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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레인튜너 Jun 14. 2022

유튜브는 책을 집어삼킬 것인가(4)

유튜브, 문해력, 다중문해력, 리터러시, 독서, 책일기, 독해력, 인문학

『유튜브는 책을 집어삼킬 것인가』 

    

□ 6/14일 (화) 74~100쪽     


“읽기가 문자의 표면적인 의미를 따라가는 것이라면 깊이 읽기는 말 그대로 글 안으로 푹 들어가는 것을 말합니다.” (76쪽)     


“인간은 생각하는 존재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아무렇게나 생각하는 게 아니라 사건을 시간의 순서에 따라서 사유한다는 게 중요해요. 역사적으로 사유한다는 것은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고 흐름에 사건들을 엮을 줄 안다는 것이죠. 우리는 어떤 현상을 볼 때 자동으로 역사적으로 사유합니다.” (91~92쪽)     

“영상에 비해 문자매체가 갖는 강점 하나는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어떤 식으로든 언어화할 수 있다는 거예요. 앉은 자리에서요. 어디서든 상관이 없죠. 슥슥 글로 풀어내면 되는 거니까요. 영상은 그럴 수가 없죠.” (95쪽)     

“물론 구체성에 있어서는 텍스트가 영상을 따라갈 수 없어요. 멀티미디어가 세계를 그대로 복사하고 포착할 수 있기 때문인데, 이런 건 유튜브가 잘하는 거예요. 예를 들어 신발 끈 묶는 법, 레이업슛 하는 법, 뜨개질 하는 법 같은 것들은 아무리 말로 해봤자 영상으로 보는 게 백배 낫습니다. 하지만 추상적 개념을 매개로 하는 사유, 예를 들어 존재라든가 과정, 관계, 사랑, 자유, 평등, 이런 것들을 개념화하고, 이를 체계화해서 사유의 틀, 나아가 이론을 만들고 소통하는 것은 영상으로 하기가 굉장히 힘들죠.” (96쪽)      


“언어와 대상 사이의 거리가 멀거나 관계가 없는 건 마찬가지인데, 말과 글은 또 쓰임이 굉장히 달라요. 말은 발화자와 구체적인 맥락 모두를 담고 있어요. 언제나 구체적인 사건과 장소에서 일어나는 발화 사건(speech event)을 생각할 수밖에 없죠. 하지만 글은 구체적인 맥락이나 말하는 사람에게서 어느 정도 독립적이에요. 또 말은 호흡이 짧아요. 하지만 글은 우리의 생각을 표현하고 확장하는 일종의 저장 장치가 되죠. 외장 하드디스크 드라이브 같은 역할을 한달까요. 그래서 엄청나게 긴 스토리나 논리를 전개하는 게 가능한 겁니다.” (98쪽)     


“결국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역사에 대한 감각, 긴 시간에 대한 감각, 제가 말씀드린 추상성에 대한 감각 등은 영상, 특히 현재 기술 수준의 영상에서보다는 텍스트에서 훨씬 더 잘 구현될 수 있고 자유자재로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고 봅니다.” (100쪽)     


“그런 면에서, 책 읽기든 영상 보기든 둘 중 하나만 잘하면 된다거나 혹은 지금은 영상 시대니까 영상 만드는 것만 잘하면 된다고 말하는 건 무책임할 수 있습니다.” (100쪽)     




□ 오늘의 단상     


절대적인 기준이 없는 포스트모더니즘 시대라고 실제 기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사회적 합의와 관습으로 이어지는 암묵적인 최소한의 약속은 있기 마련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변하는 게 인생사다. 

사회의 통념 또한 변한다.     


변화의 원동력은 어디서 올까?

현대 사회의 변화는 불편한 것을 편하게 개선하려는 창조적인 불만에서 출발하지 않는 것 같다.

역사를 살펴보면 물질만능주의 시대가 아닌 적이 없었다.

재물을 향한 욕망이 변화를 촉발한다.     


문해력에 대한 담론 또한 거기에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한동안 인문학 열풍이 불었다.

학문을 가르치는 학교에서 시작하지 않았다.

한 기업에서 비롯되었다.     


너도나도 인문학에 열광하게 만든 건 대학교수도, 지성인도, 교사들이 아니었다.

기업들이 불을 지폈다.

교육열이 충만한 부모들이 가세했다.

인문학 자체에 관한 관심보다는 입시를 위한 인문학이었다.

이 열풍이 어느 정도 진정이 되니 비로소 인문학에 대한 차분한 관심이 지속되는 듯하다.     


이제는 그 열풍이 문해력으로 옮겨왔나 보다.

조만간 잔잔한 관심으로 제자리를 찾을 것이다.

인문학 열풍과 마찬가지로.     


대학입시를 위해 책을 읽고,

대학입시를 위해 문해력을 키우는,

인문학과 문해력의 본질은 호도한 채

수단화하는 욕망의 노예가 되지 않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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