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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레인튜너 Apr 21. 2022

분수를 지키는 인생

태종 이방원, 역사드라마, 조선시대, 양녕대군, 충녕대군, 여흥 민 씨

어쨌든 사람은 죽는다.




KBS 역사 대하드라마 '태종 이방원' 28화에서 원경왕후의 동생 민무구와 민무질을 죽인다. 어린 시절 외가에서 자란 세자(양녕)에게 왕비는 외숙들을 살리는 주청을 넣으라고 부추겼다. 하지만 세자는 자기를 왕으로 만들어줄 아버지 편에 서서 외숙들을 죽이라고 주장한다. 국왕인 아버지로부터 인정을 받고 싶었고, 한편으로는 그래야 남은 외가 식구들을 구할 수 있을 거라는 계산에서 그리한 것 같다.


결국 불나방처럼 권력을 향해 분수를 지키지 못했던 두 남자는 사약을 받는다. 태종은 왕으로서 외척의 발흥을 못 보는 성격이다. 국정을 왜곡하기 때문이다. 처가 여흥 민 씨 집안은 분수를 지켜도 죽음을 피하기 쉽지 않은 처지인데 일가가 권력에 취해 꿈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해 멸문지화를 자초했다. 


절대 권력은 절대로 나눌 수 없다는 고사를 살피지 못한 탓이다. 알았어도 마약보다 더 강력한 권력에 취했으니 벗어나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이방원은 권력을 쟁취한 이후 국가의 기틀을 닦기 위해 이전의 관습과 관례를 혁파한 왕이다. 이 사실만 잘 깨달았어도 민 씨 가문은 화를 면할 수 있었지만, 토사구팽을 이미 생각한 왕의 올가미에 스스로 걸려든 것이다. 냉혹한 권력의 세계에서 일어난 일이지만 인생의 지혜를 배울 수 있는 장면이다.




민무구와 민무질이 사약을 받는다. 민무질이 먼저 사약을 마시고 피를 토하며 죽는다. 생명이 끊기는 순간을 보면서 다음과 같은 생각이 스쳤다.


    1. 意識은 무엇인가?

   2. 의식의 실체는 무엇인가?

   3. 혼수상태는 무엇인가?

   4. 수면은 무엇인가?

   5. 정신이 나간 것은 무엇인가?


잠시 동안 코와 입의 들숨과 날숨이 멈추어도 죽는 게 인생이다. 젊은 시절 어머니와 아버지의 죽음을 보면서 책으로 배운 空手來空手去를 확실히 알게 되었다. 인생 아등바등하지 말자는 생각을 23살 청년 때 했다. 지금 50 중반을 넘어 이순(耳順)에 가까워지면서 이 생각이 더욱 확고해진다.


- 태종 이방원 28화, 민무구 민무질 형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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