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멘타인 영화추천
영화 스포 굉장함. 영화를 다 보신 후 읽으시길.
파라다이스는 어쩌면 지옥일지도 모른다
언제부터인가 느린 삶, 여유로운 라이프를 외치는 워라벨이 자꾸만 등장한다. 특히 요즘처럼 세상의 소음에 둘러싸일 때면 아무도 없는 곳으로 훌쩍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일과 삶의 균형, 어느 것에도 치이지 않는 삶이야 말로 가장 어려운 것 아닐까.
만약, 복잡하고 피곤한 인간의 삶과 엉켜버린 관계에서 벗어나고 싶은 소망이 이루어진 다면 어떻게 될까?
정말 행복할까?
여기에 대한 질문과 대답을 내놓은 영화가 있다.
보케(영어: Bokeh)는 렌즈의 초점을 의도적으로 범위 밖으로 하는 사진 표현 방법이다. 기본적으로 주된 피사체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 전제이다.
아웃포커스 또는 빛망울 효과라고도 한다. 영화 보케는 한 커플이 아이슬란드로 휴가를 떠난 후 모든 사람들이 하루 아침에 증발해버린 이후의 이야기다. 영화가 생각보다 어렵고 잔잔바리로 흘러가서, 영화를 보고 난 뒤에 다시 한번 보는 수고를 해야 했다. 왜냐면 한 번 만으로 나의 궁금증이 1도 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분명 보케라는 영화의 리뷰는 ' 이 영화 뭐 어쩌자는 거야'라는 생각이 있는 사람들이 검색해 볼 것 같아서, 내 나름대로 영화의 결론을 내려한다. 당신의 결론과 맞춰보길.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지마라.
분명 나와 같은 질문으로 시작해 어떤 답도 못 얻고 속 천불난 사람들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이 영화는 사람들이 '사라진'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게 아니라 사라진 이후에 '겪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나는 영화가 끝날 때 까지 분명 사람들이 사라진 이유가 나올꺼야 하고 눈 벌겋게 뜨고 봤지만, 아서라. 안나온다. 이미 나와 감독의 초점이 어긋나 블러(blur) 처리가 되어버렸으니 영화가 끝나면 감독의 의도대로 돼버린 것이다.
게다가 이 영화는 철학적인 메시지가 많아 의미를 부여하자면 한도 끝도 없고, 그냥 가볍게 보면 지루해서 잠들 수도 있다. (실제로 나는 잠들었다가 다음 날 다시 봐야 했다.) 아름답고 고요한 아이슬란드의 풍광과 등장하는 인물 딱 2.5명으로 영화를 끌어가니 실로 자연 다큐멘터리도 이보다 더 이야기가 있겠구나 싶다.
영화에서는 남자 주인공과 여자 주인공이 상황에서 겪게 되는 시선의 차이에 대해 알 수 있다. 남자는 순간을 사는 것에 대한 애착이 있다. 그래서 지금이 좋으면 완벽하지 않아도 그것에 만족하는 것이 자신만의 가치관임을 앞부분에서 살짝 나타낸다.
생각보다 지나가듯 나오는 대화 속에 의미가 많아서 대사를 하나하나 곱씹으면서 보거나 장면을 뚫어지게 보고 생각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예술 영화를 만들려고 했나ㅠ
어쨌거나 돈을 탈탈 털어 아이슬란드에 여행 온 다음 날, 사람들이 밑도 끝도 없이 갑자기 증발한다.
매우 당황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무도 없는 거리를 걸어본 적 있는 사람은 그 적막함을 알 것이다. 게다가 낯선 곳에서 이런 일을 겪는 건 그리 달가운 일만은 아니다.
하지만 아무도 없는 곳에서 살아가는 묘미는 있다.
마트 털기, 신상 입어보기, 명품 걸치기, 인테리어 잘 된 집에서 살기 등등 돈에 치이지 않고 그야말로 내 마음대로 다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여자는 계속 질문에 빠진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
신의 계획인가?
왜 하필 내가 여행 온 날에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
사람들은 어디로 간 걸까?
아마 누구라도 자연스러운 궁금증일 것 같다.
이 궁금증은 불안함이었고 나아가서는 공포감이다.
이 세상에 내가 사랑하는 남자와 그리고 나, 단 둘만 남은 상황은 낭만보다는 오히려 현실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남자는 이런 무거운 분위기를 타파해보려고 장난도 치며 어쨌든 지금 주어진 상황을 즐기려고 한다.
천지분간을 못 하고 까불다 넘어져 다치게 되자,
여자의 두려움과 불안, 공포, 그리고 불신은 점점 커져만 간다.
(이런 천둥벌거숭이를 믿고 세상에 너랑 나만? 이런 기분이었을듯 -_-;;)
시간이 갈 수록 여자는 지금 상황에 대한 해답을 구하기 위해 극도로 예민해진다. 먹을 것은 언젠가는 떨어질 것이고, 우리는 야생에서 살아본 적이 없다. 우리를 구할 사람은 우리 둘 뿐, 게다가 남자는 어딘가 이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아 더 불안해한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우리는 무엇을 믿을 수 있을까.
남자도 나름대로 여자의 불안감을 줄여주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 한다. 그냥 있는 그대로를 좀 즐겨보라고,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순간을 느끼면서 살자고. 그는 오래전에 부서져 버린 비행기 잔해를 보여주러 간다. 그는 이런 풍경조차 아름답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부서진 비행기를 보며 아무도 오지 않을 거라는 불안감만 더 커질 뿐 전혀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두 사람은 각자 자신의 시선만 선명할 뿐 타인이 보고 있을 배경은 모두 흐리다.
막다른 골목에 부딪혔을 때 당신은 포기할 것인가, 끝까지 가볼 것인가.
남자는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는다고 한다.
어떤 절망을 보아도 이것은 끝이 아니며 소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하지만 이것 또한 일종의 현실 도피아니었을까.
지금 상황이 실제로 최악이라는 것을 남자는 오히려 받아들이지 않고. 괜찮다고 다 잘 될거라고 자기 긍정만 하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이것에 대한 대답은 마지막에 나온다.
여행 온 후 한 번도 어디서도 연락을 받은 적이 없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메일 한 통이 왔다는 알림을 받게 된다. 아-. 얼마나 떨리고 설레는 순간일까, 그 메일함을 열어보기까지 천만 가지의 생각을 했을 그녀다. 혹, 진짜 혹시, 이제 사람들이 돌아온 걸까?
설레는 표정으로 메일함을 열어본 그녀.
메일함에는 왜인지 모를 그의 메일이 이제 도착한다.
여행을 떠나기 전 그가 그녀에게 보낸 메일이다.
순간, 그녀는 모든 것을 알아차린 듯 표정이 일그러진다.
나는 이 부분에서 한 동안 머리를 싸매야 했다.
아니 왜 메일 받고 이런 사달이 나는 것인가. 하.
내가 내린 결론은 이거였다.
그녀는 답을 찾은 것이다.
자신에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인지 알아낸 것이다.
바로 그가 원인이었다.
그녀의 이런 일을 겪게 된 건, 그가 아이슬란드에 여행을 가자고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더 이상 누구로부터도 받을 수 없는 연락, 외부인에게서 오는 연락이 아닌 내부인에게서 오는 연락의 도돌이표가 마치 이제는 정말 이곳에 갇혀 버린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을 거다.
믿을 수밖에 없는 사람을 원망하면서 살 수 있을까?
사랑하는 시선으로 볼 수 있을까?
아무것도 모르고 잠에서 깨어난 그는 그녀가 인화해준 사진을 보다가 무언가 깨닫는다.
첫 사진은 그녀도 배경도 선명하다. 웃고 있는 사진도 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뒤로 갈수록 그녀의 표정은 어둡고 슬프기만 하다.
그리고 그녀의 배경은 어디로 인가 다 날아가버린 보케 사진으로 가득하다.
그는 정작 그녀만 바라보고, 이 암울한 현실은 다 흐리게 날려버리고 싶었던 건 아닐까.
정신 차리고 그녀를 찾아 헤맨 끝에 발견한 건, 각자의 선택이었다.
영화가 끝나고도 그의 연기 때문에 나는 처음으로 크레디트 끝까지 보게 되었다. 표정도 너무 좋고 나는 그 상황에 푹 빠져있었다.
나라면 어찌할까. 둘 중에 어떤 선택을 할까.
세상에 혼자 남아버린 그는 여전히 슬프고 힘들지만 이 상황을 견뎌내며 묵묵히 제 갈길을 가고 있었다.
그리고 왠지 조심스럽게 응원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살아내는 게 더 힘든 일인것을 알기에.
사람과의 관계, 그리고 각자의 시선에 대해 엄청 생각하게 했던 영화.
졸리고 머리 아프고 짜증났지만 이런 영화 좋아합니다. (읭?)
영화 리뷰는 잘 안쓰지만 영화는 엄청 봐대는
영화덕후 클레멘타인 영화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