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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레인튜너 May 01. 2022

기호지세 騎虎之勢

태종 이방원, 기호지세, 양녕, 충녕, 세종대왕, 심온, 외척

드라마 태종 이방원 31화에서 폐세자가 양녕대군이 되고 충녕대군이 세자가 되어 궁궐로 들어온다.




태종 왕이 되고 18년을 매일같이 싸우며 달려왔다. 중전에게는 세자에게 곧 양위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 호랑이 등에서 내려오겠다고 했다. 이 대사를 들으며 떠오른 말이 기호지세다.


■ 기호지세(騎虎之勢)
「호랑이를 타고 달리는 기세(氣勢)」라는 뜻으로, 범을 타고 달리는 사람이 도중(途中)에서 내릴 수 없는 것처럼 도중(途中)에서 그만두거나 물러설 수 없는 형세(形勢)를 이르는 말.

출처 : 디지털 한자사전 e-한자



태종 말 그럴듯하게 했지만 또 다른 사냥을 준비하는 복선에 지나지 않았다. 새롭게 세자가 된 충녕대군의 처가를 절단 낼 궁리를 한 것이다. 태종은 권모술수가 뛰어난 왕이다. 특히 외척이 설쳐대는 것을 너그럽게 봐줄 생각이 없는 사람이다.


태종은 고려가 망하는 것을 두 눈으로 목격했다. 5백 년 왕국이 망하는데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정상적이고 합리적인 통치가 불가했던 상황을 잘 이해하고 있었던 것 같다. 게다가 아버지 이성계가 새로운 왕조를 세울 때 계모의 자식에게 세자 자리가 돌아간 것 격분했다. 1차 왕자의 난으로 이복동생들을 죽이며 결국 피를 본다. 2차 왕자의 난으로 또다시 왕권을 향한 확고한 의지를 다졌다. 왕위에 오르기 전에는 아버지의 처가 문제를 처리하고, 왕이 되어서는 자신의 처가를 처리했다. 남은 건 세자의 처가뿐...




태종이 상왕 자리로 물러나면서 모든 권한을 세종에게 이양했으나 병권하고 인사권은 그대로 손아귀에 쥐고 있었다. 드라마에서는 세종의 처가가 나름 조심하고 또 조심했으나, 세상의 인심은 그만한 지혜가 없었다. 어떻게든 빌붙어서 떡고물이라도 묻히려는 시정잡배들이 영의정 심온(沈溫) 주변에 모인다. 결국 명나라에 사신으로 나가면서 몰려든 환송 인파 소식을 듣고 태종이 마음을 굳힌 듯하다.


태종의 처가 여흥 민 씨 집안은 포커페이스를 유지하지 못해 화를 입었다. 폐세자 양녕의 장인이었던 김안로는 처신을 잘한 것이지는 모르겠으나 해를 입은 적이 없다. 세종의 처가는 나름 조심한 것 같으나 태종은 언제 이들을 처리할지 주판을 두드리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런 와중에 병조참판 강상인의 실수를 트집 잡아 태종은 사돈 집안을 도륙 낼 계략을 꾸민다.


■ 심온(沈溫)

심온은 조선 전기 호조판서, 좌군 총제, 판 한성부사 등을 역임한 문신이다. 1375년(우왕 1)에 태어나 1418년(세종 즉위)에 사망했고, 세종의 장인이다. 고려조정에서 벼슬을 하다가 아버지 심덕부와 함께 조선 창업에 참여하여 간관의 직무를 맡아보았다. 세종이 즉위하자 국구로서 영의정이 되어 정치의 실권을 가까이하기에 이르렀다. 1418년에 사은사로 명나라에 가게 되었는데, 이때 동생이 상왕 태종의 병권 장악을 비난한 것이 화근이 되어, 이듬해 귀국 도중에 의주에서 체포되어 수원으로 압송, 사사되었다. 문종 때에 관직이 복위되었다.

출처: 한국민족문화 대백과사전(심온(沈溫))


병조참판 강상인의 입에서 배후가 '심온'이라는 말이 나올 때까지 무지막지한 고문을 가한다. 상왕의 충복인 좌의정 박은(朴訔)이 악역을 맡았다. 박은은 심온과 정적 관계였다고 한다.


왕이 둘인 상황에서 병조참판의 사소한 실수를 트집 잡아 심온의 동생인 심정과 강상인을 먼저 처형한다. 명나라 사신 길에서 돌아온 세종의 장인은 대질심문 한 번 하지 못하고 처참하게 죽음을 맞았다.


삼국지(三國志)는 조선시대 중기에 전래되었다고 한다. 태종이 삼국지를 읽은 일이 없는 게 분명한데, 삼국지에 나오는 조조(曺操) 보다 못됐다는 생각이 든다. 군왕의 자리는 인간이기보다 괴물이 되어야 하는 자리였나 보다.


권력을 잡을 때까지는 친구도 있고 동지도 있고, 뜻을 함께 하는 무리가 형성된다. 하지만 절대 권력을 잡게 되면, 공적이든 사적이든 여러 가지 이유로 권력을 나누는 일은 절대 없는 듯하다. 특히 실력이 아닌 혼맥(婚脈)으로 열매만 따먹는 인간을 태종은 별로 달가워하지 않은 듯하다.


- 드라마 태종 이방원 31화, 좌의정 박은, 병조참판 강상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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