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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1200자 생각

1200자 생각(20250403) - 지하철

지하철 출근 퇴근 지공거사 피로사회 소시민 월급생활 고단함 답답함

by 브레인튜너

중년의 여성 두 명이 서로 얘기하고 있다.




지하철과 같은 공공시설이나 장소에서는 사람들은 대체로 작은 목소리로 소곤소곤한다. 그런데 이 둘은 다른 사람들이 모두 들으라는 듯 큰 목소리로 떠든다. 지하철의 아침은 본래 고요하다. 지하철을 작동하는 기계음과 안내 방송을 제외하면 승객들이 내는 소음은 거의 없다. 가끔 아저씨들이 무례하게 목청을 높여 통화하기도 한다. 젊은 사람들은 전화를 받더라도 주위의 눈치를 보며 낮은 목소리로 간단히 통화를 마친다. 너무나 대조되는 모습이다.


앉아서 가는 사람들의 반 이상은 잠에 빠져 있다. 한 시간 정도 걸리는 출근길에 부족한 잠을 보충해야 하는 것이 소시민의 현실이다. 잠을 자지 않는 사람들은 십중팔구 스마트폰을 들여다본다. 옆에 앉은 젊은이가 게임이라도 하면, 팔꿈치의 움직임이 전달되어 성가시기도 하다. 어떤 처자는 집에서 급하게 나왔는지 흔들리는 자세에서도 화장을 한다. 눈썹을 그리기도 하고, 파운데이션을 바르며 조그마한 손거울에 푹 빠져있다. 솜씨를 보니 하루이틀 동안에 숙달된 행동은 아닌 것이 분명하다.


어떤 사람은 브러시를 꺼내 머리를 빗기도 한다. 이럴 땐 눈살이 찌푸려진다. 일단 사람이 게을러 보인다. 나이도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데, 때와 장소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 같다. 하기야 예전에 사무실에서 딸깍 소리를 내면서 손톱을 깍는 사람도 있었는데, 이 정도는 별것 아니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불쾌하다. 여자들이 전철에서 가끔 긴 머리를 뒤로 넘길 때 얼굴이나 어깨에 닿을 때가 있다. 그때 느끼는 불쾌함과 거의 비슷하다.


앉아서 가다 보니 앞에 서서 가는 승객들의 표정을 살펴본다. 다들 피곤해 보인다. 오늘도 여전히 지친 몸으로 각자의 일터로 향하는 모습이 안쓰럽다. 지하철의 공간이 넉넉하기라도 하면 그나마 편할 텐데, 출근 시간에는 발 디딜 틈도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빼곡하다. 지하철이 환승역에 도착하면 승객들이 썰물처럼 내리고, 그만큼 밀물처럼 다시 들어온다.


지하철은 도시를 연결해 주는 혈관이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면 지하철을 이용하는 게 낫다. 조금 더 편하게 가자고 광역버스를 타기도 하지만 시간은 1.5배 정도 더 걸린다. 주로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때 이용한다. 퇴근 때는 출근 시간과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지하철이 더 붐비기 때문이다.


매일 반복되는 출퇴근 속에서 사람들은 각자의 작은 공간을 지키며 메트로폴리탄의 소시민으로 살아간다. 때로는 불편하고 한숨도 나올법하지만, 그러려니 하며 일상을 이어간다. 내일도 같은 사람들이, 같은 전철에 몸을 싣고, 또 다른 하루를 반복할 것이다. 언제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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