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바이러스

#클레멘타인 솔직에세이

by 클레멘타인

사람의 생각은 감염된다.


때때로 그것들은 지독하다.

감기 걸린 사람과 단순한 접촉만으로도 그날 밤 끙끙 앓아대는 것처럼.


인터넷이 연결되고부터 나는 수다쟁이가 되어버렸다.


이러쿵, 저러쿵,

모든 찰나가 허물없이 쏟아져 형태를 갖춰 하얀 모니터에 다닥다닥 붙박이 되었다.

뱉어내지 않으면 외로워 죽을 것 같은 날들이 동시에 이어졌다.


그게 나였을까.

그 모든 생각들이 나일까?


글자 하나에 호흡이 들어가고 감정이 눅진거린다.

나는 그렇게 글자들을 과잉 생산해 냈다.


다행히 다음날이면,

그러한 모든 생각들을 클릭 두 번으로 지워버릴 수 있으니 오히려 더 당당해져 갔다.

그게 얼마나 바보 같은 짓이지도 모르고.


고립된 세상과 연결된 세상 중간에 살다보면

타인의 찰나와 부딪히는 순간이 많아졌다.


그 많은 생각들, 멈추지 않는 이야기들, 흐르는 모든 것들이 자연스럽게 글자로 연결되어 내 속에 꽁꽁 숨어 있던 무언가를 건드린다.


잊고 있었던 기억들.

잊고 싶었던 것들까지도 모든 흐름에 닿는 순간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그리고 그걸 알아버린 순간,

나는 숨어야 했다.


아무 말도 꺼내서 보여줄 수가 없어졌다.


내가 숨기고 싶었던 것들과

우연찮게 그들도 겪었던 모든 이야기들이 낱낱이 세상에 공중분해될 때 과연 피해갈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잊고 싶었던 사람들과 잊고 싶은 마음들

잊어야만 살아낼 수 있었던 뇌의 생존 본능은 그렇게 철저히 무시된다.


아-중심 없는 생각들만 빙글빙글 돌고 있다.

꽁꽁 얼어붙은 호수는 깊은 중심으로 갈수록 깨지기 쉬우니까.


언제나 솔직하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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