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이면 가는 식당이 있다. 인천역 근처에 있는 '부안식당'이다. 거기서는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마음껏 먹을 수 있다. 잔치국수, 가자미조림, 계란찜, 콩나물국, 김칫국, 미역국, 묵은지찜, 계절 나물, 풋고추... 옛날에 어머니가 해주시던 음식 맛을 느낄 수 있어서 간다.
이상한 건 시간이 지나면서 엄마 손맛이 나는 음식을 접하는 게 어렵다는 사실이다. 어떤 식당에서는 직접 김치를 담거나 나물을 무치는데 어쩌다 엄마의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요즘은 유명한 음식점이라도 김치 맛은 어딜 가나 비슷하다. 다 공장에서 사 와서 그런가 보다. 고춧가루도 우리 게 아닌 것 같고...
중학교 3학년 하굣길에 부평시장 초입에서 먹던 포장마차 국수도 맛있었다. 오뎅 국물에 말아줬던 국수는 국물 외에 별것 없었다. 도시락은 2교시가 끝나면 쉬는 시간에 먹곤 해서 학교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출출한 배를 달래는 데는 국수가 최고였다.
어릴 때 맛있게 먹은 음식인데 지금은 맛볼 수 없는 것들이다. 묵은 총각무 지진 거, 김장 김치에 두부 넣은 김치찌개, 엄마가 빚어주던 만두, 깡 된장국, 아플 때 먹은 회빈장 짜장면... 회빈장은 어릴 때 내가 살던 동네에 회교가 하던 중국집인데 맛이 일품이었다. 인천 차이나 타운을 아무리 돌아다녀 봐도 그 맛을 내는 집을 찾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