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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1200자 생각

1200자 생각(20250425) - 도서관 풍경

도서관 여유 사색 영혼의양식 잔디밭 커피

by 브레인튜너

도서관은 한결같다.




사람들은 말없이 잔디밭을 오간다. 바람에 태극기, 시청기, 도서관 깃발이 펄럭인다. 도서관은 바쁜 세상살이에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오아시스이다. 정문을 들어서서 50~60미터 정도 지나면 지하 주차장으로 이어지는 길이 기역(ㄱ) 모양으로 꺾여 있다. 주차 공간은 넉넉하지 않다. 그래서 그런지 뜨문뜨문 차가 나가고 들어온다. 주차 가능 대수를 알리는 전광판이 '0'을 가리키면 주차 차단봉은 열리지 않는다.


본관 건물 등나무 시설은 휴식하는 공간을 제공한다. 원탁과 직사각형 탁자에는 잠시 머리를 식히러 나온 사람들, 간단한 식사를 하는 이들이 자리한다. 책은 마음의 양식이라는 말처럼, 지식을 채울 수도 있고, 실제 양식도 채울 수 있는 휴식처이다. 햇볕을 쐬고 싶으면 바깥쪽에 앉고, 눈이 부시면 안쪽으로 앉으면 된다. 자신만의 편안함을 찾는 사람들의 모습은 참으로 여유가 있어 보인다.


반려견을 데리고 나온 사람들의 모습도 보인다. 작은 강아지가 많은데, 마치 분위기를 잘 파악하는 듯이 얌전하고 조용하다. 개중에 노견老犬은 힘없이 눈을 깜빡이며 느릿한 걸음으로 잔디를 밟는다. 고요함 움직임은 도서관의 정적과 묘하게 어울린다.


잔디밭을 종종걸음으로 헤매는 비둘기들은 피할 수 없는 방문객이다. 몸뚱이가 닭처럼 통통해서 '닭둘기'라고 불린다. 학습 효과 때문인지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고개를 앞뒤로 바쁘게 움직이며 먹이를 찾는다. 뒤뚱뒤뚱하며 총총거리는 모습은 우스꽝스럽게 보이기도 한다. 어디에 모이가 있는지 바닥을 여기저기 쪼며 부지런히 다닌다.


해가 질 무렵이 되면 서쪽에서 비치는 햇빛으로 나무들의 초록색은 더욱 깊어진다. 손녀를 데리고 나온 젊은 할머니는 손녀에게 뭐라고 말을 건넨다. 아기도 뭐라고 대답하지만 무슨 소리인지는 잘 들리지 않는다. 흔들의자는 삐그덕거리는 마찰음을 낸다. 자체 무게도 있지만, 82kg의 거구가 앉아 있으니, 조금이라도 소음이 나지 않으면 이상한 일이다. 흔들의자에 앉아 여유롭게 책을 읽으며, 주변을 관찰하고,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고 있자면, 스스로 여유롭다고 느낀다.


속도를 미덕으로 삼는 현대 사회를 살아간다. 주위를 돌아보는 볼거리, 생각할 거리로 여유를 누릴 수 있는 최애 장소이다. 잠시라도 숨을 고를 수 있는 시간과 공간, 여유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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