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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레멘타인 Oct 27. 2016

(1분소설) 페이스북 친구

클레멘타인 1분소설

나 너 정말 좋아해.

우리 만나보면 안 될까?

.

.


헉!

이게 무슨 개똥 같은 꿈이람.




희정이는 눈을 뜨자마자 정신이 또렷해졌다. 분명 꿈이다. 방금 좀 전에 그... 그러니까... 그런 키스 같은 걸... 내가 그 녀석이랑 할 리가 없잖아!!!!




삐삐삐 삐삐 삐삐-




그제야 핸드폰에 아침 알람이 요란하게 울렸다. 희정이는 자꾸만 떠오르는 그 녀석의 얼굴과 상황이 출근하는 내내 고장 난 영상처럼 되감기 되었다.



그 녀석은 페이스북에서 알게 된 사이다. 친구의 친구인데 친구랑 찍은 사진에 덧글을 남기기 시작하면서 친해졌다. 서로 만난 적이 없으니 그다지 친구나 남녀 사이? 도 되지 못하고, 그냥 말 그대로 인터넷 상의 (명목상) 친구였다.



그런 허무맹랑한 사이의 남자가 희정이의 꿈에 나타나 하루 종일 정신을 사납게 한 거다.




어휴, 그깟 꿈이 뭐라고 왜 이런담.





희정이는 스스로가 우습게 느껴졌다. 한 번도 본 적도 목소리도 들어 본 적 없는 사람이 꿈에 나온 것도 이상한데 꿈에서 고백을 받았다고 이렇게 설레나? 자꾸만 페이스북에 그 녀석의 이야기가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예전 같으면 대충 좋아요 누르고 지나갔을 이야기들을 좀 더 꼼꼼하고 천천히 읽어 보게 되고, 덧글도 열심히 달게 되었다.



덧글이 오가다 보니 페북에서는 좀 더 그 녀석의 이야기를 자주 탐라인에 등장시켜줬고, 희정이는 자기도 모르게 페북에 자신의 포스팅을 자주 하게 되었다.



그렇게 그 두 사람은 인터넷 상에서 점점 대화의 시간을 늘려간다.



 혼술 인증!!



희정이의 포스팅이 올라가자마자 1등으로 좋아요와 덧글이 달린다. 당연히 서로의 페북을 탐닉하듯이 보고 있는 그 녀석이다.



오! 나도 오늘은 왠지 혼술이 당기는 걸?

후훗! 빨랑 인증!!



잠시 후 희정이의 포스팅의 덧글에 클라우드 캔 하나와 육포 하나가 인증 사진으로 뜬다.



ㅋㅋㅋ 짠할까?

ㅋㅋㅋ 조오치. 이거 웃긴다. 각자 집에서 혼술하면서 같이 먹는 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영상 인증 GO?



희정이는 덧글을 보고 고민에 빠졌다. 영상?... 조금 궁금하긴 한데. 희정이는 잠시 고민하다 답글을 올린다.



화장 안해서 안됨 ㅋㅋㅋㅋㅋㅋㅋ

나두 화장 안했음.ㅋㅋㅋㅋㅋㅋ



희정이는 더 이상 답글을 달면 왠지 오픈된 공간에서 불편해질 것 같아 좋아요만 꾹 눌렀다. 이 녀석 갑자기 웬 영상 타령이야... 희정이는 밤에 꿈도 그렇고 영상 얘기도 그렇고 자꾸만 혼자 상상에 빠진다.




... 뭐야, 대시하는 건가?





일하다가도 문득문득 그 녀석과 이야기가 생각나고, 수시로 페이스북에 접속하게 된다. 접속 시간을 확인하고 접속 중이면 왜 말을 걸지 않지? 이런 생각까지 들게 된다. 괜히 혼자 감정이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왠지 모를 외로움이 밀려왔다.


나... 지금 뭐하는 거지?



아무것도 알 수 없어서 더 혼란에 빠지는 희정이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왠지 그 녀석을 한 번쯤 우연하게 마주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하게 된다. 정말 드라마처럼 말이다. 괜히 직접 만나자고 하기는 부담스럽고, 우연을 가장한 인연으로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와중에 그 녀석은 희정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페메로 메시지를 보낸다.



뭐해? 밥 먹었어? 혼밥 인증이 늦네~


희정은 괜히 일어나 이것저것 찾기 시작한다. 아까 먹을 때 미리 찍어두지 못한 게 아쉬워서 다른 간식거리라도 포스팅할까... 하며 냉장고 문을 열었다 닫았다 한다.



라방 함 해야지? 흐흐흐. 먹방 ㄱㄱ



희정은 순간 움찔한다. 직접은 아니더라도 영상으로 만나봐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상상에 빠졌다. 자신이 그 녀석과 영상 채팅을 하는 상상을 하니 왠지 부끄럽고 설레었다. 냉장고에서는 도저히 찾을 수 없어 옷을 갈아입고 편의점으로 향한다. 집을 나서는 발걸음이 가벼운 것이... 이거 지금...





... 썸인가?




요망한 꿈 때문인지 

녀석에 대한 생각의 물꼬가 터진 이후로 자꾸만 우연을 인연으로 만들어 가고 싶은 희정이였다.


 희정은 스스로도 상상인지, 미래에 대한 욕망인지, 현실인지 뭔지 알 수 없는 이라는 단순한 현상이 자신의 감정까지 쥐 흔들고 있으니... 참으로 뭐라고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이런 일로 누군가를 좋아하는 게 가당하기나 한 건가 하는 의심도 들었다.



그러나 감정은

의심도, 생각도, 논리도, 지구 상에 존재하는 세상의 그 어떤 법칙의 힘도 피해 자꾸만 그 녀석에게로 달려간다.






도저히 막을 수가 없었다.







틈틈히 읽는 감정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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