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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레인튜너 Apr 13. 2022

엄마~ 보고싶어~

엄마, 아이, 고립, 사랑, 분리, 불안

엄마~ 보고 싶어~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휴대폰으로 차를 촬영하고 있었다. 어제 당한 교통사고 때문에 보험사에서 지원하는 렌트카 상태를 확인하고 있었다. 한 1분 여 넘게 찍고 있는데 어린 여자아이가 아파트 현관 밖으로 나와 소리높여 울고 있었다. 울음 소리는 단지가 떠나갈 정도로 크고 서러웠다.


    "엄마, 어디있어, 어엉",
    "엄마아, 보고 싶어~, 으앙~"

    "아가, 여기에 사니?"


닭기똥 같은 눈물을 훔치며 고개만 끄덕였다.

    "집에 어른이 없니?"

또 고개만 끄덕였다.

    "춥다, 현관 안으로 들어가자, 어디 사니?

손으로 뒷쪽 계단을 가리켰다. 2층 000호에 사는 아이였다. 건너편 동에 살고 있으니 본 적은 없었다.

    "엄마가 왜?
    "오빠 학교(실제는 학원)에 갔어요."
    "그럼 집에 들어가서 기다리지."
    "비밀 번호를 몰라요, 훌쩍훌쩍"


난감했다. 보아하니 엄마가 멀리 간 것 같지는 않았다. 홑옷만 입고 있어서 몹시 춥게 보였다.일단 관리사무소에 전화를 했다.

    "여기 000동 000호 아이가 울고 있는데 아이 엄마가 잠깐 외출한 것 같아요. 전화로 세대주에게 연락 좀 부탁드립니다."

나는 딸래미에게 전화해서 막내 아들 점퍼라도 가지고 나오라고 했다. 아직 2월 초순이니 찬바람이 불고 날은 추웠다. 내 점퍼를 벗어서 감쌌는데 무거운지 그냥 벗어버렸다. 때마침 딸래미가 막내 아들 잠바를 갖고 내려왔다. 아이와 눈높이를 맞추며 얘기하는 예쁜 언니(?)를 보고 아이의 울음이 조금은 잦아들었다. 딸래미는 아이를 안아주며 안심시키고 다독여주었다. 아이가 조금은 진정됐다.

관리사무소 직원이 왔다. 아이 엄마하고 통화했단다. 오빠를 학원에 데려다주는데 잠깐 집에 혼자 있으라고 했나보다. 6살짜리 어린 아이를 혼자 집에 두는 건 잘한 일이 아니다. 왜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5분 정도 지났을까, 바로 앞에 차 한 대가 주차한다. 운전자가 급하게 내리는 걸 보니 아이 엄마가 분명했다. 허겁지겁 달려오더니 아이를 감싸 안았다. 아이가 엄마를 부르며 품에 안겼다. 다행이다. 엄마는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올라갔다. 짧은 시간 동안 아이가 얼마나 놀랐을까 생각하니 마음이 짠했다.  




지금까지 아이 다섯을 키우면서 엄마 품에서 잠시라도 떨어뜨려 본 적이 없다. 혼자서 1년 동안 큰 아이 셋을 키울 때도 셋째를 등에 업고, 양쪽 손에 첫째, 둘째를 꼭 잡고 데리고 다녔다. 우리 부부는 아이들의 정서에 크게 신경을 쓰는 편이었다. 어떤 경우에도 아이들만 집에 남겨두는 일은 없었다. 


어릴 때 혼자 길을 잃고 헤매어본 경험이 여러 번 있어서 분리되고 고립되는 두려움이 무엇인지 안다. 어린 아이는 눈앞에 있는 거 외에 볼 수 없다. 항상 자기를 보살펴주는 엄마라는 존재가 바로 눈앞에 있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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