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취업 준비생이 삼성전자 신입사원 면접 전형에서 떨어졌다. 왜 합격하지 못했는지 취업 센터에서 상담을 했다. 상담사는 다음과 같이 솔루션을 제시했다고 한다.
"지원자의 프로필을 보니 인턴 경험이 없어서 떨어진 것 같습니다. 다음 시즌 지원하기 전에
3개월 정도 인턴십을 해서 직무 관련 경험을 쌓는 게 필요합니다."
기업이 최종 면접에서 어떠한 기준으로 합격과 불합격을 결정하는지 이해하지 못한 판단으로 보인다. 기업은 단순하게 ‘스펙’으로만 채용하지 않는다. 소위 스펙을 갖고 참고하는 단계는 서류 전형이다. 최근 몇 년 동안 가장 많은 인원을 뽑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기준으로 지원서에 기재하는 내용으로 스펙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삼성전자]
- 학력 사항: 출신학교, 전공, 학점
- 대내외 활동: *(동아리, 인턴, 연구생, 아르바이트, 현직 경험(계약직, 정규직))
- 어학 사항: 영어, 제2외국어
* 삼성은 대내외 활동에 구체적인 지침이 없음
[SK하이닉스]
- 학력 사항: 출신학교, 전공, 학점, 부전공, 복수전공, 편입 여부
- 경력 사항: 현직, 해외 경험, 특허, 수상 경력, 사업 경험, 동아리/커뮤니티 경험
* SK는 경력 사항을 구체적으로 구분하여 명시함
- 외국어/자격증: 영어, 제2외국어
위에 나열한 내용은 지원서에 기재하는 내용이다. 서류 전형 단계에서는 지원자의 자격과 기본적인 자질을 평가한다. 먼저 학력 사항에서 스펙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출신 학교와 학점이다. 학력은 과거의 활동이기 때문에 현재 시점에서 어떠한 노력을 하더라도 바뀔 가능성은 없다. 여기에 절대적인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취업 준비생은 대부분 출신 학교와 학점에 민감하다. 하지만 기업에서 출신 학교와 학점으로만 당락을 결정하지 않는다. 비중이야 각 기업마다 차이는 나겠지만, 절대적이지 않다는 점을 밝혀둔다. 본인이 어찌할 수 없는 것에 신경을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두 번째는 대내외 활동이다. 삼성전자의 경우는 자유롭게 자기의 경험을 기술하면 된다. SK하이닉스는 구체적으로 기재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가능하면 기업의 요구에 따라 지원자가 경험한 사실 내용만 기재하면 된다. 대내외 활동은 서류 전형에서 지원한 직무와의 연관성을 설명할 수 있는 좋은 소재가 될 수 있다. 특히 면접 단계에서 지원자 자신에 대해 적극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소재가 될 수 있다. 여기서는 어떠한 활동을 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무엇을', '어떻게', '왜' 했고, 그 경험으로 입사해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설명하는 게 중요하다.
세 번째는 외국어 능력이다. 주로 영어 점수를 요구하는데 독해나 리스닝 위주로 테스트를 하는 필기고사 점수보다는 회화 능력 점수를 선호한다. 현직 실무에서는 말로 하는 의사소통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직무에 따라 영어의 경우 최저 기준으로 OPic IL이나 IM, 토익스피킹 Level 5나 6으로 제시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경우는 최저 기준이 아니고 지원자가 취득한 점수를 입력하게 되어 있다. 직무에 따라 외국어 역량에 대한 평가는 다르다. 마케팅·영업 직무라면 고득점일수록 어느 정도 유리할 것이다. 엔지니어 직무라면 외국어 역량에 지나치게 집중할 필요는 없다. 어떤 지원자는 떨어졌다고 영어 점수를 더 올리겠다는 결심을 하기도 한다. 근거가 빈약한 활동은 취업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서류 전형 단계에서 지원서의 내용, 즉 스펙과 관련된 내용 만으로 지원자의 서류 당락을 결정할 만한 요소는 많지 않다. 단, 학점의 경우 서류 전형 단계에서 당락을 좌우할 수 있는 여지는 있다고 보인다. 그동안 지도한 합격자의 프로필을 분석하면 삼성전자 엔지니어 직군의 경우 서류 전형 합격자의 학점은 3.0 ~ 4.5점 사이에 다양하게 분포되어 있다. 가끔 2.x점 학점으로 최종 면접까지 가는 일도 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절대적이지는 않지만, 대략 중상 수준으로 인식되는 선에서 하한선이 정해지는 것 같다.
그렇다면 취업 준비생이 스펙이라고 생각하는 것 중에 당락을 좌우할만한 요소는 학점 부분이 가장 큰 변수일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미 정해진 학점은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이다. 이 얘기는 학점이 아닌 다른 요소로 이 부분의 약점을 극복해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 반대로 스펙이 나름대로 좋다고 여겨지는 지원자도 서류 전형에 떨어지기도 하고, 최종 면접에서도 떨어지는 사례는 많다. 그렇다면 합격은 스펙에만 달려있다는 단순한 생각이 통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지도하다 보면 최종 면접에서 탈락했다고 무작정 다른 기업에 인턴이라도 지원하겠다는 취업 준비생을 종종 보았다. 그럴 때마다 본인이 왜 합격하지 못했는지 면접 위원의 관점에서 취업 전략을 다시 수립하라고 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어떤 질문에 대해 스펙이 부족해서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고 자책한다. 사실은 그렇지 않은데도 자의적으로 해석해서 다음 면접을 대비한다. 이런 경우 다음 면접에서도 실패할 확률은 높다.
면접 위원들은 질문을 하면서 지원자의 말과 표정을 살핀다. 답변의 내용과 전달하는 태도를 통해 지원자를 뽑을지 말지 마음속으로 결정한다. 이 과정에서 면접 위원이 지원자로부터 가장 보고 싶어 하는 점은 지원자에게 열정과 패기가 있는가이다. 말로만 열정과 패기가 넘치는 지원자라고 해봤자 면접 위원들은 동의하지 않는다. 면접실에 입장할 때 표정에서부터 발걸음, 자리에 앉을 때까지 지원자의 일거수일투족을 점검한다. 대체로 자기소개를 듣고 지원 동기에 관해 질문하는데 이때 지원자의 말과 태도를 보고 1차로 적합성을 판단한다. 면접은 대체로 10분에서 20여 분 정도 진행되지만, 첫인사를 나누고 2~3분 만에 면접의 향방은 정해진다고 할 수 있다.
지원자와 면접 위원은 면접실에서 처음 만나는 사이다. 서류 전형에서는 ‘이 사람과 꼭 같이 일하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이 사람 한번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1차 합격자를 선정한다. 그런 후에 면접 위원이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을 선발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원자를 뽑고 싶다는 기준을 어디에 두는지 알아야 대비를 할 수 있다. 2019년 잡코리아에서 시가총액 상위 30개 기업을 대상으로 인재상에 나오는 키워드를 추려서 발표한 인재상 공통 키워드 Top 10의 결과를 살펴보자.
키워드 중 면접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면접 위원이 지원자의 말과 태도에서 직접 느낄 수 있는 것은 ‘열정’이다. 열정에 대한 해석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열정은 어느 기업이든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미 현직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열정을 ‘내가 맡은 일은 어떤 일이 있어도 끝까지 완결하는 의지’로 해석한다. 열정과 항상 함께 나오는 ‘패기’는 ‘객관적으로 내 역량과 능력이 부족하더라도 맡은 일을 해내겠다는 의지’로 이해한다. 지원자가 답변하면서 변화를 선도하고, 창의성을 발휘하고, 도전하는 사람이라고 주장한다고 해서 실제로 그렇다고 판단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열정은 말과 태도를 통해 그대로 전달될 수 있는 요소다. 면접 위원은 문서상으로 나와 있는 자격, 학점, 학벌보다는 지원자의 잠재력을 알고 싶어 한다. 열정을 보여주는 데는 모범 답안은 없다. 그 자리에서 전달되는 지원자의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의욕과 의지가 해답이기 때문이다.
면접은 사전에 주제를 정하지 않는다는 것만 제외하고 프레젠테이션과 비슷하다. 세미나나 회의에서 어떤 프레젠테이션이 청중의 관심을 끄는지 생각하면 곧바로 이해할 수 있다. 자기를 면접 위원에게 파는 것(sales, selling)과 다를 바 없다. 사는 사람은 파는 사람에게 신뢰성과 진솔함을 느낄 수 없으면 절대로 사지 않는다. 면접도 마찬가지다. 자기가 믿음직한 사람이고, 답변하는 말들이 진솔하다는 것을 전달하는 수단으로 열정이 가장 효과가 크다. 열정은 전염된다는 말도 있다. 지원자의 긍정적인 에너지가 열정으로 해석된다면 그보다 성공적인 면접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