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브레인튜너 Sep 09. 2021

[취업03] 학점이 낮으면 취업할 수 없나요

취업, 학점, 스펙, 들이대

전화가 걸려왔다. 일대일 컨설팅을 받고 싶다고 했다. 약속 날짜와 시간을 정해 만나기로 했다. 내가 집무실로 즐겨 쓰던 집 근처 카페에서 S군을 만났다.


“날 어떻게 알고 연락했니?”

“어머니 친구분 아들이 선생님의 지도를 받고 SK그룹 계열사에 입사했다고 해서 소개를 받았습니다.”

“그래, 뭐가 궁금하니?”

“저는 학점이 2.x으로 엄청 낮습니다. 뭐든 시키는 대로 하겠습니다. 취업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였지만 내 귀에는 절규처럼 들렸다. S군은 절박했다. 나이는 이미 30대가 된 지 2년이나 지났다. 어느 회사든 지원서를 쓸 용기조차 못 내고 있었다. 일단 프로파일을 검토하고 이것저것 질문을 던지면서 S군을 파악했다. 가고 싶은 기업은 삼성전자였다. 다행스럽게 사고방식은 긍정적이었다. 단지 마음에 걸리는 것 하나는 전공이 이공계열이 아닌 사회과학 계열이었다.


그렇게 S군과의 만남이 시작되었다. 첫 시간은 코치의 목표를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코칭을 할 때 내게는 단 하나의 목표만 존재한다.      


“내 목표는 너를 탑클래스(top class) 기업에 보내는 것이다.”      


항상 마음가짐을 새롭게 다지는 것으로 시작한다. 취업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멘티가 반드시 실천해야 하는 세 가지를 알려준다. 조언을 구하는 것과 책을 읽는 것, 글을 쓰는 것이다. 조언을 구할 때는 ‘무엇을 누구에게’가 중요하고, 책을 읽을 때는 ‘어떤 책을 어떻게’ 읽을 것이며, 글쓰기는 ‘무엇을 어떻게’ 쓸 것인지 물어본다. 질문을 통해 스스로 해답을 찾도록 하는 게 ‘브레인튜닝 코칭’의 특징이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취업과 관련하여 알고 있던 정보와 내용은 모두 잊으라고 강력하게 주문했다. 근거 없이 인터넷 취업 카페에서 떠도는 말과 주위 사람들이 얘기하는 소위 ‘카더라 통신’ 등 정확하지 않은 소문의 중력장에서 빨리 벗어나야 합격의 궤도에 올라설 수 있기 때문이다. 일종의 디톡스로 생각하면 된다. 몸 상태를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 독소를 빼내듯이 머릿속의 온갖 잘못된 정보를 다 버리는 것이다. 그래야만 비로소 취업 전략 수립을 시작할 수 있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자존감 회복이다. 잦은 거절과 실패로 땅바닥까지 떨어진 자존감과 자신감을 되찾지 못하면, 이후의 과정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공산이 크다. 이는 마음가짐, 태도와 크게 연관되어 있다. 태도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말이 있다. 취업도 태도를 바꾸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때 해주는 말이 바로 이거다.


“얘도 하고 쟤도 하는데, 나라고 안 될 이유가 있나? (He can do, she can do, why not me?)”     

미국에 사는 김태연 회장이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한 말이다. 김 회장님은 23살 때 이민을 가서 맨손으로 사업을 일구어 실리콘 밸리에서 성공한 여성 기업인이다. 세 마디의 짧은 말이지만 누구라도 들으면 동의할 수밖에 없는 단순한 긍정의 인생 철학이다.


자존감이 낮은 청년들의 경우 대부분 자신을 보잘것없게 본다. 주변의 다른 이들과 비교하며 자신을 평가 절하한다. 여기서 악순환의 고리에 걸리게 되는 것이다. S군은 이러한 모습에서 곧바로 빠져나와 특유의 긍정적인 사고방식으로 취업 전략을 짰다. 자신의 장점인 영어 실력을 사고자 하는 기업을 위주로 지원서와 자기소개서를 작성하여 다국적 기업을 중심으로 제출하기 시작했다. 외국계 기업은 수시채용을 선호하기 때문에 자신의 열정과 노력을 평가해줄 만한 기업을 타깃으로 삼았다. 드디어 몇 군데 합격을 받아놓고 회사와 직무 관련해서 나와 협의를 했다. 결국 본인의 관심사와 산업과 기업의 비전을 고려하여 직무 관련성이 높은 중견 반도체 V기업의 해외 마케팅 부서에 입사했다. 때마침 V사는 미국과 유럽 시장에 집중하는 마케팅 전략을 세웠고, 원어민 수준의 영어를 구사하는 S군의 글로벌 역량이 서로 딱 맞아떨어져서 S군을 채용했다.


S군은 1년에 몇 번씩 전화로 안부를 전한다. 사실 자신이 일을 잘하고 있다고 자랑하기 위해 전화를 하는 것이다. 그래도 가끔 안부를 묻는 S군이 반가울 따름이다.


“선생님, 이번에 ○○지역을 제가 담당하게 됐습니다.”

“회사에서 업무 성과가 좋다고 또 연봉을 올려주었습니다.”


이제는 어엿한 중견 사원으로 업무 역량을 잘 발휘하고 있다고 했다. S군이 취업과 회사 생활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간단하다. 먼저 자존감을 회복했다. 쓸데없는 걱정거리는 다 내다 버렸다. 백지상태에서 자신의 현 상황(as-is)을 파악했다. 그리고 자신의 목표(to-be)를 명확하게 설정했다. 목표와 현 위치의 차이(gap)가 무엇인지 분석을 했다. 여기서 목표 달성을 위한 실행계획(action item)을 발굴했다. 각 계획에 대한 납기를 정하고 그대로 실천했다. 이 모든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는 평정심 유지와 실천이다. 하나는 마음을 다지는 정적인 요소이고, 다른 하나는 바로 움직이는 동적인 요소이다. S군은 방향을 잘 설정하고 스피드로 승부를 걸었다. 불과 두 달 만에 이룬 감탄할만한 성과였다.


2020년 하반기 삼성전자에 면접을 하러 간 한 지원자가 생각난다. 여태까지 면접을 지도한 친구 중에 나이가 가장 많았다. 물론 30대다. 이 나이에도 지원한 것이 놀라웠고, 나이가 많은 지원자에게 기회를 준 삼성전자 또한 놀라웠다. 기업이 바뀌고 있다. 최근 취업 연령이 높아지면서 나이에 대한 제한을 많이 두지 않는 분위기이다. 대학생 입사 선호도가 10위권 내에 드는 P사의 경우 신입사원 ○○○명 중에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이 의외로 많았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다시 한번 정리하면, 기업은 지원자로부터 도전정신을 사고 싶어 한다. 스스로 장애물을 만드는 사람을 좋아하는 기업은 한 군데도 없다. 기업의 인사팀은 보이는 부분인 지식과 경험보다는 보이지 않는 부분인 동기, 가치관, 사고방식, 태도를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여기에 나이와 출신학교와 학점이 끼어들만한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인다.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아, 기회는 반드시 온다. 김 회장님의 성공철학을 기억하자. 다른 사람도 하는데 내가 안 될 이유는 하나도 없는 법이다. 들이대자. 기업이 유일하게 선호하는 대학은 최고의 명문대인 ‘들이大’다. 들이대야 인생이 바뀐다.

매거진의 이전글 [취업02] 섬유공학과는 이차전지 기업에 못 가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