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멘타인 1분소설
나 너 정말 좋아해.
우리 만나보면 안 될까?
.
.
헉!
이게 무슨 개똥 같은 꿈이람.
희정이는 눈을 뜨자마자 정신이 또렷해졌다. 분명 꿈이다. 방금 좀 전에 그... 그러니까... 그런 키스 같은 걸... 내가 그 녀석이랑 할 리가 없잖아!!!!
삐삐삐 삐삐 삐삐-
그제야 핸드폰에 아침 알람이 요란하게 울렸다. 희정이는 자꾸만 떠오르는 그 녀석의 얼굴과 상황이 출근하는 내내 고장 난 영상처럼 되감기 되었다.
그 녀석은 페이스북에서 알게 된 사이다. 친구의 친구인데 친구랑 찍은 사진에 덧글을 남기기 시작하면서 친해졌다. 서로 만난 적이 없으니 그다지 친구나 남녀 사이? 도 되지 못하고, 그냥 말 그대로 인터넷 상의 (명목상) 친구였다.
그런 허무맹랑한 사이의 남자가 희정이의 꿈에 나타나 하루 종일 정신을 사납게 한 거다.
어휴, 그깟 꿈이 뭐라고 왜 이런담.
희정이는 스스로가 우습게 느껴졌다. 한 번도 본 적도 목소리도 들어 본 적 없는 사람이 꿈에 나온 것도 이상한데 꿈에서 고백을 받았다고 이렇게 설레나? 자꾸만 페이스북에 그 녀석의 이야기가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예전 같으면 대충 좋아요 누르고 지나갔을 이야기들을 좀 더 꼼꼼하고 천천히 읽어 보게 되고, 덧글도 열심히 달게 되었다.
덧글이 오가다 보니 페북에서는 좀 더 그 녀석의 이야기를 자주 탐라인에 등장시켜줬고, 희정이는 자기도 모르게 페북에 자신의 포스팅을 자주 하게 되었다.
그렇게 그 두 사람은 인터넷 상에서 점점 대화의 시간을 늘려간다.
정 혼술 인증!!
희정이의 포스팅이 올라가자마자 1등으로 좋아요와 덧글이 달린다. 당연히 서로의 페북을 탐닉하듯이 보고 있는 그 녀석이다.
그 오! 나도 오늘은 왠지 혼술이 당기는 걸?
정 후훗! 빨랑 인증!!
잠시 후 희정이의 포스팅의 덧글에 클라우드 캔 하나와 육포 하나가 인증 사진으로 뜬다.
그 ㅋㅋㅋ 짠할까?
정 ㅋㅋㅋ 조오치. 이거 웃긴다. 각자 집에서 혼술하면서 같이 먹는 거.
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영상 인증 GO?
희정이는 덧글을 보고 고민에 빠졌다. 영상?... 조금 궁금하긴 한데. 희정이는 잠시 고민하다 답글을 올린다.
정 화장 안해서 안됨 ㅋㅋㅋㅋㅋㅋㅋ
그 나두 화장 안했음.ㅋㅋㅋㅋㅋㅋ
희정이는 더 이상 답글을 달면 왠지 오픈된 공간에서 불편해질 것 같아 좋아요만 꾹 눌렀다. 이 녀석 갑자기 웬 영상 타령이야... 희정이는 밤에 꿈도 그렇고 영상 얘기도 그렇고 자꾸만 혼자 상상에 빠진다.
... 뭐야, 대시하는 건가?
일하다가도 문득문득 그 녀석과 이야기가 생각나고, 수시로 페이스북에 접속하게 된다. 접속 시간을 확인하고 접속 중이면 왜 말을 걸지 않지? 이런 생각까지 들게 된다. 괜히 혼자 감정이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왠지 모를 외로움이 밀려왔다.
나... 지금 뭐하는 거지?
아무것도 알 수 없어서 더 혼란에 빠지는 희정이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왠지 그 녀석을 한 번쯤 우연하게 마주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하게 된다. 정말 드라마처럼 말이다. 괜히 직접 만나자고 하기는 부담스럽고, 우연을 가장한 인연으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와중에 그 녀석은 희정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페메로 메시지를 보낸다.
그 뭐해? 밥 먹었어? 혼밥 인증이 늦네~
희정은 괜히 일어나 이것저것 찾기 시작한다. 아까 먹을 때 미리 찍어두지 못한 게 아쉬워서 다른 간식거리라도 포스팅할까... 하며 냉장고 문을 열었다 닫았다 한다.
그 라방 함 해야지? 흐흐흐. 먹방 ㄱㄱ
희정은 순간 움찔한다. 직접은 아니더라도 영상으로 만나봐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상상에 빠졌다. 자신이 그 녀석과 영상 채팅을 하는 상상을 하니 왠지 부끄럽고 설레었다. 냉장고에서는 도저히 찾을 수 없어 옷을 갈아입고 편의점으로 향한다. 집을 나서는 발걸음이 가벼운 것이... 이거 지금...
... 썸인가?
요망한 꿈 때문인지
그 녀석에 대한 생각의 물꼬가 터진 이후로 자꾸만 우연을 인연으로 만들어 가고 싶은 희정이였다.
희정은 스스로도 상상인지, 미래에 대한 욕망인지, 현실인지 뭔지 알 수 없는 꿈이라는 단순한 현상이 자신의 감정까지 쥐 흔들고 있으니... 참으로 뭐라고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이런 일로 누군가를 좋아하는 게 가당하기나 한 건가 하는 의심도 들었다.
그러나 감정은
의심도, 생각도, 논리도, 지구 상에 존재하는 세상의 그 어떤 법칙의 힘도 피해 자꾸만 그 녀석에게로 달려간다.
도저히 막을 수가 없었다.
틈틈히 읽는 감정 소설
<클레멘타인 1분소설> 검색 해보세요.
바다를사랑한클레멘타인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