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준비생이 착각하는 게 있다. 회사에 자기소개서를 제출하면 채용담당자가 잘 읽고 판단해줄 것으로 생각한다. 미안하지만 여러분이 제출한 자소서는 대체로 제대로 읽히지 않고 버려진다. 몇 날 며칠 밤을 새우며 썼으니 읽어줄 거로 생각한다면, 당신은 세상을 모르는 순진한 사람이다. 지금 앞에 자소서가 있다면 채용담당자의 관점에서 한번 읽어보기를 바란다. 호감을 주는 내용인지, 문장과 문단이 눈에 잘 띄는지 살펴보기를 바란다.
자소서를 잘 쓰기 위해 가장 먼저 할 일은 질문의 요지 파악이다. 국어사전에는 요지(要旨)를 ‘말이나 글에서 핵심이 되는 중요한 내용’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회사에서 일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있다.
“그래서 요점이 뭔가요?”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 무엇인가요?”
채용담당자로 자소서를 평가하는 현직자는 대체로 업무 역량이 뛰어나다. 회사에서 나름 인정받는 직원이다. 이들은 직무에서 뛰어난 역량을 보인다. 역량이 뛰어난 사람들은 주로 문서 작성도 잘한다. 상사를 설득하고 일을 잘 진행하기 위해 비즈니스 글쓰기 능력이 있다는 뜻이다. 이들이 자소서를 평가하는 기준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면 자소서의 방향성을 잘 정할 수 있다.
내용을 읽고 이해하기보다는 한눈으로 보고 파악한다
자소서를 읽다 보면 비즈니스 문서라기보다는 에세이를 쓴 지원자가 대부분이다. 에세이는 소재나 주제의 제약을 받지 않고 쓰는 글이다. 대상을 특정하지 않기 때문에 글을 쓰는 이가 보고, 듣고, 경험한 내용을 느낀 그대로 자유롭게 쓴다. 이런 글은 계속 읽어야 중간이나 끝에 가서 주제를 파악할 수 있다. 학교에서 배운 서론, 본론, 결론의 순서로 작성하여 결론이 끝부분에 나오기 때문이다. 이와는 다르게 비즈니스 문서는 중요한 내용을 항상 문두에 위치한다.
자소서는 비즈니스 문서다. 공식 문서라는 의미다. 공식 문서는 읽는 대상이 정해져 있다. 문서를 작성하는 목표와 목적이 분명하다. 기업은 지원자의 자소서를 읽고 신입사원 후보로 적정한지 아닌지를 판단한다. 지원자는 채용담당자를 설득하여 입사에 성공하기 위해 자소서를 작성한다. 이 두 가지 목적이 서로 맞아떨어져야 서류전형에서 합격할 수 있다.
채용담당자는 대부분 자소서를 정독하기보다는 첫 문장을 읽으면서 한 번에 전체 내용을 파악한다. 속독법을 배우지 않았지만, 현업에서 문서를 많이 접하다 보니 한 눈으로 문서를 파악하는 능력이 있다. 지원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주기를 기대하면서 자소서를 제출한다. 바람대로 다 읽어줄까? 간혹 그럴 수도 있지만, 대체로 그렇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당신의 자소서가 채용담당자를 붙잡고 있는 시간은 길어야 2~3분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승부처는 1번 질문에 답하는 첫 문장과 첫 문단이 된다.
읽고 싶은 자소서, 읽기 싫은 자소서
첫 문장, 첫 문단에 질문과 관련이 없는 내용을 기술하면, 채용담당자는 자소서 읽기를 포기한다. 알고 싶은 내용이 아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채용담당자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자소서가 통과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자소서는 대부분 질문 하나에 700자에서 1,000자 이내로 제한한다. 문단으로 배열하면 3~4개로 소재 2개 정도를 설명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분량이다. 잘 읽히는 자소서를 작성하려면 두 가지 사항을 고려해야 한다.
1. 내용 : 어떤 소재로 무슨 내용을 전달할 것인가
2. 형식 : 상대방을 설득하려면 어떤 방법으로 전달해야 하는가
첫째, 질문에 직답할 수 있는 소재를 선택해서 작성해야 한다. 지원 동기에 회사의 홍보 문구나 보도 자료 내용을 인용하는 자소서는 쉽게 읽히지 않는다. 직무 역량을 묻는 데에는 지원자의 역량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단순히 전공과목을 수강했다, 실습했다, 공부했다 등의 표현은 단순한 정보의 나열에 지나지 않는다. 경험을 설명할 때는 ‘무엇을’, ‘어떻게’, ‘왜’의 구체적인 내용과 경험의 의미를 부여해서 설명해야 한다.
둘째, 한눈에 내용을 파악할 수 있도록 작성해야 한다. 반드시 한 문장에는 하나의 메시지만 담아 단문(單文) 위주로 작성한다. 어떤 지원자의 경우 한 문장이 4~5행으로 늘어지면서 내용을 7~8개 정도를 넣기도 한다. 채용담당자가 읽고 무슨 말인지 생각하게 만들면 십중팔구 불합격이다. 쉽게 읽히지 않는 글을 좋아할 사람은 없다. 지원자가 수천, 수만 명인데 굳이 장황하게 쓴 내용을 끝까지 읽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내용이 바뀔 때는 문단을 구분해야 한다. 한 문단은 5~6개의 문장으로 최대 6~7행이 넘지 않도록 구성한다. 채용담당자가 내용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말하고 싶은 내용을 글로 표현하는 것이므로 소리를 내어 읽으면서 사용한 단어와 문장이 자연스러운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작성을 마치면 부산대 맞춤법(http://speller.cs.pusan.ac.kr/)으로 세 번 확인한다. 문법과 어법에 어긋나는 내용이 없도록 해야 한다. 맞춤법에 틀리는 표현이 나오면 읽는 사람의 수고가 늘어나고, 결국 지원자에 대한 호감도는 떨어진다.
인재상은 허상이다. 외우지 말고 해석하라
자소서를 지도하다 보면 기업의 인재상을 억지로 맞추어 쓰는 지원자가 종종 있다. 여러분이 알고 있는 인재상은 허상(虛像)이다.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기업의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인재상은 대체로함축되고 압축된 용어를 사용한다. 자소서에 인재상을 직접 언급하는 건 아무런 쓸모가 없다. 삼성, SK, 현대차, LG, 롯데 등 5대 그룹의 인재상은 열정, 창의, 도전, 협력, 혁신, 도덕, 소통, 실력 등 8개로 요약할 수 있다. 여러분은 각 기업의 홈페이지에 나오는 인재상과 설명을 참고하여 자신을 표현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채용담당자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는 게 틀림없다.
5대 그룹 인재상
기업이 인재상을 정의하는 목적이 무엇인지 생각하라. 기업은 이익 창출이 최종 목표다. 그러기 위해 경영목표를 세운다. 목표 달성은 각 사업부, 각 팀, 각 담당 직원의 업무 완결에서 비롯된다. 직원에게 기본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문제 해결 능력이다. 즉 일 처리 능력이다. 기업이 인재상을 제시한 속뜻은 문제를 해결하고 본인의 업무를 완결하여 회사의 목표 달성에 공헌하라는 것이다. 인재상의 숨은 뜻은 해석하지 않고 열정이 있다,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소통 능력이 있다고 추상적으로 표현한들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채용담당자는 한 명도 없다. 다시 한번 강조하는데 인재상을 재인용하지 말고 지원자 자신의 해석에 따라 구체적인 사례로 설명해야 설득력이 있다.
자소서는 확률 게임이다. 확률을 높이는 방법을 궁리하라. 상대방을 설득하려는 노력 없이 글만 잘 쓴다고 합격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요행은 통하지 않는다. 확률은 행운의 영역이 아닌 과학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자소서를 잘 쓰고 싶다면 세 가지를 바꾸는 것부터 시작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