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척질척

#클레멘타인 솔직에세이

by 클레멘타인

술자리에서 헤어지는 타이밍을 잡지 못 해 새벽까지 함께 해 본적 있습니까? 중간쯤


저 그럼, 저는 여기서 이만...


하고 돌아서야 하는데,

엉덩이만 몇 번 들썩거릴 뿐

입이 새 부리처럼 붙어 좀 처럼 떨어지지 않아 눈치만 뒤룩뒤룩 보다 결국, 밤을 새는 지경까지 가는 겁니다.


더구나 내 앞에 누군가 가겠다는 시그널을 보냈을 때

엄청난 그룹의 반발이 있다던지 , 너는 흥을 깬다던지, 눈치 없다느니, 갑자기 집에 가는 하찮은 문제로

저건 아니지...혀를 차며 인간으로 태어난 예의까지 들먹이면. 찬스다 생각했던 일말의 설레임도 산산조각납니다.


어쩔 수 없이 흥이 오른, 사람과 사람 사이에

식어빠진 튀김처럼 눅눅하게 앉아있습니다.


시계를 보고 또 봐도 까먹은 시간은 겨우 일분 삼십초 . 괜히 마렵지도 않은 화장실에 가서 전화기만 만지작 만지작 거리며 시간을 땜질합니다. 이제쯤이면 다들 고주망태겠지 하고 돌아와보면 왠걸 ? 기가 쎈 두 사람이 멱살을 잡고 있거나 목소리를 높여 언쟁 중입니다.


그러는 와중에 도저히 누구에게도


저 ...싸우는 중에 제 말 좀 들어보시렵니까. 저는 고양이도 걱정스럽고 이만 돌아가야겠습니다.


라는 말을 못 해 또 다시 시무룩해져서 자리에 앉지도 못하고 길가에 서있는 돌 상처럼 서 있게되죠.

일단 상황을 알아야하니 눈짓으로 왜? 무슨 일이야 ? 물어봐도 다들 그냥 그런 거라는 듯


에이. 별일 아니야- 술 좀 됐네. 앉어 앉어.


하며 말도 안 해주는 겁니다. 그럼 또 혼자 대화로 유추해보다가 구석 자리에 불러 낸 유령처럼 우두망찰 앉아 밍밍한 술을 홀짝홀짝 마시고 있습니다.


그렇게 몇 시간 진을 빼고나면 누군가 혀를 꼬거나 숙면을 취하기 시작하고


가자,가자 얘 취했다 어? 일어나


하며 밖으로 나가는겁니다.


아-드디어 집으로 가겠다 싶어, 이리저리 인사를 하면 무슨 이산가족 입니까?


갑자기 부둥켜 앉는 사람들, 담배 피는 무리들, 뭐가 웃기는지 깔깔 대는 사람들, 편의점을 가거나 아까 한 얘기 또 하는 무리들, 미안하다고 사과하며 더 돈독해진 인간들이 입으로만 들어가야지 ,이제 들어가야지, 하고 절대 헤어지지 않는 겁니다.휴.


그렇게 또 밖에서 인사만 삼 , 사십분 하고 나면 드디어 누군가가 입을 뗍니다.


자! 갈 사람 가고 3차 갈 사람만 남아!


제길. 눈치껏 빠지려고 하면 어느 새 선동자가 족제비같은 얼굴로 어깨동무를 하면서


넌 같이 갈꺼지?


합니다. 이때는 안 가겠다는 말 따위는 의미가 없어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3차까지 따라가면 그렇게 새벽이 희끗하게 밝아지는 게 느껴집니다.

남은 사람 중 누군가 나랑 같은 방향이니 이제 그만 가자는 말이 나와야 갈 수 있는 소심쟁이의 술자리는 참말로 깁니다.


*가끔은 용기내서 간다고 하면

어, 그래.

하고 쿨하게 인사해도 뭔가 좀 서운하긴 합니다. 더 심하면 넌 먼저 들어가라

하며 걱정해주면 싫다고 하기도 뭐하고. 더 놀고 싶다 하기도 그렇고 뭐 그렇습니다. 소심쟁이의 술자리가 뭐 그렇죠.



@클레멘타인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