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1200자 생각

1200자 생각(20250404) - 가지 않은 길

가지않은길 로버트프로스트 회한 인생 역정 발자취 나그네

by 브레인튜너

회한이 없는 인생은 하나도 없다.




현재는 과거의 선택에 따른 결과다. 자기 삶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이들도 있을 테지만, 그때 다른 결정을 했더라면 오늘이 달라졌을 거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아쉬움이 없다면 단조롭기 그지없는 인생이다. 과거를 되돌아보는 시간이 때로는 한탄이 되기도 하지만, 앞으로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자세로 내일을 기대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를 처음 접한 건, 기억이 정확하다면, 고교 1학년이나 2학년 때이다. 그때는 유명한 시를 배경으로 한 다이어리가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았다. 유행을 따랐는지도 모르지만, 몇 권을 구입해서 감성이 풍부했던 그 시절의 느낌이나 생각을 열심히 끄적였던 것 같다. 그렇게 알게 된 시가 바로 'The Road Not Taken', 우리말로는 '가지 않은 길'이다. 의미심장한 제목이다.


어린 시절에는 시가 내포하는 깊은 뜻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나이 50이 넘으면서 비로소 시의 의미가 마음 깊이 다가왔다. 49세의 이른 퇴직에 제2의 인생을 시작하면서, 그제야 의미를 생각하게 됐다. 은퇴 후 새로운 일을 시작한 지 9년째, 인생의 여정에서 선택의 기로에 수없이 서 있었다는 사실을 실감한다. 25년 전, 이직을 위한 결정 앞에서 망설이고 있을 때, 한 선배의 조언이 확신을 갖게 해주었다.


"자신이 선택한 길이 베스트라고 생각하면 돼."


일상 중에 생각지도 못한 어려움을 마주할 때면, 과거의 결정을 되돌아보게 된다. 만약 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하는 부질없는 생각을 하면서 후회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현실이 바뀌는 건 아니지만, 택하지 않은 길을 갔다면 지금의 모습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펼치기도 한다. 잠시나마 이렇듯 즐거운 공스스로를 위로하는 방편이 되곤 한다.


우리네 인생이 영원하지 않고 유한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후회도 할 수 있고, '만약 이랬더라면'이라는 가정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숨 쉬며 살아가는 날이 제한되어 있기에 이런 생각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인생이 100년이라고 하면 길게 느껴지지만, 36,500일이라고 하면 그리 길지 않게 느껴진다. 인생이 그렇다.


오늘도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입을까 생각하지만, 대부분 관성에 따라 하루하루를 보낸다. 때로는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상상이 새로운 가능성을 떠올리게 도움을 주기도 한다. 단순히 후회나 아쉬움에 머문다면 부질없는 자기 연민에 지나지 않는다. 즐거운 마음으로 떠올리는 공상은 삶에 활력을 불어넣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통찰도 하게 한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는 그동안 살아온 이들로부터 전해져 내려온 지혜이다. 지금의 모습이 다소 불만족스럽더라도 못났다고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자신의 선택이 최선이었다는 믿음과 신념으로 오늘도 살아간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1200자 생각(20250403) - 지하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