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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레인튜너 Nov 17. 2022

교회 장로님이 별말씀을 다 하시네

나비, 죽음, 묏자리, 부활, 중생, 기독교, 꼴통, 이해, 관용

나비야 나비야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기 전에 선산 묘택에 들른 적이 있다. 큰 아들 돌이 지나고 전주에 있는 할아버지 집에 내려갔을 때다. 그때 할아버지는 93세였다. 선산은 모악산 금산사 뒤쪽에 자리했다.


어릴 적부터 들은 얘기가 있다. TV 드라마나 소설에서 볼 수 있었던 흔한 얘기다. 원래 우리 집안의 선산이었으나  할아버지의 사촌이 빼돌렸다고 했다. 할아버지는 작은 집이라고 했는데, 나에게는 8촌되는 집안이다. 묏자리에 가보니 왼쪽는 할아버지 사촌 집안의 무덤이 모여있었다. 우리 쪽에는 고조부와 증조부의 산소가 있었다. 그 밑에 할아버지 당신이 누울 자리를 마련해 놓았다. 자리는 좋았다. 남향의 양지바른 곳이었으니까...


할아버지가 묏자리를 준비하면서 겪은 경험을 얘기했다.



얘야, 지난번 여기에 왔을 때
나비 세 마리가 저 쪽에서 날아와
 여기를 맴돌다가 북쪽으로  떠나가더라.


속으로 생각했다. 소위 기독교 장로님이면서 별말씀을 다하시는구나. 내가 한창 젊었던 시절이고 거의 교조주의적 성향의 기독교인이었기에 그 말을 이상하게 여겼다. 우리는 증조부께서 동학 운동 후에 야소(耶蘇)를 믿고 기독교 집안이 된 지 100년이 된 가문이다. 할아버지가 샤머니즘에서나 들을 법한 말을 하시는구나 생각했다.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내게는 그저 그렇게 흘러가는 말이었다. 그로부터 3년 반이 지나고 할아버지는 영원한 고향집으로 전입신고를 했다.




나비는 대부분 상서로운 일을 상징한다. 나비는 애벌레 시절을 지나 변태(變態)하는 곤충이다. 나비는 민화나 속담, 예술가들의 그림이나 시, 노래, 소설 등에 등장한다. 인연과 행복, 죽음과 영혼, 부활과 변신, 자기(개성화)를 상징한다고 한다. 모래놀이치료에서 등장하는 나비는 자기 정체성을 찾고 통합을 이루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자신의 문제를 극복하고 자기(Self)를 찾아 대극통합(對極統合)을 이루어 간다고 한다.


- 나비의 일생 -


무색 애벌레로 섬세한 아름다움을 지닌 절묘한 날개 달린 생물로 변신하기 때문에 나비는 변화와 희망의 은유가 되었다. 문화 전반에 걸쳐 중생과 부활, 물리적 감옥에 대한 영과 영혼의 승리를 위한 상징하기도 한다. 고대인들은 영혼과 빛에 대한 무의식적 매력의 상징으로 믿었다.
☞인용 : https://bit.ly/3OYo6Jm


나이를 먹고 보니 예전처럼 흑백논리로 세상을 보지 않는다. 젊을 때는 무슨 사명감(?)에 충만해서 그랬는지 타협을 잘 안 했다. 관용도 잘 몰랐다. 나만 옳다고 굳게 믿으며 산 때가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치기에 넘쳐 어리석었던 시절이다.


교조주의는 위험하다. 타자에 대한 관용이 없다.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보다는 절대적인 기준만 고집한다. 세상 일 중에 죽는 거 외에 절대적인 건 없다. 알량한 잣대를 여기저기에 들이밀 필요가 없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고 믿는 바가 다르기 때문이다. 넉넉하게 생각하면 인지상정(人之常情)의 마음으로 살 수 있다. 그저 이해하고 받아들이면 된다. 물론 비정상적인 '미친 놈들'은 제외다.


세상을 어지럽히는 사람은 여러 부류가 있다. 나쁜 짓을 하는 사람도 많지만 더 질이 떨어지는 인간은 자신의 신념을 다른 사람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이들이다. 많이 배웠든, 얕은 지식만 알고 있든 상관없이 사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 나타나는 현상이다. 인간사, 피곤하게 살 필요가 있을까? 인생은 고단하지만 행복하게 사는 방법은 인정하고 베푸는 것 같다.


다른 건 틀린 게 아니라 그냥 다른 거다. 옳고 그름을 떠나 자유롭게 생각하며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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