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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EBA Mar 04. 2020

코로나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다섯 가지

아이와 집에서 뭐하고 놀까요

휴교와 휴원이 잇 다르고 재택근무로 우린 집에 콕 박혀버렸다.

처음 며칠은 아이 친구를 불러 원격수업으로 받은 숙제를 확인하고 30분 정도 같이 숙제를 하고 아이들은 게임 세상으로 가버렸다. 중간중간 간식도 만들고 널프건으로 전쟁놀이도 하고 무전기로 특수요원 놀이도 하다가 그것도 며칠 하니 시들해졌다.  근처에 확진자도 나왔다는 소식에 또 움츠려 든 것도 사실이다.


그 와중에 하와이에 사는 언니가 걱정스러운 마음에 연락을 해왔다. FeDex로 마스크나 생필품을 보내줄까 물었다. 그것보다 언니에게 아이와 뭘 하면 좋을지 물었다. 아이와 요가를 해보라고 했다. 흠.. 그거 괜찮은데? 연일 이어지는 코로나 뉴스에 아이도 적잖이 긴장하고 걱정스러워하는데 마음도 안정시켜주고 방에만 갇혀있는 데 몸이라도 풀어주면 좋겠다 싶어 IP TV와 Youtube에서 무료로 아이와 해볼 수 있는 요가 프로그램을 찾아봤다. 그중에 Cosmic Kids의 Zen Den 은 요가라는 단어에 시큰둥해하는 아들에게 Spider Man 동작을 겸비한 슈퍼영웅 요가, 포켓몬의 피카추를 잡을 수 있는 포켓몬 볼 요가, 그리고 마인크래프트 요가를 선보여 아이가 흥미로워하며 동작을 곧잘 따라 했다. 10분이면 안 한다고 하겠지 했는데 30분 정도 땀을 푹 흘릴 때까지 하고 쉬었다.

그래서 우리의 매일 Routine List에 올렸다. 첫 번째. 아이와 함께 하는 요가 (유튜브나 IPTV 에 있는 무료 영상 참조).


두 번째는 요리시간. 밖에 나가서 식사를 하기에도 꺼림칙해서 하루 세끼를 만들어 먹고 간식까지 해 먹으려니 너무 힘들었다. 그러다가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은 각오하고 (치우는 것까지) 아이와 함께 만드는 것을 하기로 했다. 일단 아침식사는 빵 식이가 된다.  팬에 버터를 녹여 빵을 올려 잘 구워준다. 계란을 꺼내 아이에게 계란 네 알을 깨게 하고 소금을 친다. 거품기로 부드럽게 돌리기를 시킨다. 모두 아이가 한다. 그러면서 계란 껍데기 정도 계란물에 들어가는 것은 눈감아준다.  약한 불에 계란물을 올려 부드러운 오믈렛을 만들고 아이에게 각종 치즈 (체다, 스위스 치즈 등)를 잘게 자르라고 한 뒤 오믈렛 위에 눈송이처럼 뿌린다. 덤으로 베이컨을 바삭하게 (엑스트라 크리스피!) 구워 곁들인다. 아이에게 케첩으로 장식하게 한다.


그 외에 머핀 만들기, 초코칩 쿠키 만들기, 초콜릿 몰드에 녹인 초콜릿과 각종 말린 과일 견과류를 올려 만든 수제 초콜릿, 키위를 갈아 만든 공룡 아이스 바등 다양한 간식에 도전한다. 대략 2시간 정도 걸린다. 오후 활동이다. 베이킹은 아이들에게 ml, CC 개념, 그리고 베이킹 시간과 온도 조절, 1/2컵, 3/4컵 분수 개념 등이 있는 레시피를 읽게 하여 자연스럽게 수의 개념을 익히게 해서 좋다 (엄마 마음 뿌듯). 아이는 달콤한 디저트를 얻으니 이야말로 win-win 아닌가.


세 번째는 eBook 만들기에 도전한다. 도서관도 문을 닫았고 집에 있는 책을 활용한다. App Store에 보면 eBook Creator (가장 간단함, 따라서 기능이 많이 없는 게 단점, 그리고 녹음을 할 때 페이지 한 장 한 장 녹음하고 다음장으로 넘어가서 다시 녹음해야 함), Book Creator, 또는 만화를 만들 수 도 있는 앱도 제공되는 것을 볼 수 있다. eBook Creator 같은 앱은 아이가 책을 사진 찍고 그 해당 페이지를 본인이 읽어서 녹음을 할 수 도 있고 또는 엄마가 읽어서 아이가 책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효과도 있다. 아이의 연령을 고려하여 앱을 조정하면 좋다. 아이는 책을 만들다가 아예 영화를 만들겠다며 만화영화 제작을 위해 직접 그리고 대사도 써가며 몇 시간을 재미있게 작업을 했다.


네 번째는 뭐니 뭐니 해도 쇼핑!  세상에 사는 재미가 없다면 사는 재미라도 있어야 한다고 누가 말했던가. 온라인 쇼핑의 세계로 빠져든다. 집에 있는 책으로 eBook을 만들었다면 이제 인터넷으로 책을 쇼핑해본다.  아이가 좋아하는 검색어를 넣고 얼마나 다양한 책이 있는지 찾아본다. 아이의 검색어는 "오싹오싹""공포" "괴담" 등등이었다. 학교괴담이니 유럽의 괴물, 또는 남아메리카의 귀신이나 유령 얘기에 푹 빠져든 아이는 온라인 서점에서 원하는 책의 미리 보기를 눌러 내용을 검토하고 (이 기능을 좋아했다) 리뷰도 찾아보고 "이 책을 구매한 사람들이 같이 산 책" 같은 메뉴도 둘러봤다.  대략 1시간 넘게 아이는 이런저런 책을 맛보기 하고 뿌듯한 쇼핑을 마쳤다. 


다섯 번째는 1부터 4번까지의 활동을 사진과 함께 친구들과 SNS를 통해 공유한다. 가족 BAND 가 있다면 BAND에 올려 할머니 할아버지 고모 큰아빠 등으로부터 폭풍 칭찬을 듣게 한다. 아이 친구들은 이미 자기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도 많고 친구 엄마들 폰으로도 친구에게 보여주라고 내용을 보내준다. 집에만 있는 아이들은 친구가 "고프다" 아이들이 대면활동으로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적으니 이렇게라도 social distancing (사회적 거리)의 소외감을 해소할 수 있게 해 준다.


그 외에 해보았지만 의도대로 되지 않고 망한 리스트

1.  여행 계획 세우기 - 네이버 여행 사이트를 통해 여름에 하와이를 갈지 발리를 갈지 최저가 항공을 예약해보라고 했다. 출발 시간과 비행시간 확인, 그리고 도착시간을 확인하면 시차라는 것을 계산할 수 있고, 항공권 읽는 법, 항공사마다의 가격 차이 등을 찾아내며 공부를 시키겠다는 엄마의 야심 찬 계획이었다. 거기에 환율까지 계산하게 된다면 더 좋다. 신나게 여행 계획을 세우며 하와이 항공을 알아보는데 코로나 확진자 수가 늘면서 한국인 입국 금지를 검토하고 있다는 뉴스 보도가 나왔다. 실현 가능하지 않을 수도 있는 계획을 세워 아이에게 실망감을 주는 것은 교육적인 목적보다 잃는 게 많을 것 같아 포기.

 2. 학습지. 역시 종이 학습지는 아이가 최고로 싫어하는 활동.  몇 번 공부 안 한다고 버티는 아이와 실랑이를 벌이다 이러다가 서로 감정만 상하겠다 싶어 포기.

3. 집에 있다 보니 집에 놀고 있는 아이 물건들이 눈에 들어오길래 온라인 중고장터 물품을 올려서 판매를 해야겠다는 꿍꿍이가 생겼다. 사진을 찍어 올리려고 여기저기 박혀 있는 장난감이나 책을 꺼냈는데, 아이가 처음엔 좋다고 하더니 결국엔 옛날 물건들을 꺼내어 놀기 시작하거나 다시 읽으면서 팔기 싫다고 함.  결국 정리되었던 물건들을 끄집어내서 놀고 다시 집어넣는 일을 무한반복. 그냥 집 청소나 시킬걸.......


이외에 리스트는 계속 늘어나는 중이다. 코로나바이러스 보다 더 무서운 건 외로움과 무료함 그리고 무지함이다. 주변에 도움이 필요한 이웃은 없는지 살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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