구의 텐트에 가서 수박을 얻어먹기도 하고, 칸쵸를 나눠먹고 오기도 했다. 그 친구가 우리 텐트에 왔을 때도 우리는 귤이나 양파링 같은 과자를 내어주며 같이 먹으라 했다.
우리 텐트가 자신의 텐트인 냥 편히 놀다가는 아이들을 보면서 도시에서 느끼기 힘든 정을 이곳에서 느낄 수 있구나 생각했다. 그뿐 아니라, 옆 텐트에서 만든 떡볶이를 먹으라고 나눠주기도 하고 간식들을 스스럼없이 나누는 일은 캠핑장에서 종종 있는 일이다.
세 번째는, 타오르는 장작불을 보며 남편과 또는 지인들과 진지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점이다.
처음 캠핑을 시작했을 때는 우리 가족끼리 자주 다녔다. 아직 누군가와 함께 캠핑을 가는 일이 어색하기도 하고, 다른 가족과 함께 캠핑을 가면 어떻게 해야 할 지도 잘 몰랐을 시절이다.
그때 아이들이 잠들고 난 뒤 장작불 앞에서 남편과 맥주 한 잔을 하며 속에 있던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이따불멍하며 대화를 꼭 해야지 다짐한 게 아니었다. 그냥 불을 바라보며 밤하늘의 별도 보고 자연을 느끼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어려운 이야기도 위대한 자연의 고요함 속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어서일까.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잘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된다.
그래서인지, 기분이 울적하거나, 남편과 사이가 안 좋을 때,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면 나도 모르게 캠핑을 떠올리게 된다.
분명 다녀오면 몸이 힘들고 손가락이 아프고 후유증이 며칠 갈 걸 알면서도 저지른다. 한 번 시작하면 빠져나올 수 없는 게 캠핑의 매력이다. 괜히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사춘기가 되어서 엄마 아빠를 안 따라간다고 할 때까지는 계속 캠핑을 가게 되지 않을까? 아니면 그때가 되면 부부 캠핑이라도 가게 될까? 그건 잘 모르겠다.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