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 속의 외침

어느 무명작가의 독백

by 클레멘타인

브런치를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한 지 몇 달이 지난 것 같습니다. 이제 매일 무슨 글을 써야 할까 고민하는 날이 많아져 아주 불편할 정도지요. 창작이라는 것은 뭘까요. 아무래도 몸은 침대에 붙어 있더라도 머릿속에 뇌가 혼 부지런히 움직이는 일이라 남들이 보기에는 그저 게으른 한량쯤으로 보이겠지요.


그렇다고 제가 부지런하다고 주장하지도 못 하지만요.


저는 글을 씁니다.

이 부분이 아주 재밌어요. 이미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어린 시절부터 작가가 되겠다거나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은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써야 한다. 써내야만 한다.라는 어떤 커다란 의무감일까요? 아무도 부여하지 않은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주는 의무감은 세상 무엇 보다도 무서운 벌이지요.


예. 그래요. 저는 저주에 걸렸습니다.

예를 들어, 저는 연애 드라마나 뭐랄까, 애정 행각? 이 나오는 장면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하하. 그냥 알레르기처럼 으휴, 저게 뭐람 하면서 채널을 돌려버리지요. 물론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배우가 나올 때는 덜합니다만 (때론 응원을?) 전반적으로 꽁냥꽁냥 해버리면 일단 두드러기가 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1분 소설이라는 타이틀로 연애 소설을 술술 써 내려갑니다. 아이러니 하지요. 왜 쓰냐면 독자들이 좋아해 주기 때문입니다. 단순하지만 저에게는 뭐랄까요. 기분 좋은, 하지만 한 편의 저주입니다. 즐기지 않는 일을 생산하는 어떤 과정이지요. 물론, 그렇다고 이 오픈된 공간에서 잔인하고 욕설이 난무하고 (예, 여전히 이 부분이 수위 조절이 안돼서) 죽이고 살리고 하는 걸 쓰기엔 어려움이 있습니다.


제 취향이라면 미스터리 스릴러가 좀 더 맞다고 할까요? 그렇다고 미스터리를 잘 쓰는 건 아닙니다. 좋아한다고 잘 하는 건 아닌 것 처럼요. 제가 생각했을 때 두뇌 회전이 썩? 좋은 편은 아니라, 이야기마다 반전을 주고 복선을 깔고 덫을 놓고 독자를 어지럽게 하는 건 못 하거든요. 아마 저는 제가 갖지 못 한 여러 가지 능력에 대해 매력을 느끼나 봅니다. 그런 일은 타인에게서 매력을 찾을 때도 종종 일어나곤 하지요.


취향을 말하자면, 어떤 숨겨진 사건 파헤치기 (제가 애정 하는 프로가 '그것이 알고 싶다'인 이유가 있지요.)에서 알게 되는 그런 짜릿함을 좋아합니다. 그러나 1분 소설 속에서 저는, 주로 어떤 단편의 감정을 디테일하게 기술하는?? 능력밖에 없기에 미스테리 부분은 그저 독자로만 살아갈 뿐이지요. 뭐 그래도 가끔 쓰긴 합니다.


무슨 일이든 좋아하면 그냥 좋아하는 대로 남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에 들어서 말이죠.


얼마 전에 한 카피라이터가 문구를 쓰기 전에 3일을 울어본 경험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걸 얼핏 본 것 같습니다. 그렇죠. 창작이란 스스로를 옥죄고, 괴롭히고, 왜 이것밖에 안되냐고 소리치고, 자신을 닦달하는 그런 과정이 있어야 하는 데 말이죠. 다른 업무도 마찬가지겠지만.


사람에게는 어느 정도 재능의 수준을 넘어야만 하는 그런 순간이 온다고 생각합니다. 좋아한다고 막상 하려고 할 때 스스로에게 오는 괴리감은 아주 지독하지요. 오히려 모든 게 다 싫어지기 까지 한다니까요.


그러니까 태생적으로 기본빵? 하는 그런 재능들 말입니다.


요즘이야 글 쓰는 게 뭐 커다란 이슈도 아니고 재능도 아니고 필수? 조건처럼 느껴지지만 예전에는 글을 쓴다고 하면 문인이라는 타이틀로 뭐랄까, 나와는 좀 먼 그런 세계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가 제가 막상 글을 쓰는 재주가 10% 정도 있다는 걸 알게 된 후 저는 혼란에 빠져버립니다.


저는 지금까지 그다지 별 볼일 없이 살아왔거든요.

부끄럽군요. 이런 말을 쓰게 될 줄이야.


엄마에게 이렇다 할 상장 하나 집에 들고 온 적이 없습니다. 뭐, 사고만 안치면 다행이라 여기며 집에서는 자유 방임주의라 공부를 하든 놀든 크게 신경 쓰지 않으셨죠. 저 역시 세상 모든 일에 관심 없이 살다 보니 오히려 책을 보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중학교 때 친구에게 '너는 세상에 관심이 없다' 라는 말을 듣기도 했습니다. 아, 레알 반박불가.


그래서 일까요?아마 현실에 대한 불만과 부족함을 책 속에서 상상을 펼치며 살아왔는지도 모릅니다. 참 현실 감 없이 동떨어진 아이였죠. 혼자만의 세계에 갇혀 있었는 지도 모르구요.


그런 독자적인? 생활만 쭈욱 해오다가 서른이 넘어서야 독자에서 작가로 살아봅니다. 작가라는 이름을 거는 게 남들 보기에는 네가 뭔데?라고 할 수 있겠지만 만약 그 단어가 불편하시다면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이구나 정도로 여겨주세요. 아니면 저도 저를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으니까요. 여러분이 절 부정하셔도 저라도 절 인정해야지요. 아니면 전 존재가 무의미 해지겠지요.


저의 재능을 발견한 이후로 오히려 저는 글이 쓰기 싫었습니다. 아니 글을 쓰는 게 싫은 게 아니라 재미가 없었습니다. 참 청개구리 띠가 있다면 아마 제가 그렇겠지요. 이거 말고 더 재밌는 일이 없을까 매일 고민했습니다. 따지고 보면 재능이 없는 사람들이 그런 걸로 고민하는 거 아니겠어요?


이 일은 나랑 안 맞아. 같은 그런 고민 말이에요.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글쓰기 말고 10% 이상의 다른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닌 것 같고 정말 난관에 봉착했지요. 저는 정말 이것 저것 많은 것을 기웃 거렸습니다. 제가 실패한 이유가 집착?끈기? 가 없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매일 흥미만 쫓아서 그런 건지 이제와서 돌이켜 보면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네요. 게다가 더 걱정이 되는 건 글을 써서 무슨 돈을 벌고 경제생활을 할까 하는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기도 했구요. 지금도 그 문제를 풀기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전체적으로 아무런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입니다.

어떤 직업의 언저리에서 여기 저기 기웃 거리고 있지요. 그러나 점점 해야만 하는 일에서 물러 설 수 없는 나이가 되어 간다는 걸 느낍니다. 그저 재미가 없어도 해야 하는 스스로에 대한 어떤 사명감 같은 거 말이에요. 그게 스스로의 인생에 대해 책임을 지는 '어른' 이라는 존재 아니겠어요?


그리고 이제 글을 써내는 건,

내 글을 읽는 한 사람을 위한 신뢰랄까요. 뭐 저 하나 글 안 쓴다고 읽을 이야기가 없는 것도 아니지만요. 이 세상에는 제 얘기보다 재밌는 일들이 차고 넘치니까요. 하지만 아, 뭐랄까요. 저는 스스로에게 걸린 저주를 풀기 위해서는 그래야만 했습니다. 이 일을 해야만 한다고. 그리고 아주 잘 해내야만 한다고.


그래야지 제가 써내는 일이 저주가 되지 않을 테니까요.

솔직한 심정으로 저는 영화나 드라마를 써보고 싶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어렵습니다. 저에게 10%의 재능을 뛰어넘을 90%의 노력이 필요하니까요. 한 번도 90%의 노력을 하며 살아 본 적이 없습니다. 나약하고 허무한 인간일 뿐이죠.


게다가 이런 활동으로 이 세상에서 과연 얼마큼 흔적을 남길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때로는 밥이나 벌어먹고살 수 있을까 하는 생존 자체를 고민하기도 하구요.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그런 고민들 말입니다.




어쩌겠습니까.




이런저런 투덜거림일 뿐 그냥 써야지요. 누가 제 대신 인생을 살아줄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오롯이 제가 책임져야만 하는 인생의 과제 일 뿐이지요. 긴 글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그저 야식 먹고 몇 글자 쓰다 괜한 투정 한 번 끄적여 봅니다. 다들 본인 삶도 어려운 데 제 넋두리까지 들어주시는라 고생 하셨습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랑스러운 그대여.

깊은 밤 모두 모두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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