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통, 고통, 의욕 상실, 건강, 건전한 정신
어제 아침과 마찬가지로 오늘 아침에도 머리가 아프다.
책 세 권 반납하러 북구도서관으로 향했다. 30분 걸었다. 습관에 따라 신의주찹쌀순대국을 맛있게 먹었다. 먹고나니 수고한 위장을 달랠 겸 도서관 앞뜰 벤치에 앉아 쉬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편한 자세다(slouching).
두통 때문에 책상 앞에 앉아 있는 게 힘들어 글쓰기는 하지 않았다. 진통제를 먹은 후 소파에 앉아 눈을 감고 세 시간을 보냈는데도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유튜브 크레이에이터 교육은 받는 둥 마는 둥 끝냈다. 도대체 오늘 들은 내용이 뭔지 기억 나지도 않는다.
바깥공기 좀 쐬면서 걸으면 좋아질 것 같아 나왔지만, 아직까지 아프다.
두통은 젊은 시절부터 나를 꽤나 괴롭혔다. 군대 시절 군복 왼쪽 윗 주머니에는 항상 게보린, 아스피린 같은 진통제를 넣고 다녔다. 직장 생활을 할 때는 두통 때문에 월차를 내고 출근을 하지 않은 날도 있었다.
신기하게도 미국에서 1년 동안 연수할 때는 두통으로 고생한 기억이 없다. 진통제(pain reliever)를 딱 한 번 먹었으니 두통이 있었다고 할 수도 없다. 아마도 공기도 맑고 환경이 좋아서 그랬던 것 같다. 숲 속에 지어진 아파트(3층짜리)에서 살았는데 8개월 동안 자동차 세차를 안 할 정도로 대기 환경은 항상 최상이었다. 호숫가와 멀지 않은, 지금도 다시 살고 싶은 그런 곳이었다.
퇴직하고 난 이후로 두통이 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몸에 무리가 가도록 일하지도 않았고, 스트레스받는 일이 적으니 머리 아플 일이 없다. 요즘 신경 쓰는 일이 좀 있어서 그런가, 아니면 잠자리가 불편해서 그런가.
푹 쉬는 게 도움이 되겠지. 오늘은 책 읽는 것도, 글 쓰는 것도, 영화와 드라마를 보는 것도 땡땡이를 친다. 도서관 벤치에 앉아 푸른 하늘, 초록빛 가득한 가로수, 잔디 위를 뒤뚱뒤뚱 걷는 비둘기를 보면서 소위 힐링 좀 해야겠다.
이어폰에서는 좋아하는 음악이 나와 세상의 소음을 차단해주니 공자님 말씀이 생각난다.
(유붕자원방래 불역락호)
지금 즐길 수 있는 것들은 모두 내 朋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