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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레멘타인 Sep 07. 2016

인소: 빅월드(3)

#3. 덫

길고 새빨간 손톱이 흘러내릴 것처럼 여왕의  하얀 손에 붙어 있다.  그녀는 핏빛 입술을 씰룩거리며 손톱을 잘근잘근 씹어댄다. 이윽고 결심이라도 한 듯이 커다란 화면 앞에 선다. 뭔가 결의에 찬 듯 보이는 뒷모습에서 왠지 억지로 자신을 더 가다듬는 듯한 느낌이 든다. 


대형 화면에  불빛이 들어오며 이윽고 둥그런 형체의 무. 언. 가. 모습을 드러낸다. 여왕은 자세를 고쳐 잡고 깍듯이 인사를 한다. 그러자 커다란 무. 언. 가의 반이 아주 천천히 쩌-억 하고 갈라진다. 흡사 과거에 선조들이 짐승을 발을 끊어 놓도록 잡아두는  쇠 '덫'같은 모양이다. 막 먹던 일을 끝마친 걸까. 


그 날카로운 이 사이사이에는 아직도 붉은 고깃덩이 같은 것이 군데군데 끼어있다. 새빨간 피가 소리 없이 툭. 툭. 떨어진다.


천천히 그 차가운 쇠 덫 안에서 낮고 켈켈 거리는 소리가 난다. 그들의 언어인 듯 보이나 우리는 알아들을 수 없어 여왕은 그저 통역기가 빨리 해석해주기만을 기다린다.


"재수 없게도 여전히 맛없게 생겼군. 너만 보면 입맛이 떨어져." 


"죄송합니다." 


표정도 없이 여왕은 기계같이 대답했다. 


"자연 임신한 인간들은 아직 못 찾았나. 통통하게 새끼를 밴 암컷이 제일 맛이 좋더군. 그 맛을 잊을 수가 없어. 약에 찌든 인간하고는 그 맛이 다르다. 우린 나름 미식가라고. 켈켈켈"


"더... 찾아보겠습니다."


"이번엔 좀 어린놈들로 골라와. 늙고 살찐 것들은 어쩐지 질겨. 기분이 더러워."


"네."  


화면이 꺼지고 여왕은 작고 하얀 손을 부들거리며 주먹을 꽉 진다. 새빨간 매니큐어가 손바닥 살을 푹 -파고들어 새빨간 피가 고인다.  여왕은 초점 없는 눈으로 자신의 손을 바라본다. 켈켈 거리는 쇳소리가 귓가를 맴돈다. 이내 히죽-거리며 자신의 손바닥을 입술로 가져가 살짝 핥는다. 

커다란 버튼을 누르며, 


"내일은 10살에서 19살까지 남, 여 인간들 100명을 잡아 올린다. 미리 손질해서 보내도록. 저번 같은 실수는 없도록 해. 그 자리에서 먹히고 싶지 않으면." 


피곤한 듯 여왕은 의자에 앉아 몸을 뒤로 뉘인다. 그녀의 책상에 놓인 커다란 글자가 깜박거린다. 


"HUMAN F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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