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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레멘타인 Oct 09. 2016

(1분소설) 불균형같은 균형

어떤 형태의 균형

허둥지둥 저녁 알바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ㅃㅏㅇ-빵빠앙

골목에서 나온 은색 벤츠가 뒤에서 신경질 적으로 울려댄다.


아, 뭐야 시끄럽게... 한 쪽으로 바짝 비켜서던 훈이 앞에 창문이 미끄러지 듯 열린다.




"야, 훈이 아니냐? 맞지? k 고 1학년 3반, 야, 이게 몇 년 만이냐"

"어? 어어어어, 아, 너...이름이 뭐더라."

"이 새끼는 내 이름도 몰라, 너 맨날 나보고 말대가리 말대가리 했잖아. 기억 안나? "


이윽고 차에서 내리는 말대가리, 딱 봐도 명품으로 치창한 듯한 모습이다.



"어? 어.어. 그랬지. 여. 그래. 좋아보인다."

"뭐, 좋아보이긴 뭐. 배만나오고 아저씨 다 됐지.
넌? 어깨가 왜 이렇게 쳐져졌냐 ?너도 늙는구나.
너 우리반에서 목소리 제일 컸잖아. 하하하.
뭐해 요즘?"

"나, 뭐 그냥...뭐. 그냥 산다. 넌"

"아..맞다맞다. 너 애들한테 들으니까 뭐 무슨 공무원? 시험 준비한다더만, 그거 된거야? 한 4년 전인가 5년 전에 그얘기 들은거 같은데..."

"어? 어..뭐..그냥. 그래 넌?"

"어디 들어갔는데? 무슨 부서야? 시청 이런데 들어갔냐? 크크 니가 나라를 위해 일하고 국민을 위해 일 하는게 왜이렇게 웃기냐 ㅋㅋㅋㅋㅋㅋㅋ
천하의 훈이가 말이야. 안그래?"

"하..하..그..그래? 웃기냐 뭐가 웃겨...그나저나 넌 뭐하는데? 차도 비싸보인다?"

"나? 에이 그냥 쪼그마한 치과 하나 해. 저기 둘둘은행있지? 거기 옆 건물에 건치과. "

"허? 그 10층 건물짜리? 거기서 일해? 너가 차린거야?"

"뭐 임마. 너무 코딱지만해서. 뭐.  요즘 우리나이에 그 정도면 어디가서 말하기도 쪽팔린다야, 아 내가 자존심 상해서 사실 잘 말안하는데, 너니까 말하는 거야. 너가 나 좀 좋아했냐. 안그냐?"

"어...출세했네...부럽다야."

"부럽긴 뭐가 부러워, 맨날 남의 썩은 입 들여다보는게 뭐 행복한 줄 아냐? 자살율 1위 직업이다 내가 완전 쓰리디중에 최고 아니야, 나도 공무원 공부나 할 걸 그랬어. 연금이나 타고 살게,


햐~ 난 니가 부럽다 야. 학교 생활도 즐겁게 니 맘대로 하고 나이들어서도 아주 편안하게 사니, 씨발, 누군 존나 뭐 빠지게 공부하느라 놀지도 못 하고 인생 참 불공평해요 안그래?


아아 하긴 요즘 공무원 하려면 경쟁률이 어마어마 하다며? 너 몇 급이야? 말나온김에 어디부서야? 시청? 나 시청에 아는 사람 많아, 교육청? 어디야?"

"아...그게...하..그러니까 뭐 아직..."

"어? 뭐라고? 나이쳐먹더니 목소리도 쳐먹었나
이 새끼 목소리 존나 작아졌네 야 ~ 크게 좀 말해 어릴때는 존나 가만 있는 사람 고막터지도록 괴롭히고 욕짓거리 해대던 새끼가 무슨 일었냐? 뭐? 어디?"




"...씨발"





"뭐? 씨발? 와- 무서워라, 어유,,,무서워라. 옛날 성격 나오시네요. 예예예 . 뭐. 그래서 뭐. 또 치게?
이 나이에 또 날건달짓 하시게요? 하...정신 못 차렸구나너. 이런 새끼가 나랏일이라니 그러니 나라 꼴이 이렇지. 시험만 가지고 사람 붙이면 안돼. 싹 조사해야해. 안 그냐 하하하. 야 인상펴. 농이다 농! 바쁘냐? 밥이나 먹자?"


"됐다. 나 간다."

.
.
.
.
"어이/// 김훈....야? 가냐?

씨발 빨리 일자리 구해야지- 너 아직 백수라던데? 야! 늙고 돈 없으면 존나 추해보여. 어? 일자리 못 구하겠으면 전화해 어? 우리 건물에 잡부 필요해!  일자리 뭐라도 만들어 줄께 어? 내 전화번호 아냐? 알지?
야, - 김훈,
야~ 야!

.
.
.
.
.
...내 너 그렇게 살 줄 알았다. 등신."








[에필로그]


1. 말대가리

말대가리는 물고 있던 붉은 담배를 한 모금 깊게 빨아들이고 바닥에 신경질스럽게 집어 던졌다.

 지나가던 강아지가 그 재에 맞아 깽!하는 외마디를 내며 꽁지를 숨기고 후다닥 거렸다.

 천천히 일어나는 그의 다리는 얼핏보면 아무일 없는 듯 보이지만 눈치없는 바람에 펄럭펄럭거릴때마다 시리도록 차가운 의족이 보였다. 티를 내고 싶지 않아 기우뚱하며 천천히 걸어가 대기하고 있던 벤츠에 올라탔다.

 장애인표지판이 있는 은색벤츠가 조용히 그곳을 미끄러져 나갔다. 고등학교 시절 훈이의 폭력을 피해 도망가다 발을 헛디뎌 그 이후로 영영 온전한 자신의 발로 걸을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2.훈이



훈이는 어린시절의 방황을 그저 학생때의 방황이라 철없던 방황이라 여기며 스무살이 넘었다. 그리고 부모님이 돌아가신 이후로는 정신을 차리고 악착같이 살아왔다.


대학은 나와야 사람 대접 받을 것 같아 없는 돈에 억지로 지방 대학에 들어갈 결심을 했다. 나라에서 빌려주는 학자금대출을 받아서 다니기 시작했다.


학자금을 갚기위해 낮에는 전공과목을 하며 저녁에는 알바, 밤에는 대리운전까지 하며 생활비를 충당해야 했다.


남들보다 기초가 없어 뭐든 느리기 마련이었고, 하나뿐인 여동생이 걱정되 늘 노심초사 했다.


 결혼 할 시기에 혹시나 부모님이 없어 상대방이 싫어 할까봐, 오빠라는 사람이 변변치 않은 날백수상태라 걱정할까봐 어떻게든 안정된 직장을 찾기로 했다.


자신은 결혼은 이미 포기한지 오래. 자기와 결혼 하겠다고 오래동안 옆에서 내조하던 여자 친구도 결국 암울한 현실에 맞선을 보고 다른 남자와 결혼했다.


몇 년째 떨어진 공무원 시험에 몸도 마음도 지쳐갔다. 하루하루가 암울했고, 목숨걸고 한다고 했는데 어찌 된 일인지 0.몇 점 차이로 떨어지거나 면접에서 쓴 고배를 마셨다.


서른 여섯.

그제서야 자신의 인생이 희망 없는 인생이라는 걸 서서히 깨달았다.


반은 자포자기 반은 그나마 희망을 붙들고 살아내는 하루하루.


나이가 들어 다른 회사에 새로 취업도 되지 않고, 스펙도 딸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 채 시간만 좀 먹어 갔다.


월식하는 식당에서 설겆이를 해주고 밥을 얻어먹는 알바를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어디선가 벤츠 한대가 서더니 자신의 이름을 불렀다. 썬팅이 짙어 자세히 보이지 않았지만 명품으로 두른 남자는 고등학교때 자신이 괴롭힌 찌질이 말대가리였다. 출세했네.



.

순간 심장에 돌덩이가 박히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평생 느끼지 못 했던 수치스러운 10분.


패 죽이고 싶도록 거들먹 대는 그 얼굴에, 예전 같으면 바로 한방 갈겨주고 죽기 전만큼만 패놓고 침한번 뱉어 줬을텐데.


씨발.


겨우 한다는 말이, 입에서 뱉은 자존심이 씨발이냐. .

씨.

발.



한 치 앞도 모르는 게 인생이구나. 저 상등신이 저렇게 떵떵 거릴 동안 난 왜 이런 삶을 살아야 할까?이미 출발선 자체가 다르다는 걸 깨닫기까지 꽤 오래 걸렸던 것같다.


멋 모르고 날뛰던 어린 시절을 세탁기다시 세탁할 수만 있다면 그러고 싶었다.


훈이는 슈퍼에 들러 가격표를 꼼꼼히 보고 제일 저렴한 소주와 컵라면 하나를 사들고 어둑어둑한 고시원으로 돌아갔다.


내일 없는 하루가 보랏빛으로 물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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