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삼성물산 라이코스 인생은미완성 죽음
작년 오늘 있었던 일이다.
한국의 벤처계 대부로 불리던 정문술 회장님이 돌아갔다. 세월의 힘을 거스를 힘이 인간에게는 없다. 한 인물의 부음을 접하면서 오래전 일이 떠올랐다.
아래 사진은 삼성물산과 Lycos Korea와 전략적 제휴식을 기념하기 위해 남긴 자료이다. 사전에 라이코스 코리아 본사가 있던 여의도에 가서 정 회장을 뵌 적이 있다. 당시 마케팅팀장으로 모셨던 맹○○ 선배(ROTC 19#, 1공수특전여단)는 이미 정 회장과의 친분이 있었다. 선배 부친과 정 회장은 대한민국 정부의 '그 회사'에서 함께 근무한 인연이 있었다고 했다. 당시 한창 읽히던 책, 《정문술의 아름다운 경영》 맨 앞장에 정 회장의 친필 사인을 받았는데 아직도 책꽂이에 꽂혀있다.
그날 행사 후 삼성본관 옆 남대문 빌딩 중화요리 레스토랑에서 현명관 부회장(당시 삼성물산 대표이사)을 모시고 점심을 먹으면서 재계 어른들(?)의 대화를 들을 수 있었다. 주로 정 회장이 말씀을 많이 했고, 현 부회장은 경청하는 처지였다. 시간이 너무 흘러 내용을 정확하게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대화를 들으면서 느꼈던 분위기는 아직도 생생하다. 정 회장의 內功은 그때까지 경험한 제일모직, 삼성물산의 대표이사와 임원들로부터 느낀 적이 없는 그런 수준이었다. 남의 일을 해주는 사람과 자기의 일을 하는 사람 사이에 메꿔지지 않을 간극間隙 같은 것이었다. 마음에 존경심이 들 정도였다. TV에서 나온 '성공시대'나 언론 기사, 책으로만 접한 분을 바로 앞에서 접하다니... 그 감동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젊은 시절, 이런저런 특이한 경험을 많이 했다. 소설로 쓰면 300쪽 분량의 장편으로 한 권 정도는 나올 것 같다. 그 시절에 비하면 지금은 평범하고 초라한 모습이라 내세울 것은 별로 없다. 하지만 좋았든, 힘들었든, 여러 경험이 지금 내 인생의 거름 역할을 한 건 분명하다. 이런 걸 추억팔이라고 하던가...
이미 반백 년을 넘게 살았다고 인생의 지혜智慧 같은 게 조금씩 생기는 듯하다. 어릴 때는 부모님 두 분이 모두 병으로 고생해서 죽음이라는 게 두려웠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일찍 부모를 여의고 난 후 인생이 허무虛無한 게 별로 의미가 있나 하며 죽음이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다. 회사 생활을 조기 은퇴하면서 아직 초등학교에 들어가지도 않은 막내아들을 보면서 다시금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도 뭔가 새롭게 달라질 줄 기대도 했지만, 생성-성장-성숙-소멸하는 자연의 섭리를 거스를 힘이 없는 인간이라는 걸 자연스레 받아들였다.
이진관 가수가 부른 '인생은 미완성'이 더 마음에 와닿는 아침이다.
"친구야 친구야 우린 모두 나그넨걸 그리운 가슴끼리 모닥불을 지피고 살자 인생은 미완성 새기다마는 조각 그래도 우리는 곱게 새겨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