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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레인튜너 Jan 17. 2024

추억(1)

추억, 기억, 회상, 회고, 메모리, 생각, remembrance

요즘 부쩍 어릴 적 생각이 많이 떠오른다.




구글 포토는 매일 아침 저장된 사진을 보여준다. 뜻하지 않게 추억을 떠올리며 하루를 시작하는 날도 있다. 어떤 사람은 과거를 바라보지 말라고 한다. 성공을 추구하며 목표지향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은 뒤를 돌아볼 여유가 없다고들 한다.

    

나이 60을 바라보고 있다. 3년 남았다. 성공을 바라며 자신을 못살게 구는 일은 젊을 때 많이 했으니, 지금은 그만두고 싶다. 자기 계발, 성공, 출세, 독서, 공부... 이제는 적절한 수준으로 조절하며 살아간다. 20대는 새로운 세상에 적응하며 바쁘게 살았다. 편집증 환자처럼 30대를 보냈다. 40대는 5남매를 양육하는 일에 묻혀 살았다. 그러다 보니 시나브로 일터를 떠나야 하는 순간을 맞이했다.


한국의 아버지들이 대체로 비슷한 인생의 여정을 겪었을 텐데, 추억이라는 게 없다면 인생에 웃을 일도, 카타르시스를 느낄 일도 없을 것 같다.

     

추억은 追憶이다. 지나간 일을 돌이켜 생각하는 일을 뜻한다. 영어로는 메모리(memory)다. 뮤지컬 캣츠(Cats)의 그리자벨라(Grizabella)가 부르는 노래 제목과 같다. 우리 귀에 익은 멜로디다. 젊었을 때 행복한 시절을 떠올리는 내용이다. 인생의 전성기를 보내고 보잘것없는 현재를 한탄하는 듯하지만, 내일 다시 떠오르는 태양을 이야기하며 새로운 날을 기대하며 희망을 암시한다.  

    

추억은 메말라 버린 50대 아저씨의 감정선을 살려준다. 재래시장에서 칼국수를 먹거나 반찬을 살 때는 엄마 생각이 많이 난다. 영화 뽓뽀야(철도원)에 나오는 주인공 다카쿠라 켄을 보면 정확히 아버지와 같은 이미지가 그려진다. 슬프고 그리운 마음이 든다. 유튜브 짤방 중 '회장님네 사람들'을 보면서 아련했던 기억들을 떠올린다. 애틋하고, 감동적이고, 기쁘고, 가슴 아프고, 안타깝고, 설레기도 하는 공감의 내용이 가득하다. 볼 때마다 무정하고 무덤덤한 마음 사르르 녹는다.

     

추억은 神이 인간에게 허락한 큰 복 중의 하나이다.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이 누구냐고 물으면 주저하지 않고 대답한다. 추억이 없는 사람일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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