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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레멘타인 Sep 06. 2016

인소: 빅월드(2)

#2. 살아있는 건 움직인다.



연기를 뿜어내는 공장 안, 쉴 새 없이 돌아가는 벨트 위로 다양한 음식이 일사불란하게 만들어지고 있다. 정부에서는 한 달에 한 가지 이상의 신제품을 개발하는데 노력하고 있다. 모든 음식은 무상으로 정부에서 제공해 주고 있으며 사람들은 방안에서 그저 24시간 방영되는 홈쇼핑 채널을 보다가 즉석에서 구매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된다. 30분 안에 자신의 집안에 있는 음식물함으로 직 배달되며, 구매 후 조리할 필요도 없이 갓 나온 음식처럼 바로 먹으면 된다. 


TV 상단에는 쉴 새 없이  

‘구매’ 버튼을 누르세요.라는 글자가 깜빡깜빡거린다. 


태어나면서부터 우량아로 인큐베이터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은 2시간 간격으로 먹던 버릇을 평생의 습관으로 가진다. 때문에 2시간마다 음식을 습관처럼 챙겨 먹어야 했고, 또한 정부에서 제공하는 알약을 꼬박꼬박 먹어야 했다. 


무심코 알약을 챙겨 먹지 않은 사람들은 집이 폐쇄됨과 동시에 동쪽 해안 어딘가로 이송되어  ‘두려움 때문인지, 배고픔 때문인지, 성인병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모두 이틀 안에 즉사한다는 교육을 받고 자란다. 그것은 TV광고로도 끊임없이 주입되고 있다. 결국 모두들 더 음식과 알약에 집착했다. 


나이가 들수록 뚱뚱해져만 가는 사람들은 정부의 모든 지원 아래에서 살아갔다. 더 이상 직업을 가질 필요도, 움직일 이유도 없었으며, 밖으로 걸어 나가기도 힘들어 그저 방안에서만 조용히 생활하고 있다. 거리는 그나마 움직일 수 있는 몇몇 사람들을 위한 무빙워크나 무상 전기자동차가 콜을 부르면 집 앞에서 바로 대기하고 있다가 목적지에 내려준다. 


물론 모든 게 자동 무상 시스템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이 집안에서만 생활하기 시작하자 세상은 공해로부터 벗어나게 되었다. 무언가를 쟁취하기 위한 전쟁도, 가난에 허덕이는 기아도, 필요 이상의 욕심으로 생기는 음식물 쓰레기도, 이득을 얻기 위해 파괴되는 환경오염도 모두 모두 역사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단지 문제라고 한다면 깨끗해진 세상만큼 사람 사이도 깨끗해졌다. 어떤 교류도 호기심도 없는 무(無)의 세계. 욕심도 열정도 이성도 감성도 마비된 사회가 되었다. 그나마 서로의 연락을 원하는 사람은 화상채팅으로 안부를 묻거나 얼굴을 본다. 때때로 어쩌다 친구가 된 사람들은 ‘언제든 기꺼이’ 최대한 가까운 곳으로 정부에 이사 신청을 할 수 있다. 


이것은 쓸 대 없는 움직임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최대한 배려해주는 것이었다. 모든 것을 다 가질 수 있는 세상. 더 이상의 치열한 삶이 없는 지상낙원. 이것은 오랜 세월 동안 사람들이 바라온 일이었다. 너무 훼손된 자연에 인류 생존의 위협을 느껴온 조상들은 인류도 구하고 자연도 구할 방법을 연구해왔다. 그것은 세계 공통의 숙제였으며 오랜 연구와 노력 끝에 그것은 결국 빅 월드라는 단일 세계로 태어나게 된 것이다.


빅 월드의 남자들은 모두 고도비만으로 인한 여성호르몬의 증가로 유방이 발달되었다. 이제 축 처진 가슴과 불룩한 배로 인해 남자든 여자든 성별을 구별하는 건 무의미해진 지 오래다. 점점 불어나는 가슴과 뱃살의 지방만큼 남성을 상징하는 성기는 점점 쪼그라들었다. 


성관계를 가진다는 건 체형에 의해 불가능한 일이 되어버렸고, 서로 껴안을 수조차도 없었으며, 남녀 모두 이성에 대한 흥미도 잃어버린 지 오래다. 여성들은 임신을 기피했고 지나친 체중으로 인해 무월경 현상이 일어났다.  


그렇다. 그들의 관심사는 오로지 음식! ‘이달의 신제품’이다.


이미 정부에서는 오래전부터 철저하게 인구를 통제해 왔으며, 현재는 인공수정만이 인간의 수를 늘릴 수 있는 시스템이다. 그래서 누구도 가족의 의미를 가지거나 의무나 책임감을 느끼지 않았다. 모임이나 공동체의 의미는 퇴색되어버렸다. 


어느 순간부터 간혹 자연스럽게 임신한 여성이 있다는 소문도 있지만, 그런 사람은 정부에서 관리대상으로 선별해 어딘가로 데려간다고 한다. 그들이 어디로 가는지는 아무도 몰랐고, 사실 아무도 관심이 없었다.  


그들이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실이라곤 그저 다시 돌아온 적이 없었다는 것’ 밖에.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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