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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1200자 생각

1200자 생각(20250409) - 인간 vs 짐승

사람 인간성 사람냄새 인간미 측은지심 맹자 짐승만도못한놈 개돼지

by 브레인튜너

누군가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우리 사회가 진보와 보수로 나뉘는 줄 알았는데, 세월호를 겪고 보니 인간과 짐승으로 나뉘더라"


예로부터 도리를 벗어난 사람을 향해 하는 욕이 '이 짐승만도 못한 놈'이다. 시대를 막론하고 그 의미는 분명하게 전달된다. 특히 크고 작은 사회적 재난을 당했을 때, 이에 대응하는 정치인이나 관료, 또는 호사가들을 향해 일침을 날리는 경멸의 표현이다. 동시에 공분을 느끼는 대중에게 사이다 같은 청량감을 주는 효능감이 있다. 정치적 성향이나 이념을 드러낸다기보다는, 맹자孟子가 강조한 인의예지仁義禮智가 없는 사람을 꾸짖는다. 짐승이라고 했지만, 실은 괴물이다.


인간이 짐승과 다른 가장 큰 차이는 본능을 넘어서는 절제력과 공감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고등동물인 '인간'이라는 용어보다 '사람'으로 지칭하는 이유는 동물과 다르게 사회적인 존재로서 이성理性을 활용하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양심이라는 거울을 항상 마음에 지니고 도덕적인 삶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본능에 충실하면서도, 사람답게 사는 법을 탐구하며, 타인의 어려움에 공감하고, 자신의 이익보다 공동의 선을 추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무엇보다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존재가 사람이다.


맹자는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선한 본성을 가졌으나, 외부 환경에 의해 좋아질 수도 있고, 그 반대로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이런 성선설은 인간이 본래 갖고 있는 선한 본성, 즉 '인仁'을 강조한다. 인성을 이야기할 때 근거로 제시하는 주장 중 하나이다.(아래 참조)


위기와 맞닥뜨리는 순간, 어떤 사람들은 생각보다는 먼저 계산을 한다. 무엇이 옳은 길인가를 따지지 않고, 자기에게 또는 자신이 속한 집단의 유불리에 따라 태도를 결정한다. 쉬운 말로 인간성을 버리고 짐승보다도 못한 모습을 보인다는 의미이다. 짐승이 사람보다 못하다는 욕을 먹을 이유는 단 하나도 없다. 하지만 인간이 이성을 가지고도 의도적으로 타인의 고통을 외면, 무시하거나, 더 나아가 그들의 아픔을 조롱하고 고통을 이용해 불순한 의도를 내보일 때, 그것은 짐승보다 못하다는 판단을 받는다. 특히 교조주의적인 이념에 경도된 이들이 자주 보이는 행태이다. 자아 성찰과 사고思考의 기능이 고장 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부류에 지나지 않는다.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등 비극적인 일을 겪으면서, 우리는 대조되는 두 가지 모습을 극명하게 목격했다. 한쪽에서는 자신의 안위나 정치적 계산을 앞세워 진실을 왜곡하고, 피해자들의 슬픔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했다. 심지어 유족들 앞에서, SNS에서 조롱까지 일삼았다.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낯선 이들의 고통을 함께 아파하며, 진실 규명을 위해 끊임없이 목소리를 높였다. 전자는 인간성을 저버린 '인간의 탈을 쓴 괴물'이었고, 후자는 진정한 사람이었다.


오늘도 이 세상은 여전히 불의, 부조리, 부패로 가득하다. 그러할지라도 사람다운 삶을 선택하는 다수 때문에 살아낼 수 있다. 인간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이야말로 세상을 아름답게 지켜주는 꽃나무와 같은 존재이다.


이 아침에 스스로 묻는다.


"사람이 되려고 하는가, 아니면 괴물로 살 것인가?"

"측은지심의 구체적인 예로 맹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였다. 즉, 사람들은 어린아이가 우물에 들어가려 하는 것을 언뜻 보면 다 깜짝 놀라며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생기는데, 이는 그 어린아이의 부모와 교제하기 위한 것도 아니고 동네의 친구들에게 어린아이를 구해 주었다는 명예를 얻기 위함도 아니며, 어린아이를 구해 주지 않았다고 비난하는 소리가 싫어서도 아니라는 것이다.


이 측은지심과 같은 성의 작용은 인간의 생각이나 판단을 초월해 존재하는 만인 공통의 것이며 그러한 의미에서 이를 천명이라 설명하는 것인데, 이러한 성이나 천명의 작용을 맹자는 선(善)이라고 한 것이다. 그러므로 맹자가 성선이라고 했을 때의 선은 인간의 의식이나 생각이 개입된 판단에 의해 이루어진 도덕적 행위를 표현한 말이 아니라, 의식을 초월해 그 밑바닥에서 흐르고 있는 성의 움직임 그 자체를 표현한 말이다."(한민족문화대박과사전, '성선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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