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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레멘타인 Mar 20. 2018

당신의 애장품은 무엇인가요

#클레멘타인 솔직 에세이


컨셉진 55호의 질문이었습니다.

우선 스스로 대답하기보다는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 물어봤지요.

글쓴이의 말처럼 이 질문은 어딘가 이상하게 선택 장애를 불러오는 건지, 정말 선뜻 대답하는 사람이 없더군요.


혹자는 차가 있으면 자신의 애장품이 될 거라 했고, 혹자는 있었지만 사라진 피아노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놓았습니다. 이러저러한 사정 이야기들이 같이 튀어나오니 참으로 재밌는 질문입니다.


애장품이라...


저 역시 잠시 생각해보다 몇 가지가 튀어나왔는 데, 그때 누군가 아마 딱 한 가지를 고르라고 하면 식은땀을 흘리며( 그게 뭐라고 ) 또 혼자 골똘히 고민했을 듯합니다.


그리하여 짧은 시간에 결정한 저의 애장품 목록을 공개합니다.


최근에 산 향수(사연도 글로 썼지요)

잘 때 내게 혹사당하는 시바 강아지 인형 (최근 엄마를 졸라서 이마트에서 구매)

시립 도서관 대출 카드(이거 없으면 정말 )

중고로 팔아먹지 않고 침대 옆에 모셔둔 직접 산 책들

(곧 팔지도 모를)


뭐, 역시 저만의 애장품이라 다른 분들은 에게게, 겨우? 하면서 실눈을 뜰 지도 모르겠군요.


[애장품: 소중히 간직하는 물품]


사람들에게 애장품을 물으면 신기하게도 자신이 가진 것 중 가장 비싼 물건에 대해 생각하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물론 땀 흘려가면서 번 돈으로 한 번에 내지른 물건은 그만큼 간절함이 있었겠지요.

그러나 저란 인간은 이상하게도 비싼 것들은 그 애착이 돈의 크기만큼 더 빠르게 사그라지는 것 같으니 이게 무슨 농간인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가진 것 중 가장 고가인 차는 있습니다.

하지만 웬일일까요.

차는 편리함과 동시에 그만큼 굉장히 귀찮습니다.

운전도 정말 귀찮고, 비 오는 밤에 안경을 써가며 뿌연 유리창을 와이퍼로 닦을 때면, 휴. 정말 신경이 곤두섭니다.


특히 오른쪽 좌석에 대한 감각이 15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떨어져서 잔잔바리로 사고를 많이 내는 편입니다. 다른 차를 박거나 누굴 다치게 하는 일은 아니지만, 그냥 바닥에 튀어나온 돌부리를 미쳐 못 본다던지, 아무튼 바닥에 무언가 있으면 잘 가늠이 안됩니다. 지금도 범퍼가 너덜너덜 하지요.(웃음)


하여 차란 녀석은 애장품으로 넣고 싶은 마음이 그다지 들지 않네요. (제 차가 감정이 있다면 며칠은 삐지겠군요. 미안.)


1년 전만 해도 무언가를 소장한다는 것은 굉장히 번거롭고, 자리만 차지하고 , 먼지가 쌓이는 일이라 생각했는 데 말입니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어딘가 허전해서 인지, 애하는 물품이 하나씩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의 애장품은 최근, 이라는 단어가 붙는 물건들이 많지요.


그러니까 일종에 최 생긴 가치관이랄까요.

아, 이런 것들이 모여서 어쩌면 내가 되는구나 하면서요.

뭐 그렇다고 시바 개인형이 내가 되는 건 아니겠지만 말입니다. 허허.


그냥 밖에서 어른인 척 열심히 하다가 집에 들어서는 순간, 어른 허물을 홱 벗어버리는 겁니다.  그리고 가벼운 마음으로, 이것저것, 내 것이라 여기는 것들을 만지작 거리며 어린아이가 되는 기분이랄까요.


아무래도 저는 어른 알레르기가 있나 봅니다.

어른 놀이 같은 건 영 따분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클레멘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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