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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레인튜너 Apr 21. 2022

걸으니 생명이 보이기 시작했다

봄, 명지 바람, 라일락, 꽃내음, 걷기, 생명, 하늘

걷기는 유익하다.




 자동차를 많이 이용했다.

느낄 수 있는 건

창문을 열었을 때 밀려드는 맞바람뿐이다.

도로 양쪽에 보이는 산비탈의 나무와 꽃,

고즈넉하게 보이는 집들도 순식간에 지나쳐버린다.

눈에 담기는 게 없다.


자전거는 자동차보다 그나마 낫다.

아라뱃길에서 자전거를 달리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게 있다.

가끔 물 위를 유유히 떠다니는

오리 떼가 보이기도 한다.

봄에는 꽃이 흐드러지게

핀 걸 볼 수도 있다.

인공 폭포지만 물이 시원하게 떨어지는 것도 보인다.




걷다 보니 정말 좋은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첫째, 나 이외의 생물을 만날 수 있다.

길가에 모여 먹을 걸 찾아

부리를 쪼는 참새가 알뜰하게 보인다.

뒤뚱뒤뚱 걸으면서 모이를 찾는

닭둘기가 사랑스럽게 보이기도 한다.

주인과 함께 한가롭게 산책하는

강아지는 귀엽다.


둘째, 예쁜 꽃들이 나를 맞아준다.

매년 봄이 되면 자리를 옮기지 않고

그 자리에서 사람을

맞아주는 꽃들이 어여쁘다.

고상해 보이는 목련꽃,

화무십일홍을 그대로 느끼게 하는

봄에 내리는 벚꽃,

예쁘지 않아도 붉은 빛깔로

심심한 발길을 멈추게 하는 철쭉,

마음을 동요의 세계로 이끄는

나리 나리 개나리...


셋째, 몸의 신진대사를 도와준다.

등줄에서 땀이 난다.

겨드랑이에서 땀이 난다.

건강하다는 신호다.

걷고 나면 허벅지에서

지방이 타는 느낌이 난다.

덤으로 생각이 잘 정리된다.

유명한 철학자들이 왜

산책을 즐겼는지 알겠다.

 



봄이 되면 느낄 수 있는 바람이

많다.

꽃샘바람은 이미 지나갔다.

지금은 꽃바람을 느낄 수 있다.

곧 명지 바람이 불어올 거다.


무엇보다 더 좋은 건,

걸으면서 하늘을 볼 수 있다는 거다.


깨어있는 낮 동안에는

암흑으로 가득 찬 우주가

공기와 빛의 산란으로

푸르른 하늘로 변한다.


내가 발로 딛고 있는

지구 이외에

아름다운 하늘을 볼 수 있는 곳은

우주 그 어느 곳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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