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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레멘타인 Sep 05. 2016

(1분소설) 빅월드(1)

#1. 공지사항



이글은 오래 전에 써둔 글입니다. ^^; 재미로 보세요



한눈에 봐도 100KG은 넘어 보이는 여자가 TV 앞 소파에 눕듯이 앉아 감자칩을 게걸스럽게 먹고 있다. 초점 없는 눈으로 TV를 응시하던 여자는 1.5리터의 콜라를 벌컥벌컥 들이 킨 후 ‘꺼-억’하는 소리와 함께 트림을 한다.

 

TV에는 그 여자와 비슷해 보이는 체형의 사람들이 나와 먹는 방송을 하고 있다. 이상하게도 방송에 나오는 사람 모두가 뚱뚱하다. 그리고 게걸스럽게 먹고 있다. 후룩후룩, 접접 거리는 소리가 방송에 전부다. TV 앞에 여자는 순간 멈칫하며 침을 꼴깍-하고 삼킨다.


그 모습이 점점 멀어지면서 아파트 옆집에도 같은 모습으로 비슷한 체형의 남자가 한 손에는 피자를 들고 TV를 보고 있다. 그렇게 비슷한 모습으로 치킨, 햄버거 등등 음식을 입에 가득 흘러넘치듯이 집어넣은 채 모두 TV만 응시하고 있다. 그들은 하나 같이 푸드 포르노에 익숙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었다.


이곳은 빅 월드.


세상 사람들은 이제 손가락 하나 까딱 할 필요가 없을 만큼 일에서 자유로워졌다. 모든 일은 자동 시스템으로 진행된다. 사람들은 그저 정부에서 무상으로 지원해주는 주거, 음식 등 기타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들은 버튼 하나로 누리기만 하면 되었다.


세상은 단 하나의 시스템에 의해 흘러가고 있으며, 지구 전체의 모든 자원들을 공유한다. 인간들은 생각 할 필요도, 일할 필요도, 싸울 필요도 없어졌다. 그저 자유롭게 자기가 원하는 만큼 편안한 생활을 하면 되었다. 진정한 자유가 지구상에 도래한 것이다.


일순간, 전 세계의 모니터가 하나의 화면으로 바뀐다.


화면에는 ATTENTION 이라는 글자가 덩그러니 나타난다. 그와 동시에 세상의 모든 기계적, 물리적 활동이 정지되며 사람들은 일제히 모니터를 주시한다.


이때 화면에 등장하는 슬림한 몸매와 얼굴이 아주 작고 예쁜 여자. 회색 단발머리를 한 여자의 눈 밑에는 두드러지는 까만 점이 하나 찍혀있다. 그녀의 입술은 핏빛처럼 새빨갛고 피부는 투명한 눈처럼 희다. 그녀는 자상한 미소를 하며 부드러운 음성으로 입술을 씰룩이며 이야기한다.



여왕: 친애하는 빅 월드 여러분. 잠시만 주목해 주세요. 하던 일을 멈추시길 바랍니다.

여러분은 오늘부터 정부에서 무상으로 제공하는 체지방 분해 약을 추가로 먹어야 합니다. 이 약은 여러분의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지 않아도 몸에 지방이 쌓이는 것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시켜 줍니다.


따라서 오늘부터는 의무적으로 체지방 분해 약을 각각 하루 8알씩 꼭 먹어야 합니다. 그러기에 지금 이 순간부터 여러분이 하루에 의무적으로 먹어야 하는 약은 고혈압, 심혈관, 소화제, 변비약, 당뇨약, 그리고 체지방 분해 약까지 잊지 말고 드셔야 합니다. 


이것은 2098년 5월 8일 의무 강제시행법으로 제정되었습니다. 위 사항을 어길 시 준비된 프로그램에 따라 여러분의 집은 폐쇄되며 그동안 무상으로 제공되는 집과 음식 등 생활의 모든 것이 철거됨을 알려드립니다. 다시 한번 알려드립니다. 오늘부터는 정부가 제공하는 체지방 분해 약을 의무적으로 추가로 드셔야 함을 알려드립니다. 그럼 오늘도 맛있게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천천히 화면이 바뀌며,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다시 게걸스럽게 먹는 장면이 방송된다. 그리고 먹던 걸 중단한 여자는 잠시 동안 못 먹은 것을 보상하기라도 하듯이 과자를 한 움큼 집어서 입에 집어넣는다. 입안 가득한 음식물들이 입 밖으로 아우성치듯 버석버석 흘러내린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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