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LEBA Feb 28. 2021

좋은 상사 유형 다섯가지

개자식이 되지 말자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라는 드라마에서 배우 권해효가 연기한 검색 포털사이트의 대표 브라이언(민 홍주)이 이런 말을 한다. "나도 누군가에겐 개새끼일 수 있다." 회사에 큰 문제가 생겼고 누군가 책임을 지고 쿨하게 물러나는 상황이지만 결국 나도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었을 수도 있고 그 누군가에게 나는 "개자식"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 매일매일이 내가 한 일이 또는 내가 한 말이 누군가에게 특히 같이 일하는 팀원에게 힘들게 하는 사람이 아니라 힘이 되게 하는 사람이 되려면 나이 50줄 넘은 중간 보스, 중간 관리자 역할을 하는 사람으로서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자리까지 오면서 모셨던(?) 많은 상사와 동료를 겪으며 되고 싶은 워너비의 상사 유형을 찾아본다.



1. 휴가 쓴다고 할 때 묻지도 말고 따지지도 말고 보내준다. 딱히 바쁘지 않은 스케줄 속에서도 직원이 휴가를 쓰겠다고 하면 꾸물대며 휴가 승인을 안 해주는 인간들이 있다. 뭘 해도 옆에 끼고 있고 싶은 게 편하고 또 갑자기 어떤 일이 생길 수도 있으니 뭔가 찜찜해한다. 마치 자기가 휴가를 보내 주는 것도 아니고 회사에서 정당하게 주어진 휴가를 마치 본인이 보내준다고 착각하고 Power Trip을 하시는 분들이 있다. 휴가는 꼭 보내줘야 한다. 나중에 Burn Out 된 직원과 일하면서 멘털 털리고 싶지 않다면.


2. 칼퇴할 수 있게 퇴근 시간보다 좀 먼저 사라져 준다. 외국계 IT 업체에서 근무할 때 내 직속 상사는 호주에 있는 아시아 총괄 마케팅 이사였다. 하지만 한국지사에는 영업과 지사를 총괄하는 지사장이 있었다. 한국인 1.5세대 교포였는데 집이 분당이었고  역삼동에 있는 사무실에서 집에 갈 때 차 막히는 거 싫다며 늘 4:30 pm 전후에 "먼저 가겠습니다"하고 퇴근을 해 주었다. 그럼 남은 직원들을 그때부터 눈치 보지 않고 슬슬 일을 마무리하곤 했다. 고객과 약속이 있거나 급한 일이 있는 날을 제외하고는 그는 늘 이른 퇴근을 해주었고 남은 직원들은 직원들끼리 사장 없는 오붓한 저녁 시간도 같이 하고 야간 대학원을 가기도 하고 각자 오롯이 자기가 선택한 저녁 시간을 위해 빠르게 사무실을 빠져나갈 수 있었다. 그때 같이 일했던 직원들과 지사장은 각자 갈 길을 가고 나서도 좋은 관계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 


3. 팀원의 직장 내 공과, 승진, 월급 재협상에 도움을 준다. 이 부분이 아마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뼈아프게 반성하는 일이다. 지금 내가 일하는 곳은 조직이 유동적이지도 않고 직원들의 성장 플랜이 거의 없는 직장이다. 1년에 다 같이 같은 rate로 연봉이 올라가는 정도이다. 성과급도 없다. 이러다 보니 처음에 입사 시 협상한 연봉이 거의 그대로 올라간다. 같이 일하던 직원은 내 부서에서 일하면서 끊임없이 자기 계발을 하고 성장했지만 결국 조직에서의 성장 가능성을 보지 못하고 끝내 퇴사하고 지금 다른 공부를 하고 있다. 그가 클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주지 못하고 하다못해 월급 재협상도 못해준 게 이 조직에 얼마나 큰 손실인지 이 사람의 후임으로 그 포지션에 들어온 몇 사람을 겪으며 깨달았다. 


4. 일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되 아쉬운 부분은 도전 과제 또는 Passion 과제로 알려준다. 잘 한 부분은 여과 없이 칭찬해주고 축하해 준다. 그러나 부족한 부분은 결국 완벽하게 채워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알아야 한다. 따라서 부족한 부분에 초점을 두지 말고 잘하는 일을 더 잘할 수 있게 키워주고 부족한 부분은 도전과제 또는 그의 Passion Project 화 하여 그가 힘들지 않게 시도해 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5. 일은 못하는데 착하고 열심히만 하는 상사가 되지 말자

배우고 또 배워서 실력 있는 상사가 되자. 가장 위험한 상사는 방금 어떤 교육이나 세미나에 다녀오자마자  가지 배워온 "신기술" 또는 "신문물"을 현장에 적용하자고 섣불리 달려드는 상사이다. 아직 검증되지 않았거나 충분히 배우지 못한 것을 어떡하든 해보겠다고 열정에 불타서 해보자고 하면 같이 일하는 팀원들은 상사로부터 받은 2차 교육, 때로는 아예 이런 2차 교육도 없이 새 구덩이를 오래된 삽으로 파야 한다.


'알쓰'라든가 '최최차차'같은 신조어에 밝고 요즘 대세돌이 누군지 다 꿰고 있는 상사보다 내 가족에게 내가 조직에서 존중받고 있는 일부임을 알게 해 주는 상사가 더 쿨~한 상사임을, 그리고 누군가에게 아주 쪼끔만 개자식이 되도록 하자. 




이전 16화 자리 지키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