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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LEBA Sep 08. 2020

상사에게 예쁨 받는 유형 다섯 가지

부제: 민트가 발린 이쑤시개

다섯 손가락 중에 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은 없다지만 유독 이쁜 손가락은 있기 마련이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유독 이쁜 후배가 있고 또 챙겨주고 싶은 팀원이 있다. 이쁨 받는 유형 어떤 게 있을까.


첫 번째 유형. 말을 이쁘게 한다. 뭔가 이야기할 때 누군가를 탓하거나 자신 아닌 다른 이유를 방어적으로 들이대며 변명 아닌 변명을 하는 친구들이 있다. 반면에 내가 잘 모르니 가르쳐 달라는 태도로 얘기하는 친구들이 있다. 


최근에 높으신 분의 부탁으로 우리 부서에 인턴을 들였다. 물론 관련 경험도 있고 인성도 좋고, 충분히 필요한 업무를 해낼 수 있는 친구라는 생각에 허락을 하긴 했지만 일단 높으신 분과의 연줄도 무시할 수 없어 뭔가 찜찜한 느낌을 버릴 수 없었다.  그런데 이 인턴이 인터뷰에서 하는 말. "낙하산처럼 이렇게 오게 돼서 죄송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 위주로 시켜주세요. 불평 안 하고 열심히 배우겠습니다. 이거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일들도 무조건 시켜주세요. 배우겠습니다." 이런 친구라면 모셔서라도 팀으로 데리고 오고 싶다. 


인턴이든 직장 첫 경험을 하는 친구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이 "내가 이거 하려고 취직했나?"라는 자괴감이 드는 순간들이다.  물론 상사의 개인적인 심부름 같은 걸 해야 한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가끔 하고자 했던 일 또는 자기가 속한 부서의 업무 프로세스를 잘 모르거나 범위를 모르거나 또는 직업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취업을 했을 경우 심한 실망감을 느낀다.


처음 홍보 부서에 지원해서 들어온 직원이 보도자료 초안을 작성하게 되었을 때 맞춤법을 고치게 하고 기자 리스트 정리 업무를 맡았을 때 불만을 토로했다.  "왜 부장님은 유력 매체 기자 미팅에 나가시고 저는 매일 책상머리에 앉아서 보도자료 수정 작업만 하나요?"  그래서 내가 물었다. "그럼 기자 미팅에 나가서 무슨 얘기 할래? 보도자료 내용은 숙지하고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지 생각하고 미팅을 나가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대화는 마무리되었다. 이후에도 이 직원은 사무실에 앉아서 하는 일은 힘들어하고 늘 기자와의 식사자리만을 고집했다.  나중에 내가 다른 직장으로 이직하고 나서 다음 상사에게 해고를 당했다.


두 번째 유형. 사람 간의 관계를 잘 파악하는 눈치 왕 유형. 사회성 갑인 직원이 부서에 있으면 업무 협조가 원활하게 이루어진다. 어떤 업무도 한 사람이 처음부터 끝까지 마무리하는 일을 드물다.  예를 들면 홍보 영상을 만들 때, 기획안을 짜고, 영상 촬영과 편집, 장소, 출연자 섭외, 음향, 감수 등 여러 부서 또는 여러 업체와의 협업이 이루어진다. 이때 눈치 빠른 직원이 있으면 중간 어떤 과정에 문제가 생기면 문제의 원인 파악이 명확해진다.  대부분의 문제는 사람이 치는 사고일 경우가 많기 마련이다. 반면 눈치 없는 직원이 있으면 이 사람은 없는 사고도 만들어낸다.


세 번째 유형. 약 1에서 7까지 정도의 완성도만 보이면 되는 일을 주면 기어코 10까지 해내는 직원. 또는 내가 몰랐던 디테일 한 부분까지 꼼꼼히 챙기는 직원이 있으면 뭐든지 맡기고 싶어 진다. 식당에 가면 계산대 주변에 이쑤시개를 제공하는 곳이 종종 있다. 국밥집은 대부분 초록색 녹말가루로 만들어진 이쑤시개 박스를 그대로 계산대 옆에 올려놓는다.  조금 더 고급스러운 고깃집에 가거나 레스토랑에 가면 나무로 된 이쑤시개. 거기서 조금 더 고급진 곳은 개별 포장된 이쑤시개를 준다. 포시즌스 호텔에 가면 이쑤시개의 뾰족한 끝에 민트 처리가 된 개별 포장 이쑤시개를 준다.  민트 이쑤시개 같은 직원은 어디서든 환영받는다. 


네 번째  유형. 내 보스의 보스의 pain point를 이해한다. 내 보스가 힘들어하는 부분, 또는 과제로 들고 있는 것이 곧 나의 과제가 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내 보스의 보스까지는 생각하지 못한다. 이전에 모셨던 내 상관의 상관은 영어가 아킬레스건이었다. 영어로 연설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으면 크게 당황해서 몇 달 전부터 우리 부서를 괴롭혔다. 내 상관은 일단 국문으로 주요 내용을 연설문을 만들고 상관에게 전달하고 컨펌을 받고 나면 내가 영문으로 옮겼다.  하지만 단순히 텍스트로 된 영문 연설문에서 그치지 않고, 내 상관은 원고 위에 억양과 띄어서 읽는 것까지 그리게 한 후, 내게 그 연설문을 영어로 읽게 하여 녹음 파일로 저장하여 상관에게 전달하였다. 만약 연설문이 파워포인트 발표자료와 동반되어야 한다면 파워포인트의 슬라이드 노트 부분에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단어 하나, 문장 하나 빼놓지 않고 적어 놓고 강조해야 할 부분까지 하이라이트를 하게 하였다.  

내가 만약 그때 좀 더 일머리가 좋았다면 녹음 파일이 아니라 동영상으로 비디오를 찍어서 어떤 핸드 제스처가 좋은지, 어떻게 움직이면 좋은지까지 포인트를 잡아 주었을 것이다.


다섯 번째 유형. 알아도 모른 척, 몰라도 아는 척, 낄 때와 빠질 때를 안다. 그 누구도 곤경에 넣지 않는 방법이다. 예를 들면, 갑자기 사장님이 들어와 부장을 찾는다. "김 부장 있나?"  사실 김 부장은 아직 출근 전이다. 언제 들어올지 모른다. 여기에서 "아직 안 오셨는데요"라고 하는 친구가 있다. 사실이니까. 이때 "자리에 안 계십니다. 메모 전해드릴까요?"라고 하는 친구가 있다면 누가 더 예뻐 보일까. 사실 대로가 아니라 "Fact" 대로 간다. 서로 바쁘고 힘들고 스트레스받 환경에서 되도록이면 아무에게도 해가 되지 않는 길을 가는 게 서로를 도와주는 방법이다. 


오늘도 오피스의 하루는 길다. 하지만 오피스에서 일하는 재미를 찾아보자. 오늘도. 내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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