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에도 그랬다. 가을이 오고 회사의 힘든 상황이 겹쳐 기분이 축 처지는 나날이 2주 이상 계속되었다. 우울증 자가 진단 체크리스트를 보면, 이런 기분이 2주 이상 지속되면 우울증일 수 있다고 했다. 결국 나는 정신의학과에 방문했다.
내가 방문한 정신 의학과는 즐겨보는 유튜브에 자주 나오시던 의사가 하는 병원이었다. 그 의사분은 환자들의 감정을 섬세히 꿰뚫어 보는 분 같았고 나와 결이 잘 맞을 거 같았다. 그래서 어디서 병원을 하시는지 찾아봤는데 생각보다 멀지 않았다. 예약을 잡고 찾아갔다.
내 차례가 되어 진료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무척 세련돼 보이지만 창밖이 보이는 편안한 분위기의 방이었다. 의사 선생님께 이런저런 힘듦을 이야기하고 요즘 무기력하고 기분이 통 올라가지 않는다고 말을 했다. 유튜브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더 친절하고 자상하게 내 이야기를 들어주셨다. 이야기를 하다가 눈물을 글썽이는 나를 다잡느라 힘들었다. 의사 선생님의 말씀은, 우울증은 올라갔다 내려갔다 주기를 반복하는데 아마 지금 나의 주기에서는 우울증이 조금 심해질 시기이고 이 시기가 지나면 또 괜찮아질 거라고 하셨다. 그러면서 약이 필요하다면 우울증 약을 1.5알 처방해 주신다고 하셨다. 2주 정도는 먹어야 효과가 나타날 거라는 말씀과 함께.
그 약을 타와서 3일 정도 먹었는데, 부작용을 견디기 힘들어서 결국 2주를 먹지는 못했다.
내가 겪은 부작용은, 속이 안 좋고, 졸음이 오는 거였다. 회사 출퇴근을 차로 하는 나로서는 졸음이 언제 올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들어서 계속 먹기가 힘들었다.
올해도 어김없이 나만의 '가을 우울증' 시기가 왔나 보다. 가을을 타는 건가 싶기도 하다.
기분이 축 처지는 상태가 거의 2주 정도 지속되고 있다. 약을 먹으러 다시 병원에 가야 하나 싶다가도 좀 나아질 시기가 올 거니 기다려 보자 싶기도 하다. 그 과정에서 나를 다잡고 아이들에게 에너지를 주며 여러 가지 일들을 해내는 게 쉽지는 않다. 그래도 가끔 만나는 엄마들과의 수다,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 아무 생각 없이 걷다가 둘러보면 알록달록한 단풍들을 보면 기분이 금세 나아지기도 한다.
무엇보다 이럴 때는 무언가에 집중하는 게 최고다. 무기력해서 집중하기조차 힘들 때도 많지만, 억지로 밖으로 나간다. 카페에 앉아서 웹서핑을 하며 놀거나, 유튜브 영상을 보거나 한다. 그렇게 하면 오전 시간이 훌쩍 가기도 하고 틈을 이용해 글을 쓰기도 한다. 그럼 좀 낫다.
주기적으로 하던 운동도 가기 힘들어서 쉬고 있지만, 잠시 쉼은 더 나아감을 위한 밑거름이라 생각하고 푹 쉬어 보려 한다. 아이들에게 더 많은 시간을 집중하면서. 어제 저녁에는 오랜만에 아이들의 숙제에서 벗어나 딸 둘과 재미있고 단순한 보드게임을 했다. 아이들의 깔깔 거리는 웃음 소리가 어찌나 듣기 좋던지.
이 또한 지나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