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02] 섬유공학과는 이차전지 기업에 못 가나요

전공, 직무, 섬유공학, 이차전지, 엔지니어

이차전지가 화두다. 2021년 초부터 전기자동차를 전문으로 만드는 테슬라의 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걸 보면서 다들 모든 자동차가 전기자동차로 바뀔 것 같은 분위기다. 이에 이차전지를 제조하는 LG화학(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의 주가도 덩달아서 오르는 실정이다. 필자는 2018년 하반기부터 취업 준비생들에게 이 3사에 취업할 것을 추천해왔다. 전기자동차 시장이 성장기에 들어서기만 하면 이차전지 산업은 제2의 반도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취업 준비생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부족했지만 최근 테슬라의 독보적인 행보와 LG, 삼성, SK 3사의 투자가 활성화하면서 취업 시장에서 점점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2018년까지만 하더라도 취업 준비생이 가장 많이 몰리는 산업은 반도체, 자동차, 디스플레이 분야였다. 반도체는 지금까지도 신규 채용 기회의 문이 넓다. 자동차 분야는 현대자동차가 공채를 폐지하고 수시 채용으로 바뀌면서 취업 준비생들이 느끼는 장벽이 더 높아졌다. 디스플레이는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양사가 사업을 주도하고 있지만, 최근 2년 동안 사업 구조 조정과 OLED 체제 강화로 신규 인력을 거의 채용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이차전지 산업 분야가 취업 준비생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전공 연관성이 중요하지만 들이대가 통할 때도 있다  

이차전지 제조사인 S사에 생산기술 엔지니어로 입사한 M군이 있다. 강의에 참여한 첫 시간에 걱정거리를 털어놓았다.

"선생님, 저는 전공이 섬유공학인데요, 이차전지 기업에 갈 수 있나요?"

"너는 왜 이차전지를 하고 싶은데?"

"이차전지가 뜬다고 하잖아요. 반도체는 힘든 것 같고, 디스플레이는 요즘 안 뽑아서요."

M군은 산업을 분석하다가 이차전지 산업으로 진로를 정했다고 했다. 다만 전공과 관련성이 거의 없다 보니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막막해했다.

"선생님, 뭘 공부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이차전지에 대한 내용이 많이 공개된 게 없어. 그래도 당연히 기본은 알아야지."

일단 3사가 운영하는 홈페이지와 이차전지 관련 내용을 정리할 수 있는 인터넷 사이트를 알려주었다. 흔히 알려지지 않은 전공용 연구도서 한 권을 소개해서 전지가 어떠한 것이고 생산 공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공부를 하라고 했다. M군은 필자가 알려준 대로 전지의 기본원리와 생산 공정 및 신뢰성 평가 방법 등을 정리하여 서류 전형을 통과했고 직무 적합성 테스트까지 합격했다.     

"선생님, 면접 보러 가야 하는데 뭘 준비해야 하나요?"

"내가 알려준 내용을 중심으로 개념만 잡아. 자세한 내용은 입사하면 다 새로 배우니까 너무 깊이 들어갈 필요는 없다. 회사에서 알고 싶은 건 너의 지식이나 경험이 아니라 ‘잠재 역량’이니까, 수용성, 적응 능력, 학습 능력이 있다는 걸 보여줘야지."

합격자 발표가 나고 한 달이 지나서야 연락이 왔다.  

"선생님, 저 합격했어요. 면접 보고 곧바로 한 달 동안 해외에 가서 머리 좀 식히느라 연락 못 드렸습니다."

그 후에도 계속 연락을 주고받았다. 새롭게 배우는 게 너무 재미있다고 했다. 일하는 것도 즐겁고 하나씩 알아가는 재미에 힘이 든 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비록 관련 전공은 아니었으나 나름 관심을 두고 있던 이차전지를 생산하는 현장에서 일하니 만족도가 높았다. M군은 호기심도 많았고 수용성과 학습 능력이 뛰어나 새로운 일에 잘 적응하고 있었다.  

업계 동향을 파악하면 길이 보인다 

이차전지는 향후 반도체 산업만큼 시장규모가 커질 수밖에 없는 산업이다. 다만 이제 성장기에 들어서는 산업이다 보니 취업 준비생에게 필요한 이차전지 관련 자료가 시중에 나와 있지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제조공정 등 산업을 이해할 수 있는 정보가 외부로 알려진 게 별로 없어서 준비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와중에도 반가운 소식은 3사가 이차전지 관련 신입사원 채용을 조금씩 늘려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차전지 제조업체는 전기자동차와 깊게 연관되어 있다. 3사는 이미 국내에 이차전지 생산 기반시설이 갖춰놓고 양산하고 있다. 또한, 전 세계 자동차 생산기지이자 소비시장인 유럽, 미국, 중국에 각각 생산 법인을 설립하여 생산 능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는 엔지니어의 수요가 늘어난다는 의미로 신규 채용인원 또한 늘어난다는 뜻이다.

취업준비생에게 항상 강조하는 말이지만, 먼저 지원하는 산업에 대해 이해하기 바란다. 각 이차전지 기업을 분석하고, 증권사 보고서와 언론에 발표된 내용을 바탕으로 기업에 대한 정보를 체계적으로 정리해야 한다. 생산 공정과 제품 개발과 관련된 기술 관련 내용은 관련 도서와 외부 교육기관을 통해 학습할 수 있다.

필자는 이차전지 기업에 취업을 희망하는 취업준비생을 위한 《한권으로 끝내는 이차전지 전공면접 기본편》(필명 안재형)을 출간했다. 이 책 한 권이 이차전지와 관련된 내용을 준비하는데 충분한 도움을 줄 것이다.

이차전지는 지속해서 성장할 수밖에 없는 산업이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이노베이션 3사는 전기자동차용 이차전지의 핵심 공급사로 이미 자리매김을 끝냈다. 반도체 산업과 바이오·헬스 산업처럼 한동안 성장을 할 수 있는 산업이다.

하지만 테마주라고 ‘묻지 마 지원’으로 접근하다가는 낭패를 당하기 쉽다. 잘 준비해서 입사하자. 이차전지 기업 입사는 지금이 기회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으라는 말을 기억하자.

※ 아래 도서는 필자가 지은 《2차전지 이론편》이다. 출강하는 취업아카데미에서 사용하는 필명인 안재형으로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