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천고마비, 도서관, 잔디밭, 나른한 오후
<한서(漢書)>에 나오는 이 말은 ‘북방의 흉노족이 키운 말들이 잔뜩 살쪘으니, 이제 곧 그들이 쳐들어와 식량과 가축을 노략질해 갈 것’이라는, 경계의 의미를 담고 있다. 시성(詩聖) 두보의 종조부인 두심언이 북쪽 변방을 지키러 나간 친구 소미도에게 보낸 편지에도 ‘추심새마비(秋深塞馬肥)’라는 구절이 있다. “가을이 깊으니 변방의 말이 살찌는구나”라는 뜻으로, 이 또한 흉노족의 침입을 경계하라는 의미다.
경향신문 우리말 산책, 엄민용 기자(2021.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