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사랑한클레멘타인
당신을 알게 된 후로 세상은 3차원이 되었습니다.
가슴에서 찌르르 하던 전기는 그리움을 쓱쓱 써내려갑니다. 납작하던 색들도 저마다 튀어나와 입체적으로 변합니다.
붉은 심장을 닮은 나는
있는 힘껏 부풀어 올라 펄떡 펄떡 숨을 쉽니다.
입 안에만 맴돌던 당신 이름은 딱딱한 자물쇠가 되어 세상에 매달립니다.
어느 밤은 당신을 그리다 불면을 빚어 달에게 주었습니다. 툭, 베어 문 새벽 하나가 뱉어져 나옵니다.
어느 낮은 당신 이름을 한 웅큼 집어들어 입 안 가득히 우물거립니다. 툭, 구겨진 외로움 하나가 뭉쳐져 나옵니다.
당신이라는 시공간 안에서 울퉁불퉁한 마음이 깊이도 모른 채 자꾸자꾸 입체감을 만들어 냅니다.
작은 조각칼 하나를 들고 마음을 뭉퉁하게 깎아 다듬어 냅니다. 사각사각 당신이 될 때까지 모든 걸 도려냅니다. 바닥에 떨어진 잔해들이 다시 납작해지고 평평해져도 이제 아무 상관없습니다.
3차원의 세상을 알아버린 사람은 어차피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