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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1200자 생각

1200자 생각(20250619) - 왔다 가는 인생

인생 삼성물산 라이코스 인생은미완성 죽음

by 브레인튜너

작년 오늘 있었던 일이다.




한국의 벤처계 대부로 불리던 정문술 회장님이 돌아갔다. 세월의 힘을 거스를 힘이 인간에게는 없다. 한 인물의 부음을 접하면서 오래전 일이 떠올랐다.


아래 사진은 삼성물산과 Lycos Korea와 전략적 제휴식을 기념하기 위해 남긴 자료이다. 사전에 라이코스 코리아 본사가 있던 여의도에 가서 정 회장을 뵌 적이 있다. 당시 마케팅팀장으로 모셨던 맹○○ 선배(ROTC 19#, 1공수특전여단)는 이미 정 회장과의 친분이 있었다. 선배 부친과 정 회장은 대한민국 정부의 '그 회사'에서 함께 근무한 인연이 있었다고 했다. 당시 한창 읽히던 책, 《정문술의 아름다운 경영》 맨 앞장에 정 회장의 친필 사인을 받았는데 아직도 책꽂이에 꽂혀있다.


그날 행사 후 삼성본관 옆 남대문 빌딩 중화요리 레스토랑에서 현명관 부회장(당시 삼성물산 대표이사)을 모시고 점심을 먹으면서 재계 어른들(?)의 대화를 들을 수 있었다. 주로 정 회장이 말씀을 많이 했고, 현 부회장은 경청하는 처지였다. 시간이 너무 흘러 내용을 정확하게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대화를 들으면서 느꼈던 분위기는 아직도 생생하다. 정 회장의 內功은 그때까지 경험한 제일모직, 삼성물산의 대표이사와 임원들로부터 느낀 적이 없는 그런 수준이었다. 남의 일을 해주는 사람과 자기의 일을 하는 사람 사이에 메꿔지지 않을 간극間隙 같은 것이었다. 마음에 존경심이 들 정도였다. TV에서 나온 '성공시대'나 언론 기사, 책으로만 접한 분을 바로 앞에서 접하다니... 그 감동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젊은 시절, 이런저런 특이한 경험을 많이 했다. 소설로 쓰면 300쪽 분량의 장편으로 한 권 정도는 나올 것 같다. 그 시절에 비하면 지금은 평범하고 초라한 모습이라 내세울 것은 별로 없다. 하지만 좋았든, 힘들었든, 여러 경험이 지금 내 인생의 거름 역할을 한 건 분명하다. 이런 걸 추억팔이라고 하던가...


이미 반백 년을 넘게 살았다고 인생의 지혜智慧 같은 게 조금씩 생기는 듯하다. 어릴 때는 부모님 두 분이 모두 병으로 고생해서 죽음이라는 게 두려웠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일찍 부모를 여의고 난 후 인생이 허무虛無한 게 별로 의미가 있나 하며 죽음이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다. 회사 생활을 조기 은퇴하면서 아직 초등학교에 들어가지도 않은 막내아들을 보면서 다시금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도 뭔가 새롭게 달라질 줄 기대도 했지만, 생성-성장-성숙-소멸하는 자연의 섭리를 거스를 힘이 없는 인간이라는 걸 자연스레 받아들였다.


이진관 가수가 부른 '인생은 미완성'이 더 마음에 와닿는 아침이다.


"친구야 친구야 우린 모두 나그넨걸 그리운 가슴끼리 모닥불을 지피고 살자 인생은 미완성 새기다마는 조각 그래도 우리는 곱게 새겨야 해"

삼성물산 인터넷사업부.jpg
정문술의 아름다운 경영.jpg
1999년 삼성물산과 라이코스코리아간 업무 제휴. 정문술 회장, 현명관 부회장 등 관련자 일동/사진 맨 오른쪽이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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