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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레인튜너 May 01. 2022

시장 군고구마 장수, 나무 타는 냄새는 추억

불장난, 놀이문화, 쥐불놀이, 군고구마, 시장, 추억

어릴 적 동네에서 불장난을 많이 했다.




1977년, 78년, 79년 경의 추억이다.  

시골은 아니었지만 개발이 한창이던 시대라 주택가 공터에 집을 짓다 남은 나무 판때기나 플라스틱으로 만든 막걸리병이 여기저기 많이 널브러져 있었다. 불쏘시개로 최고였다. 특히 막걸리병을 태울 때 작은 불덩이를 물웅덩이에 떨어뜨리면 꼭 날아가는 비행기에서 폭격하는 모양처럼 연출되곤 했다. 신기했다.


그제 칼국수를 먹으러 부평시장에 들렀다.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어디선가 나무 타는 냄새, 정확히 말하면 어릴 때 불장난을 떠올리는 불냄새가 났다. 두리번거리면서 지나다 보니 골목 어귀에서 채소를 파는 아주머니가 군고구마도 판매하는지 불을 지피고 있었다. 난로 아가리에 나무 판때기가 반쯤 걸쳐져 있었다. 오래전 기억을 끄집어내는 반가운 냄새였다.


예전에 살던 동네 큰 길가에는 목재소가 몇 군데 있었다. 앞을 지날 때면 목재와 톱밥에서 풍기는 나무 냄새가 좋았다. 도시 개발이나 정비 사업으로 언제부터인가 제재소는 주변에서 전혀 볼 수 없다.




국민학교 5학년인 1977년에 새롭게 조성된 주택 단지로 이사했다. 단지 한 구석에는 핸드볼 경기장 만한 공터가 있었다. 예전에 미군부대 자리여서 바닥이 잘 다져서 있었다. 축구, 야구 등 뛰노는 놀이 장소로 딱이었다. 어릴 때라 노는 게 즐거웠다. 동네에서 새로 사귄 친구들은 대부분 나보다 한두 살 어렸다. 자연스레 골목대장이 됐다. 내가 하고 싶은 놀이를 골라서 할 수 있었다. 축구, 야구, 짤짤이, 딱지치기, 단방구, 오징어 닥꽝 놀이, 구슬치기 등 안 해본 놀이 없이 다 해봤다. 추운 날씨엔 그중에서도 불놀이가 제일 재미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위험한 놀이를 주택가에서 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추수가 끝난 후 정월 대보름에 시골 논바닥에서 하는 쥐불놀이를 주택가 공터에서 했으니 어른들의 걱정이 이만저만한 게 아니었을 테다. 가끔 욕쟁이 할머니와 육군 대령으로 예편한 꼰대 아저씨가 자주 나무랐다. 그러나 그때뿐이었다. 개구쟁이는 진짜 말을 안 듣는다. 말을 잘 들으면 아이가 아니니까...


학교에 있는 놀이기구는 고작해야 구름다리, 철봉, 지구본 정도였는데 재미가 별로 없었다. 뛰어놀려고 해도 수위 아저씨는 5시나 6시면 운동장 문을 잠근다고 다 나가라고 했다.  그러니 해가 지고도 맘 놓고 놀 수 있는 공간은 동네 공터가 유일했다.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공터에서 노는 일은 자연스레 줄어만 갔다. 가끔 옆 동네 아이들과 축구나 야구 게임을 할 때가 아니면 밖에 나가서 국민학생들과 노는 걸 유치하게 느꼈나 보다.




시장통을 누비다 보면, 어릴 적 엄마의 손을 잡고 백마시장에 갔던 일이 떠오른다. 그때 맡았던 생선 비린내도 잊히지 않는다. 생선 비린내는 참을만했다. 생선 구이나 조림을 무척 좋아했기 때문이다. 참기 힘들었던 건 돼지고기 삶는 냄새였다. 아마 족발이나 순대에서 나는 잡내였을 것으로 생각한다. 청년이 될 때까지 전혀 입을 대지 않은 음식이었으니 맞을 거다. 족발은 20대 중반 직장 생활을 하면서 입에 대기 시작했고, 순대는 30대 후반이 되어서나 먹었으니까...


시장에서 뭔가 맛있는 걸 찾기보다는 그저 거닐면서 추억에 빠지는 게 즐겁다. 시간이 흐르면서 언젠가는 기억에서 멀어질 것이다. 현실에서는 도시재개발로 없어지기도 할 거다. 그래도 아련한 추억에 잠기는 순간만은 행복하다. 엄마의 냄새, 엄마 손에서 전해지는 따스함을 떠올려주니 고마울 따름이다. 엄마가 담근 김치 맛을 볼 수 있는 곳이 점점 사라져간다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 부평시장 : https://bit.ly/3vSzhKN

■ 백마시장 : 카카오 지도에 산곡시장으로 나와 있으나 어릴 적부터 백마시장이라고 했다.
                   2022년 현재 몇몇 점포가 남아 있으나, 곧 도시 재개발 사업으로 사라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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