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중이떠중이

#클레멘타인 솔직에세이

by 클레멘타인

나는 왜 이렇게 어중이떠중이일까.


잠이 오지 않는 가운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최근들어 나에 대한 발견을 몇 가지 말하자면 나는 생각이 없었다. 었다로 끝나는 이유는 이제부터 해보려고 하니까 과거형을 붙이고 싶다.


나는 무엇하나 옳고 그름이 없어 늘 헤매고 있다. 자기확신은 언제 생기는 걸까. 아무런 확신도 없이 무언가를 말한다는 건 아주 이상한 일이다.


무엇도 내가 내린 결론이 없어, 아무것도 책임 질 것이 없다. 아무것도 책임지고 싶지가 않아, 무엇도 결론 내릴 수 없다.


나는 가치관이 없어서 이것도 맞고 저것도 맞고 이중적인 인간이다. 그랬더니 그는 그게 내 가치관이라고 말해줬다.


나는 그 말이 더 혼란스러웠는 데 딱히 따질 수가 없었다. 그냥 그렇구나 해버렸다.


서른이 넘으면 내 생각 하나쯤은 있을 줄 알았는 데 아직도 껍데기만 있다. 그는 이런 내게 무언가를 위해 무언가를 하지 말고 그냥 하라고 했다.


당신은 그냥 하는 걸 해야 그냥 한다고.


이유를 대고 이유를 찾아가며 해야 하는 일은 너무 괴롭다.


가는 동안 지독하게 먼 길도 돌아올 땐 금방 인것을.


목적있는 인간이 되고 싶어 꽤 오랫동안 자신을 다그쳐왔지만 소용없다는 걸 알았다. 그냥 난 어중간하게 아무런 것도 아닌 채로 흘러가고 있다.


내가 나로 완성되지 못 할까봐 전전긍긍했지만, 정작 내가 뭔지 모르겠다. 인간의 이중성의 손아귀에서 스스로 갇혀 놀아나고 있다. 정의따위는 없는 데.


어중간한 나 같은 인간은 평생 고민만하다 죽을 수도 있겠다. 불평도 없이 불만도 없이 그냥 시간을 좀 먹는다.


문제는 그런 삶이 싫은 지 좋은 지 이제는 모르겠다. 어쩌면 이 삶을 좋아하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미치도록 이 삶을 경멸하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아무것도 몰라서 어중이떠중이다.

매일이 미지수 x 무얼 집어 넣어야 식이 완성될까.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