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 시즌이 되면 취업준비생들이 겪는 채용 단계별 실패와 관련된 여러 가지 이야기가 떠돈다. 특히 서류 전형에서 떨어진 이들이 쏟아내는 대표적인 말이 몇 가지 있다.
"S사는 학벌은 많이 본대요."
"학점 3.x 이상만 통과시킨대요."
"나이 때문에 떨어진 것 같아요."
기업의 사업 성격이나 규모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4대 그룹 계열사를 기준으로 볼 때 반드시 그렇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공기업과 공무원 채용은 기회의 균등한 배분과 공정을 위해 블라인드 채용이 대세가 되고 있다. 대기업도 능력 위주로 채용 기조를 바꾸고 있기 때문에 학점 2점대 지원자들도 서류 전형을 통과하여 최종 면접까지 가서 합격하는 사례가 종종 나오기도 한다. 또한, 나이가 30세가 넘는 합격자가 나오기도 한다. 합격자의 출신학교는 전국적으로 분포하고 있다.
서류 전형에서 제출하는 서류는 지원서와 자기소개서다. 지원서는 후보자의 자격과 경력을 알려준다. 자기소개서는 기업이 지원자에 대해 알고 싶은 내용을 위주로 기술한다. 채용담당자는 항목별 질문을 통해 지원자의 이야기를 검토한다. 지원자의 주장과 논거의 사실 여부와 글을 통해서 어떤 사람인지를 파악한다. 두 가지 문서를 통해 채용담당자가 의사 결정을 하는데 충분한 근거를 제공하면 서류 전형 결과는 합격으로 분류된다.
매년 가장 많은 신입사원을 채용하는 삼성전자를 기준으로 보면, 학교, 학점, 나이 등 세 가지 요소에 대한 차별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서류 전형에 합격한 이들을 보면 세 가지 요소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기업은 채용과 관련된 지원자의 인적사항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 회사 내에서도 관련자 외에는 접근할 수 없는 인비(人秘)로 취급한다. 만약에 이와 관련된 내용이 인터넷 취업카페 등에 떠돈다면, 그건 누군가가 지어낸 이야기일 뿐이다. 그러니 학교, 학점, 나이가 취업의 장애요소라고 고민하는 취업준비생은 안심해도 된다. 본인이 입사하고자 하는 목표에만 집중하기를 바란다.
현직자 선배를 만나 정보를 얻는 지원자들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선배의 무용담을 듣는 이상의 의미를 두지 말아야 한다. 현직자 대부분은 자신이 어떻게 합격을 했는지 잘 모른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인비 사항이기 때문이다. 입사에 성공했다고 해서 인사팀에서 합격 사유를 알려주지는 않는다. 지금도 마음의 위안을 찾아서 여기저기에서 떠도는 근거 없는 내용을 참고하고 있다면 당장 그만두기를 바란다. 목표한 기업에 입사하기 위해서는 기업과 직무에 관해 철저하게 연구해야 한다. 동시에 자신이 무엇을 가지고 어떻게 상대방을 설득할지 논리를 마련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서류 제출을 위해 준비할 때는 채용공고에 나온 내용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분석해야 한다. 삼성전자의 사례를 들어본다.
위의 표는 지난 2021년 하반기 채용공고 내용이다. 삼성은 2015년 하반기 공채부터 학점 3.0/4.5 이상만 지원할 수 있었던 학점 제한을 폐지했다. 지원하는 직군의 영어 회화 기준만 충족하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영어도 OPIc이나 TOEIC 스피킹 중 어느 하나만 있으면 된다. 지원 공고를 아무리 꼼꼼하게 살펴봐도 출신학교, 학점, 나이로 지원자격을 제약하는 조건은 하나도 없다. 삼성전자 신입사원 중에는 30세가 넘는 이들도 있다. 최근에는 30대 중반의 지원자도 최종 면접까지 갔다. 출신학교는 다양했다. 다만 대학교가 수도권에 많이 모여 있기 때문에 지방대 출신 지원자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게 보일 수는 있다. 학점의 경우는 역시 2점대의 지원자도 최종 면접까지 올라갔다. 이러한 경우로 미루어 볼 때 임의적인 기준으로 지원자를 탈락시키는 사례는 없다고 생각해도 좋다.
근거가 없이 자신의 느낌이나 생각에서 나온 왜곡된 정보는 취업준비생에게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 쓸데없는 고민이 부정적인 상상력을 자극해서 자신감을 잃게 만든다. 그러다 보면 의욕을 상실하게 된다. 궁금한 내용은 인터넷 취업카페 등을 헤매면서 물어보지 말자. 대부분 자의적인 해석뿐이다. 기업의 입장에서 근거가 있는 내용은 별로 없다. 정말 궁금하면 지원하고자 하는 기업의 인사팀에 당당하게 문의하자. 세계 최고의 대학은 ‘들이대’다. 두려워하지 말고 문의해보자. 친절하게 안내해준다. 한 번은 다음과 같은 문의도 있었다. 모 디스플레이 기업에 최종 합격 통보를 받은 지원자였다.
"선생님, 고민이 있습니다."
"무슨 고민인데?"
"제가 색맹인데 입사가 취소되지 않을까 해서요"
지원자에게는 해당 기업 인사팀에 문의를 하라고 했다. 나는 지인을 통해 해당 내용을 확인했다. 색맹이라 해서 입사에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는 결론이었다. 그 지원자 역시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후에 연락을 해왔다.
잘못된 정보를 의지하면 취업 전쟁에서 패배할 수밖에 없다. 인터넷 카페, 유튜브 등에는 신뢰할 수 있는 정보가 생각만큼 그리 많지 않다. 부디 상식에 기반한 합리적인 분석을 하기 바란다. 누군가 해주기를 바라는 의존적인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취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자기 주도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를 유지하는 것은 중요하다. 근거가 희박한 소문에 의지하면 바로 앞에 놓인 좋은 기회마저 무용지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취업시즌에 더 이상 학벌이나, 학점, 나이를 본다는 헛소문이 떠돌지 않았으면 좋겠다. 대신에 희망을 주는 이런 말을 듣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