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쇼맨, 한 번으로는 부족해

#클레멘타인 영화

by 클레멘타인

라라랜드를 이겨라!


전혀 다른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뮤지컬 영화라는 장르 하나로 서로 경쟁하듯 홍보를 할 때가 있다. 라라랜드 뺨을 후려치고, 휴잭맨이 주연이라고 하니 아니 볼 이유가 무엇인가.


가자가자.

시간을 비우고 지갑을 열자.


영화가 끝나고 난 뒤 나눈 대화는

"어땠어?"

"음... 뭐랄까. 잘 비벼진 비빔밥처럼 그렇네."

"나는 라라랜드보다는 ..."

"멜로디가 기억이 잘 안나.
음...라라랜드는 못 이기겠다."


분명 개별적인 내용으로 재밌었는 데, 왜 라라랜드를 비교하며 봐서. 의문의 1패처럼 오히려 더 매력이 떨어진 케이스가 아닌가 싶다.


"그래도 한번 더 영화관에서 보고 싶네."


바넘 효과?

주인공 바넘은 제목 그대로 '위대한 쇼맨'이다. 이거 실화냐? 네. 바넘은 실존인물이고 그의 삶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영화라고 합니다. 그의 삶을 완벽하게 재현하기보다는 영화적인 요소가 많이 가미되었다고 한다.


어쨌거나 영감을 받아 만든 영화지 다큐는 아니니까. 이 사실은 집에 와서 인터넷 서칭으로 알게 되었는 데, 그러고 보니 "바넘 효과"라는 말을 종종 들은 기억이 있다.


바넘 효과는 누구에게나 먹히는 말.

누구나 그럴 법한 이야기가 마치 나 개인에게만 적용되는 사실인 양 착각하는 거라고 생각하면 되는 데,

(집에 우환이 있구먼? 이라던지, 요즘 사업이 잘 안되지? )


흔히 점쟁이들 말이나 혈액형 풀이 같은 것과 같다. 실제로 바넘이라는 사람은 서커스의 시초를 만든 쇼 비즈니스 맨으로 그가 남긴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


말을 해서 "바넘 효과"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다.


영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사기꾼의 제왕"이라는 걸 당당하게 내걸고 장사(?)를 해 아무튼 쇼 비즈니스 또는 홍보에 도가 튼 사람이었다고 한다.


영화는 정말 바넘 효과처럼 모두를 만족시키는 모든 게 균형잡힌 헐리웃 특유의 뮤지컬 영화였다. 예전에 비슷한 느낌이라면 물랑루즈랄까?




부족함을 너머 당당한 특이함으로



현실의 바넘은 실제로 샴쌍둥이를 처음 발굴해서 전시하며 돈을 벌었다는 데, 아마 사람들이 자신과 다른 무언가에 끌린다는 걸 알고 있었나 보다. 다름에 대한 호기심과 공포 때로는 조롱과 혐오 그러나 연민을.


영화에서 바넘은 난쟁이를 발견하고 특이한 사람들을 불러 모아 쇼를 만든다. 그것은 후에 '서커스'라는 이름으로 공연이 되는 데, 누군가에게는 저질 공연으로 치부된다.


수염이 난 여자, 난쟁이, 뚱뚱한 남자, 거구, 문신을 한 사람 등등 외형적으로 평범하지 않은 그들을 불편하게 보는 시선도 있다. '다름'의 불편함을 딛고, '혐오'의 목소리를 낸다. 매일 공연장 앞에서 자신들이 만들어낸 잣대로 조롱한다. 기준치 미달은 눈 앞에서 사라지라 외친다. 이런 모습은 현실에서도 쏠쏠치 않게 볼 수 있으니 굳이 더 설명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영화 속 (타칭) Freak 들은 this is me 라며 더 이상 시선에 숨지 않고 당당하게 맞서고 싸운다. 물론 그 투쟁의 결과로 모든 것을 잃지만 오히려 자신을 되찾았다.



날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난 뒤 자신에게 남는 건 역시 자신이니까.


Never Enough


하지만 영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아이러니하게도 고급문화의 상징이 된 린드의 솔로 부분이다. (노래는 대역으로 Loren Allred의 목소리라고 한다.) 뮤지컬에서 여성 솔로가 튀는 부분이 있다지만, 그 어떤 것 보다 나는 그 부분이 가장 인상 깊었다. 너무 아름답고, 노래도 너무 잘 하고, 예쁘고, 황홀했다.

정말 노래가 끝나고 벌떡 일어나 손뼉 치고 싶었다. 연출에 힘을 많이 줘서 그런가.


아무튼 충성충성.



이 영화의 주된 주인공은 바넘이고 그가 만들어가는 세상 속에서 인종 차별, 부의 불균형, 시선, 혐오, 가족, 사랑, 배신, 갑질 등등 온갖 잡동사니가 다 들어가 있는 데, 그런 요소가 다 좋아서 오히려 평범하게 느껴지는 이상한 기분이었다.


그러다 갑자기 모두를 구원할 듯 툭 튀어나오는 린드의 노래는 정말 좋았다.


물론 이야기가 그렇게 가야 하는 게 맞겠지만, 나는 혼자 이해 못 한 장면이 있었다. 갑자기 휴잭맨이 가족에게 돌아와서 그런 고급문화를 지향한 건 허상이고 욕망일 뿐이었다. 하고 끝을 맺으니 이건 앞 뒤가 맞지 않았는 데. 나는 린드가 노래할 때 휴잭맨이 입 벌리고 볼 때, 같이 입 벌리고 볼 만큼 정말 좋았는 데, 왜 그런 걸 지향하는 게 가짜라고 하는지 아직까지 모르겠다. 그것도 그냥 또 다른 문화 아닌가.


그렇다고 영화 속 다른 노래들은 그냥 흘러 들을 노래는 아니다. 전체적으로 균형 잡힌 노래들과 영화 그리고 사운드였기에 좋았다. 아무튼 라라 랜드랑은 비교 안 했으면 좋겠다.


특히, This is me도 질 수 없으니 아무래도 다시 한번 가서 봐야 할 것 같다.

꼭 싸운드 좋은 자리에서!



보는 내내 귀 호강했다는 기분이 충만하게 들었던 영화, 한 번으로는 NEVER ENOU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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