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멘타인 솔직에세이
다방
나는 다방에 대한 기억이 있다.
별다방 콩다방 말고 진짜 다방 말이다. 음, 왠지 혜리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아주 단편적인 기억들인데 때때로 그것은 선명하다. 몇 살인지 모르겠지만 , 어린 시절 우리 집 옆에 가스 가게가 있었다. 일 하는 사람도 많고 가게 앞에는 커다란 숑카?같은 오토바이도 많았다.
음, 지금 도시들 대부분 도시가스를 쓰기 때문에 가스 가게는 별로 없겠지만. (여담으로 강릉은 아직 가스 가게가 많다. )
아무튼 가스 가게에는 일하는 삼촌들이 많았는데 삼촌들은 자주 바뀌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들은 나보다 어린 이십 대 후반이거나 나랑 비슷한 삼십 대였을 것 같다.
그런 삼촌들 중 어린 나를 이뻐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는 데, 그중 누군가를 따라 동네 다방을 들락날락 거린 기억이 있다.
그러니까 삼촌들의 얼굴이나 대화가 생각나는 게 아니라
지하 다방의 어두운 느낌, 녹색 소파, 그리고 수족관 속 주황색 금붕어들, 그리고 내가 먹던 요구르트병과 빨대 같은 거 말이다.
나는 기억력이 아주 안 좋은 편이라 어린 시절의 기억이 거의 없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시간이 지난 대부분의 기억들이 없다.
이 정도면 중증인데 가끔은 아쉽기도 하고 어떤 날은 편하기도 하다 그리워할 게없다는 건 아련해질 일이 없으니까. 가슴 따뜻해질 일들은 살면서 만들어가지만, 뭔가 아련함은 늘 과거에 숨 쉬는 것 같다.
아무튼 그런 다방이라는 것이 최근에는 카페 커피숍으로 대부분 변했지만 문화 공간임은 변함없는 것 같다. 그런 기억 때문에 다방에 한 번 가보고 싶어 진다.
또 하나는 우리 외할아버지인데,
어린 시절 할아버지 사무실에 앉아 있으면 할아버지는 절친인 박부기 아저씨와 다방커피를 배달시켜먹고는 했다.
그러면 하얀 커피잔에 커피를 타 주던 언니의 모습. 빨간색 커다란 플라스틱 보온 물병, 작은 커피 숟가락. 그런 것들이 나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아마 그게 할아버지의 유일한 낙이였지 싶다.
외할아버지는 유독 날 이뻐하셔서 사무실에서 일하실 때 괜히 붙잡아 놓고는 하셨는 데, 그럼 나는 딱히 하는 일 없이 사무실 소파에 누워 뒹굴 걸렸다. 말이 별로 없던 할아버지 성격 탓에 할아버지랑 대화를 하는 것도 아니었지만 할아버지는 내가 사무실에 있기를 바라셨다.
그럼 나는 할아버지가 즐겨 보시던 가요무대를 보거나 라디오를 함께 들었다. 일주일에 딱 한번뿐인 선데이서울 잡지를 뒤적거리기도 했다. 어린 나에게 연예계 뉴스는 너무 재밌었고, 폐암으로 돌아가셨지만 할아버지의 담배 냄새도 나쁘지 않았다.
딸그랑딸그랑
작은 커피잔을 돌아다니는 커피 스푼의 청아한 소리가 들린다.
때때로
지금은 불편한 일이지만, 그 당시에는 아무렇지 않았던 모든 것들이 그리워 지곤 한다.
가게 안에서 뿌옇게 담배를 태우는 일들,
다방에 어린 여자아이가 따라가는 일들,
성인 잡지를 보며 키득거리던 일들.
지금이라면 분명 누군가 sns에서 강하게 지탄받을 만한 일들 어떤 사고도 문화도 그냥 무덤덤하게 바보스러울 만큼 받아들이는 그런 불편함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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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러고 보니 아련해지는 것 같다.
그렇다고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건 아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