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응 스킬

#클레멘타인 솔직에세이

by 클레멘타인

속옷을 다림질 하는 건 어떤가요?



엄청 게으른 저도 외출 전에 꼭 체크하는 게 있는 데 그것은 옷의 주름 상태입니다. 예전에는 그야말로 귀차니즘의 선두주자라 구겨진 옷도 곧잘 입었지만, 지금은 왠지 구깃한 옷을 입으면 제 얼굴에 잡힌 주름이 여기까지 내려 온 것 같아 냉큼 다림질을 합니다.


물론 그다지 정성껏 하는 타입은 아닙니다. 제 눈에 적당히 펴지기만 한 것만으로도 만족하는 타입입니다.


얼마전 티비에서 아기의 속옷까지 다림질하는 외국인 며느리를 못 마땅해 하는 한국인 시어머니를 보았습니다.


개인의 성향 차이겠지만

속옷까지 다리는 건 전기 낭비다. 라는 주장과

나는 다림질하는 것 자체가 좋다. 라는 주장이 부딪히고 있었습니다.


저는 역시 사람은 그 어떤 주제를 내놓아도 양분될 수 있는 존재다. 라는 사실에 감탄했습니다.


또 만약 그렇다면 아무리 서로 부딪히지 않는 주제라도 토론회를 열면 분명 많은 사람이 참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면 줄무늬 발목 양말을 신는 것과 지구 온난화 !

자, 선택하고 싸워보세요. 해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물론 그 속에는 어른 말을 들어라 하는 의미와 내 마음대로 합니다 라는 의미가 숨어 있을 테죠.


종종 이런 상황은 인간 관계의 힘 겨루기에서 엿보입니다. 왜 사람은 타인이 자기가 원하는 방식대로 똑같이 하길 바라는 걸까요. 마치 자기가 아는 모든 게 정답인 것 처럼 말이죠. 평소에는 경쟁심없던 저도 때때로 내 주장을 굽히는 건 지는 기분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렇게 깨지고 부딪히다보니 어느 날 참으로 의미없는 힘 낭비였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하여 저는 저만의 응응 스킬을 개발하였습니다.

여러분에게도 팁을 드리고자 합니다.


어머니가 저의 사소한 모든 것에 규칙을 던지면 저는 응응 하고 곧바로 다른 주제로 넘어갑니다.


가령 고양이털 때문에 피부가 그런거다 라는 말에

응, 그런가?라고 하고 곧바로 다른 주제를 꺼내는 겁니다. 저는 고양이가 없던 중학교 시절부터 이미 이 상태이지만 어찌되었든 고양이에게 불똥이 튑니다.


괜히 그 자리에서 반대의견을 내놓거나 의문을 제기하면 굉장히 오랜 시간 근거에 대해 들어야하므로 주의해야합니다. 어차피 가치관이 달라 납득할 만한 이야기가 없다면 서로 에너지만 빼앗깁니다.


역시 그럴 때는 만병통치약, 응응. 하고 다른 이야기로 착- 넘어가보세요. 타인으로부터 무슨 규칙을 들어도 왜? 는 일단 뱃속에 넣어두고 응응 스킬을 씁시다. 주장을 펼쳐도 아무런 소득이 없는 문제들이 많습니다.




*왜 때문인지 옷 마다 다리미 자국이 도장처럼 선명하게 있습니다. 온도 조절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응응.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