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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레멘타인 Oct 29. 2017

62.낙

#바다를사랑한클레멘타인

빙글빙글. 가로수의 낙엽이 비명을 지르며 떨어진다. 셀 수 없이 많은 것들이 한꺼번에 이별한다.


나는 지난 밤 세면대 위 당신의 헤진 칫솔과 침대 구석에 먼지 쓴 양말 하나와 이별했다. 재작년 빼빼로 데이에 사온 눈이 비대칭인 곰 인형과 얼기설기 손수 제작해 내밀던 매듭 터진 실팔찌와도 이별했다.

베게 위 나뒹구는 당신의 짧고 까만 머리카락과 현관 앞 어질러진 265미리 삼선 슬리퍼와도 이별했다.


빙글빙글. 온기 잃은 모든 것들이 가을 바람에 떠밀려 적막한 비명을 지른다. 외로운 것들은 서로 부둥켜 안으며 100리터 비닐봉지 안으로 자유낙하한다.


이제 당신의 전화번호와 메세지 그리고 함께 웃던 사진과 이별해야한다.


제 각기 다른 이유로

함께 했던 모든 것들이 한꺼번에 이별한다.


빙글빙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우린 만났고, 움텄고, 뜨거웠으며, 이별했다. 약속이라도 한 듯  손을 놓고 묵은 비명 속에 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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