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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레멘타인 Jul 23. 2016

가장 확실한 건 불확실하다는 사실이다.

당신, 그래. 당신.
당신 꿈이 뭐야. 뭐? 그런 거창한 거 없다구? 

그딴 거 모르고 그냥 뭐 먹고살지가 걱정이라구? 이번 달 카드 값이 막막하다고?


그래. 마자. 꿈은 무슨 개뼉다귀같은 소리야.


꿈은 잘 때 꾸는 거지. 뭔 놈의 세상은 꿈 타령인지. 그렇잖아. 웃기잖아. 무슨 누가 언제부터 꿈을 찾아갔다고. 아니, 꿈 찾아가면 밥이 나온데 쌀이 나온데. 사는 방법은 이 세상에 살아있는 사람 수만큼 있는 거 아니야? 왜 어째서 꿈을 찾아 살아야 하고 없는 꿈을 억지로 만들어 내야 하는 거야.


나? 나도 몰라. 내 꿈이 뭔지. 사실 난 내가 뭘 잘하는지도 모르겠다고. 

어, 그래. 어디 보자. 

난 집구석에서 시간밥 잘 먹고, 그다지 심한 변비도 설사도 없이 잘 싸고, 

새벽만 어느 시간 정도 되면 졸려서 눈도 못 뜨고 코 골아. 어. 그래. 그렇게 하루하루 굴러가. 

그러다 보면 뭐 연말이네 새해네 또 술이나 퍼먹고. 

이러면 자고 일어나면 어느새 지금 이 나이더라고.


뭐했지. 곰곰이 생각하면 뭐 딱히 안 한 것도, 그렇다고 딱히 뭐 한 것도 아닌 거 같아. 

그래서 어디선가 너, 꿈이 뭐야?라고 묻기라도 하면 

정말 간이 철렁해지고 심장이 벌렁거리고 등골이 오싹해진다니까. 

아니 남의 꿈은 왜 이렇게 캐묻고 다니는데? 지 꿈은 기자래? 경찰이래? 남이사 뭘 해서 밥숟가락 입에 넣든 말든 뭐가 그리 궁금해서 스무고개래?


어. 그래. 뭐 내가 조금 격한 감이 없지 않아.

 핑계라고 한다면 핑계일 수도 있지. 아무 생각 없는 무뇌아 무리 중에 하나이거나 , 머리로 공상만 하고 사는 희망 무리 중 하나 일 수도 있어. 


나는 말이야. 창피하지만 사실 두려운 거야. 내 인생이. 내 삶이.


누구나 잘 나가고 싶잖아. 나도 그래. 나라고 왜 안 그렇겠어. 

나도 때깔 좋은 차에 마당 있는 집에서 낮에는 한가롭게 커피나 홀짝이고, 밤에는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를 들으며 와인을 홀짝이고 싶다고. 


Tv에도 나와서 나 이런 사람이요, 하는 것도 괜찮고, 말도 안 되는 비즈니스가 넘쳐서 비행기 탈 일은 대중교통보다 많아지고, 외국말도 여러 개 원어민처럼 술술 하면 멋있을 거 같아. 어. 그런 거 말이야. 그냥 한마디로 많이 멋있어 보이는 거 말이야. 사고 싶은 게 있으면 그냥 사고, 먹고 싶은 게 있으면 한걸음에 달려가서 맛을 보는 거지. 흠. 흠. 흠


아! 제일 중요한 거. 나를 너무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어서 내가 뭔 븅신 같은 짓거리를 해도 이쁘다 이쁘다 해줄 사람 하나 옆구리에 착 끼고, 바다 가서 나 잡아봐라도 하고, 캠핑도 가고, 아무도 없는 곳에서 석양 지는 노을을 보고 싶어. 어. 그러고 싶어.


이야, 내가 말하는 거지만, 진짜 소설을 쓰고 있다. 그렇지? 무슨 성공을 글로 배웠습니다도 아니고, 로또 맞으면 하고 싶은 일 대충 지껄이는 것도 아니고 그렇지?


근데 말이야. 그게 말이야. 그냥 그러면 좋겠다고, 어. 그렇다고.


그러면 행복... 하겠다고. 근데 행복하려나?

 집 100평이면 행복하려나, 아우디 끌면 행복하려나, 무똥까데 맨날 먹으면 행복하려나?

 장동건, 김희선이랑 사는 사람은 행복하려나? 

글쎄. 그럴 거라고 생각해야지 뭐. 


근데 당신은? 당신은 뭐.. 상상 같은 거 없어?

 그냥 지금 당신이 앉아있는 그 자리가 아니라 말하면 어디든 당신의 위치를 바꿔줄 수 있다면, 어디에 궁둥이를 붙이고 있고 싶어? 무슨 짓을 하면서? 


그냥, 상상이잖아. 이게 바로 꿈 아니야? 꿈도 못 꿔? 어. 우리 정말 꿈만 꾸는 거지. 

크크크. 생각해봐. 30초만.


응. 그래. 그런 거, 좋아. 응. 근데 그러려면 말이지, 내가 말한 거 하려면 당신이 말한 거 하나쯤 이뤄보려면 진짜 더럽게도 딱 한 가지가 필요해. 


응. 돈. 머니머니. 


에이. 씨팔.. 욕 나온다 그렇지?


이 더러운 세상. 어찌 됐든 돈이 있어야 하네. 꿈도 이루려면. 

그래서 인간들이 그렇게 미친 듯이 돈타령하면서 사나? 

그래서 돈 벌려고 아등바등 하다가 그냥 뒈지고 마나?  

이런 말도 안 되는 꿈에 1%라도 도전해보려고? 

그런가 보다. 그냥 꿈은 꿈일 때가 기분 좋았네.

 개같이 일하다가 평민처럼 살다가는 거면 꿈 따위 안 이루고 그냥 하루하루 재밌게 사는 게 낫겠다야. 그딴 거 현실로 가져오니 기분 잡친다. 잡쳐.


어. 그냥 술이나 한잔 찌끄려. 자. 한잔해. 우리가 뭔 와인 나발이야. 

소주나 한잔해. 마셔. 

대기업 회장도 깡통 차니까 그냥 사람이야.

.

.


외로울 때 기댈 사람 한명만 있으면 인생 성공한 거야. 쯧.
 
 
 
'Nothing certain but uncertain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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