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소개서, 서류합격, 삼성, 현대, SK, LG, 롯데
이 글을 읽기 전에 A4 용지나 노트에 기업에 지원할 때 자기소개서를 왜 쓰는지 적어보기를 바란다. 매년 약 400여 건이 넘는 자기소개서를 분석하면서 발견한 공통점이 있다.
1. 질문의 요지를 제대로 파악하고 작성하는 지원자가 적다.
2. 채용담당자와 면접 위원이 아닌 지원자 자신을 독자로 쓴 경우가 많다.
3. 자기소개서를 왜 쓰는지 모르고 쓴다.
설마 그럴까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혹시 이전에 작성한 자기소개서가 있으면 지금 꺼내서 읽어보기를 바란다. 앞에서 지적한 세 가지 중 최소한 한 가지 이상은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이 무엇인지 얘기하라고 하면, 다음과 같은 답변이 가장 많다.
1. 어떤 내용을 써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2. 논리적으로 글을 쓰는 법을 잘 모르겠습니다.
3. 직무와 관련 있게 쓰는 법을 모르겠습니다.
SNS나 인터넷 기사 등에서 자기소개서를 잘 쓰는 법에 관한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수시 채용과 비대면 채용이 대세가 되면서 서류전형 탈락률이 예전보다 높아지다 보니 자기소개서의 중요성을 자주 강조하기도 한다. 내용을 읽어보면 다 일리가 있다. 문제는 그런 기사 내용을 참조해서 작성해도 만족할만한 자기소개서가 나오지 않는다는 데 있다.
2021년 2월에 졸업과 동시에 처음으로 취업을 준비한 K 군이 자기소개서 코칭을 신청했다. 입과 전 사전에 취업을 희망하는 기업의 자기소개서를 작성해서 제출하라고 했다. K 군은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입사를 목표로 자기소개서를 작성해서 첫 시간에 자기가 작성한 자기소개를 보여주었다. 처음 작성해보았지만, 나름 잘 썼다고 여겼는지 자신 있게 문서를 내밀었다. 한번 읽어본 후에 K 군에게 본인이 작성한 자기소개서 1번 문항을 채용담당자의 관점에서 검토하라고 했다. K 군은 칭찬을 들을 거라고 내심 기대하고 있던 눈치였다. 자기소개서를 읽는 관점만 바꿔서 읽게 했는데 K 군은 계면쩍어했다. 그럴 만도 한 게 채용담당자의 입장으로 문서를 읽어보니 자신이 작성한 답변의 주제, 소재, 논리 중 하나라도 채용담당자를 설득할 만한 내용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자기소개서는 상대방을 설득해서 내 편으로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쓴다
K 군에게 가장 먼저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목적을 물었다. 다른 취업준비생과 다름없는 답변 내용이 다 나왔지만, 해답이 될 만한 답변은 나오지 않았다. 마치 스무고개 놀이를 하듯이 계속 질문했다. 결국, 채용담당자를 설득하기 위해 쓴다고 대답했다. 그러면 채용담당자를 무슨 소재로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 물었다. 이런 과정을 반복하면서 여러 번의 수정을 거쳐 자기소개서를 완성했다. 그 결과 상반기 서류전형에서 합격했다. 다음은 K 군의 자기소개서를 처음 보면서 평가한 내용이다.
자기소개서는 상대방을 설득하여 내편으로 만들기 위해 작성한다. 이것만 기억하면 어떤 기업, 어떤 질문에도 만족할 만한 답변을 기술할 수 있다. 여기서 당연히 나와야 하는 질문이 그럼 상대방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이다. 목적이 분명해졌으니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실행계획을 세워야 한다. 채용담당자를 설득하기 위해 먼저 해야 할 일은 다음과 같은 원칙에 따라 답변을 준비한다.
1. 질문의 요지에 대응하는 주제 선택
2. 비즈니스 문서에 어울리는 어휘, 표현으로 기술
3. 나열형 정보는 지양하고 *구·간·명의 원리에 따라 기술
4. 한 문장에 하나의 메시지만 전달 → 단문 위주로 작성
5. 서류 검토자 관점에서 생각하고, 해석하고, 기술
* 구·간·명(구체적이면서, 간략하고 명료하게) - '[취업009] 구간명(具簡明)으로 써야 합격한다' 참고
자기소개서는 기업에서 모든 지원자에게 요구하는 문서인 동시에 공평하게 제공하는 기회다. 지원자가 우리 회사에 필요한 인재라는 걸 글로 설명해달라는 뜻이다. 그냥 얼굴을 마주 보고 면접으로 끝내면 될 일이지만 굳이 서류부터 보는 이유가 있다. 지원서로 지원자의 교육 수준과 자격 등을 참고할 수 있고, 자기소개서는 지원자의 직무 적합성과 자질을 판단하는 자료로 활용한다. 그러므로 자기소개서가 더 중요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기업은 지원자의 직무 적합성, 인성, 대인관계 역량을 궁금해한다
기업이 제시하는 자기소개서의 항목을 분석해 보면 다음과 같이 대응 방향을 잡을 수 있다.
자기소개서는 최종 면접에서도 참고하는 중요한 문서이다. 면접 위원들이 지원자에게서 가장 듣고 싶은 이야기는 지원 동기다. 지원 동기는 기업이 지원자를 반드시 뽑아야 하는 이유가 된다. 직무에 적합한 사유를 묻는 것은 해당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지금까지 어떠한 준비를 했는지 보여달라는 뜻이다. 강점은 업무수행 역량을 의미하며 장점은 대인관계 역량을 의미한다. 입사 후 업무 비전은 지원자의 희망 사항이나 꿈에 관한 내용보다는 전문가로서 어떻게 업무 역량을 개발할 것인지 향후 계획을 묻는 것이다.
자기소개서 질문에 제대로 답변하기 위해서 미리 준비해야 할 사항이 있다. 지원자의 소재 정리이다. 소재 정리는 ‘자소서·면접 소재 시트’를 활용하여 정리하면 도움이 된다. 자기소개서는 글을 잘 쓰는지 평가하는 게 아니다. 면접도 말을 잘하는 게 핵심이 아니다. 기업에서 업무를 수행할 때 가장 기본이면서 가장 필요로 하는 게 의사소통 능력이다. 답변의 주제를 제대로 선택해서 논리적으로 작성하면 지원자의 의사소통 역량이 돋보일 수 있다. 또한, 면접에서 소재로 삼을 내용을 사전에 정리하는 것으로 의미를 둘 수도 있다. 간단하게 자기소개서와 면접을 글쓰기와 말하기의 관점에서 비교해보면 다음과 같다.
합격 가능성을 높이는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기 위해서는 먼저 질문의 요지를 파악해야 한다. 기업이 질문을 통해 지원자로부터 알고 싶은 내용이 무엇인지 알아야 이에 대응하는 주제를 정할 수 있다. 주제는 답변이며, 답변은 결론이다. 결국, 결론은 지원자의 주장인데, 주장에는 논거가 필요하다. 논거는 지원자가 정리한 소재를 활용하여 전개한다. 그래야만 질문자가 만족할 수 있는 답변을 기술할 수 있다. 구체성이 떨어지면서 지원자의 의지나 열정만 강조하는 자기소개서는 기업에서 별로 선호하지 않는다. 신입사원 후보자라기보다는 구직자로 보이기 때문이다. 기업은 취업만을 목적으로 삼는 ‘묻지 마 지원자’는 배제 대상으로 분류한다.
주제를 뒷받침하는 소재는 주로 육하원칙을 활용하거나 문제 해결 프로세스에 따라 설명을 한다. 즉, 문제 정의, 원인 분석, 개선(해결) 방안, 실행, 결과, 성과 및 확보 역량의 순서로 정리한다. 여기서 중요한 내용은 성과 및 역량이다. 기업은 지원자가 어떤 역량으로 회사에 이바지할 것인지에 관심이 있다. 지원자가 직무분석을 철저히 하고 본인의 소재를 잘 정리하면, 기업에서 요구하는 질문에 부합하는 적절한 답변을 작성할 수 있다.
단번에 서류에 합격하기를 희망한다면 무작정 작성하지 말고 질문의 요지를 먼저 파악하고 자신의 소재를 취합하여 자기소개서 작성전략을 세우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