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괜찮지요

#클레멘타인 솔직 에세이

by 클레멘타인

한 달에 한 번, 명주동에서는 명주 프리마켓이 열린다.

몇 년째 열리고 있어도 게으름 때문에 1년에 한 번 정도만 구경을 간다. 올 10월 프리마켓은 생각보다 규모가 컸다. 담당자분을 우연히 만나 물어보니 올해 마지막 행사라서 그런지 최대 인원이 참여했다고 했다. 나는 소비를 특별하게 좋아하는 타입이 아니지만, 이번만큼은 고르고 사는 재미를 느껴볼까? 하는 마음으로 현금부터 챙겼다. 사고 싶은 게 있는 데 현금이 없어서 못 사는 건 정말 낭패니까.


하지만 프리마켓은 나 같은 소심쟁이에게 그다지 좋은 장소는 아니다. 누구나 자신의 물건을 가지고 나와 뽐내기(?)를 할 수 있는 시간인지라 왠지 모를 긴장감으로 구경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정식 상인이 아닌 사람에게 괜한 질문 공세는 뭔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건 얼마인가요. 저것 좀 볼까요?"


쓰잘대없는 낯가림이 스멀스멀 올라와 가벼운 질문도 못하게 한다.


저건 좀 괜찮아 보이는 데? 하는 마음이 들어도 막상 묻지 못하고 괜히 주변만 빙글빙글 거리게 된다. 물건을 들었다 놨다 해보거나 이리저리 재보고 싶은 데 곁눈질만 하는 것이다. 그러다 판매자와 눈이라도 마주치면


"이것 좀 보고 가세요."


라는 적극적인 외침이 들려 오히려 도망가게 된다.


마음속으로는 음. 못 이기는 척 한 번 봐볼까. 하다가도 누군가 '이것 좀 보세요. 쌉니다. 저렴합니다.'라는 말이라도 걸면 오히려 발걸음을 빠르게 옮기는 것이다. 구애를 바라는 수컷 새처럼 주변만 어슬렁어슬렁 하다가 결국 빈 손이다. (죄송합니다. 이런 사람입니다.)


이런 소심쟁이일 지라도 몇 번의 고심 끝에 사게 되는 게 있는 데, 그건 바로 수제 쿠키 또는 빵이다. 프리마켓의 특성상 대부분이 수제이지만, 어린 학생들이 구워 나오는 쿠키는 구매하게 된다. 워낙 쿠키나 빵 종류를 좋아하는 강한 먹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역시 곰곰이 생각해보면 아마추어(+어린) 상인이 가지고 나오는 수제 쿠키는 먹는 동안 기분이 꽤 괜찮기 때문이다.


몇 개를 구울까.

맛있어할까.

누가 사갈까.

얼마에 팔까.

몇 개나 팔릴까.


이런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전 날 밤부터 쿠키를 구우며 포장하겠지. 그리고 이른 아침부터 조심스레 들고 나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누군가의 돈과 교환되는 순간 얼마나 좋을까. 또는 아무도 쳐다봐주지 않았을 때 얼마나 속상할까. 옆에 앉은 사람의 쿠키가 더 잘 팔리면 무슨 기분일까.


이런 (쓰잘스러운) 생각 따위를 하며 쿠키 봉투를 뜯는다.


그리고 한 입 베어 물면 역시나 맛이 괜찮다. 오독오독 씹다가 커피 한 모금 쪼옥 빨아 당기면 작지만 행복한 기분이 든다.


가격도 일반 커피점에서 먹는 수제 쿠키보다 조금 더 저렴하거나 비슷하니 기분이 꽤나 괜찮다. 게다가 아메리카노의 씁쓸함과 쿠키의 달달함은 누가 뭐래도 찰떡궁합이다. 쿠키를 먹으려고 아메리카노를 먹는지, 아메리카노를 먹으려고 쿠키를 먹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튼 서로의 순위를 메길 수 없다.


엄청난 프로보다는 약간은 어색하지만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의 쿠키를 먹는 건 꽤 괜찮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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