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멘타인 솔직에세이
가끔 어떤 사람의 블로그에 갔다 개미굴처럼 빠져 나오지 못 할 때가 있습니다. 주로 일상의 짧은 기록들인데 어디서 무얼 먹었다. 나는 이런 스타일이 좋다. 이건 어떠하다 등의 자잘한 속내가 써있는 글들입니다.
하여 보다보면 이 사람이 며칠간 무얼먹었는지 어딜 다녀왔는 지 속속들이 알게 되는 겁니다. 꿀 단지에 빠진 벌처럼 좀 체 헤어나오질 못 하게 됩니다.
무취향인 저와 취향 가득한 블로거의 글을 비교하며 읽다보면 어느 새 몇 시간이 뚝딱입니다. 진짜 재미지다니까요.
옛날에 남의 일기장을 왜 훔쳐봤는 지 알것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저도 중학교 때 작은 수첩에 좋아하는 남자에 관해 써 놓은 적이 있습니다. 그런 감정 표현은 처음이라 쓰면서도 스스로 어색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이층 계단에 몰래 숨어, 친구들과 어울리고 있는 그의 정수리나 등을 보았습니다. 얼굴이 기억이 안나지만 꽤 귀여운 마스크에 차분한 사람이었던것 같습니다. 늘 사복을 입고 있어서 도대체 몇 살인지 알길이 없었는데, 어느날 고등학교 교복을 입고 지나가는 걸 발견했습니다. 매의 눈으로 명찰을 확인했습니다. 이름은 보이지않았고 그때 색깔에 따라 학년이 달랐는 데 그는 이미 고3이었습니다. 아 이런.
중 1과 고3의 나이 차이는 아무래도 이루어 질 수 없다 생각해 금방 접었던 시절입니다. 역시 그때부터 저는 금포세대였습니다. 끈기가 없어 스토커는 아마 돈 줘도 못 할듯 합니다.
아무튼 그런 시시껄렁한 이야기를 적어둔 수첩을 어느 날 친구들이 보고 있더군요. 당시에는 황당했는데 지금은 오히려 빤빤하게 누가 좋다 싫다 죄 스스로 떠벌리고 다니니
저도 참 많이 대범해졌습니다. 조심스럽게 짝사랑 하며 콩닥거리던 소녀소녀한 저는 도대체 어디를 갔는 지. 지금은 빤빤하게 노란 단무지 같은 여자가 되었습니다. 호호호
어찌되었든 짝사랑은 영 체질이 아니라 금방 포기하는 제가 다행이네요.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은 역시 어딘가 찐득하고 농밀한 구석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