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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레멘타인 Jan 28. 2018

내로남불

#클레멘타인 솔직 에세이



세상에 옳고 그름은 실제로 존재할까?


며칠 전 페이스북 타임라인을 보다가 재밌는 걸 발견했다. 

자신의 고충을 토로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을 보는 걸 좋아하는 데, 특이하게도 그날은 같은 상황 다른 현상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 올라온 것이다.


둘 다 주차문제에 대한 자신의 고충을 알리고 있었다. 

두 사람은 전혀 아는 사이가 아니며 각자 당일에 있었던 이야기를 올린 것이다.


A는 자신의 가게 앞에 누군가 주차를 해 놓아 아침 출근 시간에 발을 굴렀다. 전화를 해도 상대는 전화를 받지 않는 상태. 매장을 오픈해야 하는 데 가게를 통째로 가려버린 차 때문에 안 그래도 떨어진 매출에 영향을 끼칠까 속이 상했다고 했다.

(당연히 덧글에는 그 차는 어떻게 돼야 한다는 둥의 이야기가 많았다. 자기는 그런 일을 겪으면 일부러 남의 차가 못 나가게 주차해놓는다는 둥)


B는 지난밤 자신의 동네를 몇 바퀴 돌다가 주차 공간을 도저히 찾을 수 없어 문 닫은 가게 앞에 주차를 해 놓았다. 아침에 출근을 하려고 보니 조수석에 찬물을 부어놔 꽁꽁 얼은 상태. 다행히 보닛은 피해갔지만 일종의 테러라고 이야기했다.

(기존에 몇 번 자신에게 쪽지를 남긴 적이 있다고 했다. 당연히 덧글에는 주인이 몹쓸 사람이 되어있었다.)


자신의 타임라인이니까 그냥 자신이 겪은 일을 지인들에게 털어놓는 평범한 이야기였다.

그리고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주차 문제를 올려놓았다.


A 씨의 페친들은 당연히 가게 앞을 막은 사람을 욕했다.
B 씨의 페친들은 당연히 차에 해코지를 한 사람을 욕했다.


하지만 이 두 가지 이야기를 동시에 보았던 나는 사람들의 반응이 재밌었다.

나는 주차 문제보다는 그들의 편에 서서 같이 욕하는 사람들이 궁금했다. 


A 씨의 지인에 따르면 주차한 사람도 나쁘고, 

B 씨의 지인에 따르면 자신의 영업장을 막은 차에 도저히 참지 못 하고 일을 벌인 사람도 나쁘다.


뭐지. 악의 도시인가.


어떻게 상황에 따라 자신의 지인 편을 무조건 드는지 궁금했다.

이런 혼란스러운 결정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그러다 재밌는 영상 하나를 발견했는 데, 행동 경제학자 댄 에리얼리 교수의 도덕규범에 관한 이야기였다.


사람들은 대부분 생각보다 비합리적이지만 자신만은 옳다고 생각하는 믿음이 강하며, 그것에 대한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특히 자신의 집단의 내부에 사기(거짓말)와 같은 도덕적 규범을 해치는 일을 목격하면, 오히려 같이 동조하게 되며, 타 소속의 사람이 하는 것을 보면 좀 더 정직해지려고 한다는 재밌는 실험 결과가 있었다.


누구나 자신의 이익을 기준으로 생각하고, 스스로 허용하는 거짓말의 범위가 있으며, 그 범위는 다시 자신과 가까운 주변인들을 기준으로 한계를 설정하려는 경향이 크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돈이 관련된 일이라도 현금(실물)과 멀어질수록 도덕적 의무감은 낮아진다고 했다. 예를 들어 사무실에서 볼펜을 집에 가져가는 것보다 사무실에서 현금 1,000 원을 가져가는 일이 더 도덕적으로 어렵다고 했다. 


요즘 사람들이 내로남불, 내로남불 하는 데

어쩌면 이 같은 성질은 누구나 할 수 있는 비합리적인 선택이 아닐까.


생각해보면 나도 그다지 똑부러진 선택을 하는 인간은 아니지만, 어떤 이야기를 들으면 세상 정의로운 인간처럼 말할 때가 있다. 그렇다고 그 부분에 대해서 평소에 엄청 스스로 자괴감을 느끼거나 자기 반성을 하는 것은 또 아니다.


누가 누군가를 공격하는 일은 참 쉽다.

그러나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일은 참 어렵다.

아무리 비슷한 경험이라도 결국 온전히 같은 경험은 없다. 


그 때문에 우리는 자신만의 도덕적 규범과, 자신이 속해있는 환경이나 가까운 사람들의 도덕적 규범을 따르려는 경향이 더 큰 것 같다. 그러므로 주변에 너무 사기꾼 냄새가 많이 나는 사람이 있다거나 스스로의 도덕적 규범의 한계 범위가 너무 큰 사람 곁에서는 항상 조심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나는 최근 니 말이 맞니, 내 말이 맞니 하고 싸우는 소셜 속 이야기에 마음이 약간 지쳐버렸는 데 아무래도 내 심지가 약해서 그런가 보다. 남의 이야기나 결론도 한 번 더 짚어보고 생각해봐야겠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의미 없는 기사에 옳고 그름으로 참여하는 일이 많아졌다.

누군가의 행동보다는 나의 행동을 들여다보는 게 복잡한 세상의 가치 쓰나미에 떠밀려 나지 않는 방법 아닐까.

역시 쉽지 않겠지만.


TED 댄 애리얼리 버그 투성이의 도덕적 규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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