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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레인튜너 Apr 18. 2022

논어 첫 구절, 學而時習之

공자, 논어, 학이편, 태종 이방원, 양녕, 충녕, 學而時習之 不亦說乎

KBS 드라마 태종 이방원 27화, 세자와 충녕대군(훗날 세종대왕)




그동안 충녕은 어왕(어쩌다 왕)이 된 줄 알았다. 드라마에서는 충녕의 말과 표정에서 권력을 향한 숨길 수 없는 욕망을 살짝 흘려준다. 결국 태종이 세자와 충녕을 불러 비교를 한다. 논어 맨 처음에 나오는 구절을 인용하여 둘에게 뜻을 묻는다.


學而時習之 不亦說乎
배우고 때때로 그것을 익히면
 이 또한 기쁘지 않은가?

세자는 배운 걸 그대로 외워서 되뇌었다. 태종이 어떻게 뜻을 새겼는지 물었다. 그러자 세자는 평범한 답변을 내놓는다.


"지금은 힘들고 고된 일이지만, 장차 학문이 경지에 오르면 글공부가 얼마나 즐거운지를 깨닫게 되니 그때까지는 참고 이겨내자고 새겼습니다."


학교에서 시험을 본다면 100점을 줄 수 있는 내용이다. 현재 우리나라 대학에서도 이 수준의 답변이면 A+ 학점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 세상일은 책에 나와 있는 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일 잘하는 사람은 개론서 수준의 지식만 가지고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 일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해석과 반응이 중요하다. 해석은 정답이 아닌 해결책을 강구하는 것을 의미한다. 반응은 실행, 즉 실천이다. 양녕의 수준이면 학문을 좋아하는 군왕이 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온갖 복잡하고 다루기 힘든 국사를 해결할 아이디어가 나오기가 힘들다. 


반면 충녕이 답한 내용은 본인의 생각한 바를 정리해서 군왕의 관점에서 해답을 제시한다. 요즘 말로 스마트한 거다. 


"이것은 단지 배움의 기쁨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임금이 가야 할 길을 말하는 것으로 생각되옵니다. 여기서 배움이란 군왕이 군왕답게 나라를 이끌어가는 법을 말하는 것이니 신하들에게서도 기꺼이 배우겠다는 자세로 임하여야 하며 그럼 신하들이 군왕에게 다가가는 것을 어려워하지 않으니 이는 필경 임금에게도 신하에게도  기쁜 일이 될 것이라고 해석했사옵니다."


왜 이 구절을 군왕의 눈으로 봤는지 묻자 다음과 같이 답했다.


"공자의 가르침은 인간의 본성을 파악하여
것을 어떻게 통치에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라고 생각되옵니다.
그래서 이리 해석했사옵니다."


경전에 쓰여 있는 문자적 의미가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TPO(때, 장소, 경우)에 따라 해석은 달리해야 한다. 드라마는 눈요기로 유용하다. 심심풀이(killing time)로는 제일이다. 그러나 잘 들여다보면 드라마나 영화에서 배울 수 있는 내용이 많다. 관점을 바꾸고 해석만 달리하면 그런 안목이 자연스럽게 길러진다. 어차피 인간에 관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 드라마 태종 이방원 27화의 한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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