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브레인튜너 Nov 16. 2022

11월은 천고구비의 계절

늦가을, 천고마비, 도서관, 잔디밭, 나른한 오후

천고마비(天高馬肥)




중학교 때 한문 시간인지, 고등학교 때 국어 시간인지 기억은 나지 않는데

그 무렵에 배운 사자성어다.

문자적인 뜻으로 단지 하늘은 높고 말이 살진다 정도로만 알았다.

책 읽기를 권장하기 위해 자주 인용됐 말이다.

 이 말에 숨겨진 뜻이 무서운 건 나중에 알았다.


<한서(漢書)>에 나오는 이 말은 ‘북방의 흉노족이 키운 말들이 잔뜩 살쪘으니, 이제 곧 그들이 쳐들어와 식량과 가축을 노략질해 갈 것’이라는, 경계의 의미를 담고 있다. 시성(詩聖) 두보의 종조부인 두심언이 북쪽 변방을 지키러 나간 친구 소미도에게 보낸 편지에도 ‘추심새마비(秋深塞馬肥)’라는 구절이 있다. “가을이 깊으니 변방의 말이 살찌는구나”라는 뜻으로, 이 또한 흉노족의 침입을 경계하라는 의미다.

경향신문 우리말 산책, 엄민용 기자(2021.09.06)


어제부로 밖에 나가서 하는 강의를 모두 끝냈다. 

이제는 ZOOM으로 하는 비대면 강의가 몇 개 남았다.

모처럼 한가한 수요일이다.

오랜만에 짝지와 밥 먹고, 나 홀로 북구도서관에 들렀다.

새로 나온 책 6권을 빌렸다.

모두 글과 말과 관련한 책으로 아이디에이션에 도움이 될 만한 책이다.

도서관 앞 뜰에 나와 하늘을 보니 청명하다.

높은 하늘을 날지 않고 땅만 쳐다보는 비둘기는 이미 닭둘기 수준이다.

천고마비가 아닌 천고구비(天高鳩肥)의 계절이다.

허기사 어디서 말을 구경이나 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이제 2022년을 한 달 반 남짓 남기고 2023년 준비하는 시기다.

오후 2시까지 50플러스 남부캠퍼스로 강의 들으러 가야 하는데 몸과 마음은 땡땡이치고 싶다 한다.

하여 그냥 본능에 따르기로 했다.

 따사로운 햇볕을 온몸으로 받으며 책 좀 보자.

졸리면 눈 붙이면 되고...

#천고마비 #늦가을정취 #신간6권 #북구도서관 #땡땡이치기 #구름한점없는하늘 #쌀쌀한날씨



작가의 이전글 악한 권력을 銃으로 심판한 영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